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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Jun 23. 2019

미국 버지니아에서 첫 10일

눈에 띄게 한국과 다른 것들

미국 버지니아에 도착한 지 1주일 넘게 지났다. 6월 13일 목요일에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입주했으니까 정확히는 벌써 10일째다. 빈집에 들어와서 집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여러 세팅을 하느라 정신없이 지나갔다(Amazon에서 300만 원 넘게 물건을 사들였다. 수많은 아마존 배송 박스를 택배실에서 집으로 옮기던 나를 보고 동네 아저씨가 "You keep Amazon in business!"라며 신기해하더라). 사람 한 둘 사는데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필요하다니, 이 공산품들을 둘러볼 때마다 내 연약함(?)을 깨닫는다. 아무튼 이런저런 일들로 주변 도시 여행을 할 여유는 없었다. 사실 여유는 만들면 있는 거지만, 일단은 여행보다는 안정적으로 이곳에 자리 잡는 게 우리 부부에겐 먼저다.


짧고 혼미했던 지난 열흘, 굳이 눈여겨보지 않아도 이곳 미국은 분명 눈에 띄게 한국과 다른 점들이 있다:


마루 대신 카펫

미국 집들엔 대부분 마루 대신 카펫이 깔려있다. 장단점이 있지만 한국 사람들에겐 생소하다. 심지어 미국 사람들은 여기서 신발을 신고 사니까... 다행히 우리 집은 입주 전에 새로 카펫을 깔아서 아주 깨끗한 상태다. 기관지가 안 좋거나 비염이 있는 사람에게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청소기 자주 돌리면 괜찮을 걸로 아직은 보인다.


건식 화장실

나와 아내는 축축한 한국실 화장실을 원래 별로 안 좋아해서, 지금의 건식 화장실이 아주 마음에 든다. 곰팡이 생길 일도 없고, 청소하기도 편하다. 단, 확실히 주의해야 하는 건 남자도 앉아서 소변을 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지 않으면 건식 화장실은 청소하기 상당히 번거로울 수 있다. 샤워기로 물을 칙칙 뿌릴 수 없기 때문에...


넓은 주차장

우리 아파트 주차장뿐 아니라 코스코나 식당 등 어디를 가도 주차장이 넘쳐난다. 당연히 지하주차장이란 개념 자체도 별로 없다. 서울에서 처럼 주차하느라 고생하지 않아서 운전하기 무척 쾌적한 환경이다. 또 개별 주차 공간의 좌우 앞뒤 폭이 한국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차간 간격이 넓다. 따라서 '문콕'의 위험도 거의 없다.


낮은 인구밀도

이 넓은 땅에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들이 살다 보니 인구밀도가 낮은 게 그냥 느껴진다. 집 앞 코스코에 가도 텅 빈 운동장처럼 사람이 적어 쇼핑하기 너무 쾌적하다. 주차하려고 줄 설 필요도 없고, 계산하려고 줄 설 필요도 없다. 이런데 살다가 서울 가면 처음엔 아마 매우 답답할 것 같다.


비싼 외식비

미국이 한국보다 신선 식재료는 대부분 싼 편이지만, 요리된 음식은 확실히 비싸다.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고 세금과 팁도 붙으니까. 위 사진에 나와있는 요리(?)는 동네 카페에서 먹은 양파와 아보카도가 올라간 토스트다. 이 맛있지만 부실한 토스트의 가격은? 거의 $7였다. 요즘 환율로 치면 8천 원이 넘는 돈이다. 이날 Amazon에서 바로 쿠쿠 밥솥을 주문했다.


대자연

집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우거진 숲이 펼쳐져있다. 공기가 좋은 건 말할 것도 없고, 신기하게 야생 사슴들을 만나게 된다. 사슴을 보고 순간 무서웠다. 사슴이 있다는 건 다른 동물도 있을 수 있다는 거니까... 구글에 버지니아 곰 서식 여부를 찾아봤다. 역시나 버지니아에도 검은곰이 많이 살고 있단다. 실제 곰을 목격한 사람들 얘기도 들었다. 대자연 너무 좋은데, 곰은 무섭다. 코요테도 있다던데...




미국 다른 지역이 아니라 버지니아라서 특별히 느끼는 차이도 있다. 유색인종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밥을 먹으러 식당을 가도 유색인종은 나와 아내뿐인 경유가 많고, 어딜 가도 절대다수가 백인이다. 하루 종일 길에서 동양인 한 번 못 보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그래서 뉴욕, LA 같은 유색인종이 많은 지역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더욱 이방인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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