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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과외를 시작했다

그리고 영어 스터디 매칭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by 최혁재

이 글에서 '영어'는 곧 '영어회화'입니다.


백수 생활 4개월에 종지부를 찍고 영어 과외를 시작했다. 이것도 풀타임은 아니라서 아예 백수가 아니라고 하긴 어렵지만 아무튼 놀고먹지는 않게 됐다.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인스타그램인지 아닌지 아무튼 어디서 '숨고'라는 어플리케이션 광고를 봤다. 숨은 고수를 찾아 준다나... 전문 분야가 있으면 고수로 등록을 하란다. 영어밖에 딱히 서비스화 해서 판매할 만한 능력이 없으니 영어 고수로 등록을 했다. 그렇게 영어 개인 과외를 시작했다.


https://soomgo.com/


영어 '고수'를 찾는 사람들이 어떤 지역에서 어떤 분야와 목적으로 영어 과외를 받고 싶은지 요청서를 입력하면, 관련 있는 '고수'들에게 요청서가 날아오는 방식이다. 이 요청서를 받은 '고수'는 답장으로 견적서를 보낸다. 그럼 최종적으로 의뢰인이 이 중 마음에 드는 견적서를 골라 직접 '고수'에게 연락을 하는 방식으로 매칭이 끝난다. 숨고 애플리케이션이 자체적으로 해주는 서비스는 그뿐이고, 연결되고 나면 과외 방식이나 가격이나 등등은 당사자간 합의로 정하는 매우 자유도가 높은 방식이다. 숨고는 '고수'들에게 소정의 월 구독료를 받는다.


이렇게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게 최선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누구나 쉽게 생각했을 만한 서비스를 현실화 해 놓았다는 점에서 응원하고 싶은 서비스다. 그리고 나 또한 이렇게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웹 애플리케이션 개발(코딩)에 매료된 상태다. 이런 게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뚝딱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래서 지금 내 인생은 영어 과외와 코딩, 그뿐이다. 이런 핑계 때문에 브런치 글도 한참 못썼다...


이번에 새롭게 영어 과외를 몇몇 학생들과 진행하면서 느끼는 점이 많다:

1) 영어를 간절히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매우 매우 매우 많다.

2) 이들에게 학교나 학원은 아예, 아니면 거의, 도움이 안 된다.

3) 영어 선생님(여기서 선생님은 어떤 자격증이 있는 게 아니라, 영어를 가르칠 적절한 영어능력과 사교성, 책임감을 지닌 사람)과 학생을 잘 매칭 시켜주는 제대로 된 서비스가 없다.

4)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라 시간이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스케줄을 잘 조절해 줄 수 있는 선생님의 메리트는 엄청나다.

5) 시험을 위한 학생과외보다 성인 회화 과외가 훨씬 재밌다. 서로.

6) 전반적인 우리나라 영어교육비는 너무 비싸다.

7) 중간에서 누가 빼먹는 과정을 없애면 분명 영어교육비를 낮출 수 있다.


그래서 한번 만들어보기로 했다. 중간에 돈을 빼먹는 사람이 없어서, 학생은 더 싸게 배우고, 선생님은 조금 더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그런 판매자-구매자 매칭 서비스를. 사실 괜찮은 모델은 이미 있었다. 바로 스터디서치라는 서비스. 요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 엄청 광고를 때려서 좀 호감이 떨어지긴 하지만 아무튼 처음 취지 자체는 괜찮은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미국, 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 살다온 젊은 사람들이 '리더'가 돼서 4~8명 사이의 사람들을 한 팀으로 모집해 스터디 방식을 통해 영어회화 교육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호기심에 한번 참여도 해봤는데 화기애애하고 재밌었다. 그리고 확실히 자주 하면 영어 향상에 도움이 될 거란 느낌을 확 받았다.


https://studysearch.co.kr/


요즘 광고 자체가 너무 예쁜 리더들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나오는 것도 내심 불편했는데, '아 이거 새로 내가 만들어봐야겠다'라고 느낀 건, 리더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낮은 보수 때문이다. 내가 호기심에 참여해봤을 때, 슬쩍 물어봤는데, 1회 스터디 기준으로 리더들이 받는 보수는 시급 2만 원 수준이라고 했다. 이해가 안 됐다. 6명 학생 기준으로 1회당(2시간 기준)지불 가격이 총 12만 원인데,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받는 게 고작 4만 원 수준이라니. 그럼 나머지를 스터디서치가 다 빼먹는다는 건가? 너무 하다고 생각한다. 하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그렇게 광고를 많이 하려면 그 정도 받아야 될지도...


학생들 입장에서 더 싸게 배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말 재밌게 열정적으로 영어를 잘 가르쳐주는 선생님들이 더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간 수수료만 뺀다면 분명히 학생들이 1회당 1만 원만 내더라도 리더들이 4~6만 원 정도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을 터. 수수료 없이, 광고 없이, 100% 무료로 영어회화 선생님과 학생을 매칭 시켜주는 서비스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웹 개발을 배우는 나로서도 매우 재밌고 흥분되는 프로젝트이고, 뭐 아무도 안 써준다 하더라도 만들면서 배우는 게 많기 때문에 나한테도 손해는 아닐 거다. 아래 그림이 현재 만들고 있는 사이트 모습이다.


지금 개발 중인 영어회화 스터디 매칭 서비스 LearnEng


목표 개시일은 2019년 1월 1일. 광고도 안 하고 이걸로 돈도 1푼 안 받겠지만, 국내에서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고 가르치는 방식에 조금은 영향을 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니면 하다못해 스터디서치 같은 서비스들이 광고 줄이고 수수료도 중간에서 덜 받게 된다면, 그것도 좋겠다.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좋은 아이디어나, 영어 공부하면서 불편했던 점, 영어 스터디를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셨던 이야기 등 있으시면 나눠주세요.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데 반영하겠습니다. 그리고 웹 개발을 공부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시작은 미약하겠지만, 배우는 단계 단계 서비스에 반영해가면서 완성도를 점차 높여 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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