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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Aug 25. 2019

드디어 MBA 시작

Be yourself vs. Out of your comfort zone

드디어 오래 기다렸던 내 MBA 프로그램의 첫 학기가 시작됐다. 8월 19일 월요일부터 한 주간 'welcome week'로서 정말 다양한 이벤트들이 빽빽하게 진행됐다. 아무래도 중점은 340명의 학생들이 서로 친해질 수 있도록 돕는 social 이벤트들이었다.


우선 이 곳 Darden MBA에는 Learning Team(LT)이라고 해서 케이스 스터디 준비를 매일 같이하는 6명으로 이뤄진 팀이 있는데, 이 팀 멤버들과 만나고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하루 종일 진행됐다. 내가 속한 LT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친구들이 골고루 섞여있는 편이다. 우선 나와 인도 여성 한 명, 이렇게 두 명이 외국에서 온 소위 international 들이다. 그리고 에티오피아계 미국인 1명, 인도계 미국인 1명, 유태계 미국인 1명, 그리고 그냥 백인 미국인(?) 1명이 우리 LT를 구성한다.



갑자기 학교에서 각 LT에 100 달러 씩 주더니 다 같이 요리를 해 먹으면서 친해지란다. 우리 팀은 내가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우리 집에 와서 비빔밥을 하게 됐다. 인도계 미국인 친구가 비빔밥이 너무 좋다고 먹고 싶다고 하기도 했고, 에티오피아계 미국인 친구는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 원래 한국 음식을 즐겨 먹는다고 했다. LT 멤버들 모두 누구 하나 모난 사람 없이 착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성격이라 앞으로 1년간 큰 갈등 없이 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을 거란 예감이 든다.




여기까진 좋았는데 한 주간 정말 힘들었던 건, 하루 종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자기소개를 하고 어색함을 깨기 위해 무슨 말이든 생각해서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거기다 미국식으로 음료 하나 들고 이 그룹 저 그룹 왔다 갔다 하며 몇 시간씩 떠돌아야 했는데, 이런 경험도 없는 데다 성격상 한 번에 다수의 사람을 상대하는 게 힘들어 꽤나 괴로웠다. 한편으론 이렇게라도 노력해서 내 comfort zone을 나오고, 성격을 바꾸고, socializing 연습을 해서 미국 주류 문화에 조금이라도 더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 반면, 한편에선 'This is not who I am'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항상 그렇지만, 정말 나 말고는 다 행복하게 socializing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들 super outgoing 한 사람들처럼 보였고, 하루 종일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고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파티를 가고, 보드게임을 하고, 술을 마셔도 피곤하지 않은 듯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에너지를 얻는 듯했다. '정말, 얘네 뭐지? 나만 이상한 건가?' 하는 생각을 수백 번 한 지난 한주였다. 난 어느 정도 사람들과 interact 하고 나면 나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다시 에너지를 충전해야만 또 다음날을 기약할 수 있다. 내 생각에 난 전형적인 introvert보다 훨씬 더 intro 한 사람이다. 그런데 여기 MBA에는 그런 나 같은 사람이 별로 없다.


MBA에서 정말 매일 같이 듣는 두 가지 상충되는 cliche가 있다: 'Be yourself' vs. 'Get out of your comfort zone'. 어디까지가 '바꿀 수 없는 본래의 나'이고, 또 어디까지가 '바꿀 수 있는, 그래서 바꿔야 하는 나'일까? 앞으로 2년 간 그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게 될 내가 훤히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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