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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Jun 15. 2019

버지니아의 잠 못 이루는 밤

난 언제 잘 수 있을까

31시간째 한숨도 못 자고 있다. 안타깝게도, 꿈꾸던 미국행에 설레서는 아니다. 난데없이 찾아온 기침 때문이다. 평생 이런 적이 있었나 싶은데, 자려고 누우면 콧물이 목 쪽으로 넘어가면서 감기/염증을 앓고 있는 내 목을 자극한다. 갑자기 토가 올라오는 것처럼 기침이 올라오며 복부도에 움찔움찔 발작이 일어난다. 아픈 건 아닌데 절대 잘 수가 없다. 기침을 하다 보면 이거 내가 결핵이나 폐렴 같은 병 걸린 건 아닌가 싶다. 앉아서라도 자고 싶은데 그것도 실패했다. 동네 CVS에서 cough suppressant도 사 먹었지만 효과가 전혀 없다. 이렇게 못 잔 지 31시간째다. 나는 언제 잘 수 있을까? 미국 정착 첫날부터 이렇게 고생하는 걸 보니, 앞으로도 고생길이 훤하다. 그래도 그 불확실함, 불투명함, 불편함이 영 싫지는 않다.


한국시간 6월 12일 오후 5시 25분부터 현재 6월 15일 4시 45분까지 있었던 일들

인천공항 출발

달라스공항 도착

느려 터진 입국심사와 $10,000 이상 현금반입 신고 절차 때문에 달라스공항 -> 워싱턴DC 공항 환승 항공 놓침

3시간 기다려 다음 비행기로 달라스공항 출발

워싱턴DC공항 도착

AVIS에서 자동차 렌트 (Expedia에서 예약하고 갔건만, 보험비다 뭐다 온갖 fee를 추가로 붙이더니 인터넷에서 받은 예상가의 2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Ford Explorer 렌트)

현지시각 새벽 2시 넘은 관계로 근처 호텔에서 숙박 (이후로 지금 이 순간까지 한숨도 못 잠)

워싱턴DC 출발

H-mart(한인마트) 들러 당장 필요할 것 같은 한국 식재료 구매 (간장, 참기름, 고추장, 쌀, 라면 등)

샬로츠빌 도착

입주할 아파트 도착 (첫 달 렌트와 deposit을 지불해야 하는데 아직 미국 은행계좌가 없어서 money order라는 이상한 지불방식으로 결제. money order 구매하러 세븐일레븐 다녀왔는데 이런 사소한 것도 처음인 나에겐 상당히 불편한 일)

미리 아마존에서 주문해 둔 물품들 택배실에서 찾아 집으로 이동 (다이슨 청소기, 에어매트, 헤어드라이기 등)

같은 아파트 사시는 선배님 댁 문을 미리 받아둔 복사키로 열다가 키가 엿가락처럼 부러짐 (부러진 키 부분이 열쇠 구멍 안에 그대로 박혀버림. 망연자실. 이제 문을 밖에서 잠그지도 못함)

아파트 관리실에 수리 요청 (직원들이 퇴근한 시간이니 내일 해결해주겠다는 말만 들음)

AVIS 샬러츠빌 지점에서 렌터카 반납

Uber 난생처음 이용해 귀가 (아직 미국 전화번호/인터넷 없어서 근처 던킨도너츠에서 담장 너머로 공자 와이파이를 이용)

우리 아파트와 담장을 마주하고 있는 코스코로 이동 (휴지통, 물, 프라이팬, 세제, 칼, 그릇 등 구매)

집으로 돌아와 코스코에서 못 산 물품들을 아마존으로 구매 (빨래건조대, 짐 옮기는 카트, 샴푸, 린스, 휴지, 밥솥 등)

누워서 기침하면서 잠 한숨 못 자고 해 떠오를 때까지 괴로워함

동네에 있는 괜찮아 보이는 카페 찾아가 빵과 커피로 아침식사

아침 9시에 맞춰 Bank of America에 미국 은행계좌 개설하러 감

1시간 반 만에 겨우겨우 계좌 개설, 데빗카드, 크레딧카드 만듦

AT&T로 이동해 1시간 만에 prepaid 폰 개통

CVS로 가 기침약 구매하고 먹었지만 1도 효과 못 봄

Comcast 대리점에 들러 집 인터넷 개통, 집에 돌아와 설치

아파트 관리실 직원이 선배님 댁 문 자물쇠를 고쳐주고 감

드디어 잘 수 있을까 하고 누웠다가 폭풍 기침에 울며 다시 일어남

브런치 글 작성 중...


이제 진짜 좀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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