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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Nov 29. 2019

미국 MBA 인턴쉽 구하기

인터뷰 시작: Amgen, Illumina, & Splunk

MBA는 취업준비과정이다. 내가 MBA 하고 있다고 말하면 많은 분들이 '전공이 뭐예요?'라거나 '공부는 할 만해요?'같은 질문을 한다. 나는 '공부는 그냥 그럭저럭 하고 있고, 전공은 중요하지 않아요'라고 대답한다. MBA에서 중요한 건 1) 인턴쉽 취업과 2) Full-time 취업이다. 비싼 돈 들여 미국 MBA 하고 미국에서 취업하지 못하면 여러모로 큰 손해다.


아무튼 1학년 가을은 인턴쉽 구직 시기다. 학교로 많은 기업들이 찾아와서 회사설명회를 하고, 밥을 사주고, 커피와 맥주를 사준다. 어떤 부서에서 어떤 직종으로 사람을 구하고 있는지 알려주고, 외국인을 뽑고 비자 스폰서를 하는지 정보를 전해준다.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고 10개 기업 중 2-3개 정도만 외국인을 채용한다. 이것도 꼭 채용한다는 게 아니라, 지원이 가능하고 비자 스폰서가 정책적으로 열려있다는 정도다. 결국 경쟁은 미국인들도 포함해서 같이 해야 한다.


11월에 들면서 나도 여러 회사들에 인턴쉽 지원서를 넣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가장 가고 싶은 Amazon에 먼저 지원서를 넣고, 뒤이어 Microsoft, Dell, MasterCard, American Express, CapitalOne 등등 대략 총 30개 정도 회사에 레주메를 제출했다. 어떤 회사들에는 여러 포지션에 지원을 했으니까 포지션을 기준으로 하면 아마 40군데 정도 지금까지 지원한 것 같다. 많아 보일 수도 있지만, 그나마 저것도 외국인이 지원할 수 있는 회사 중에 그나마 내가 어느 정도 먹힐(?)것 같은 곳들을 최대한 골라 넣은 거다. 미국에 회사가 얼마나 많은데, 외국인 MBA 학생으로서 지원할 만한 회사가 얼마나 별로 없는지 몸소 체험했다. 아, 그나마 full-time은 인턴쉽보다는 기회가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인턴쉽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은 회사들이 있으니까.


2주 전쯤 드디어 첫 번째 인터뷰 제안을 받았다. Amgen이라는 미국 초대형 바이오테크 회사고, 내가 지원한 포지션은 파이낸스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Finance & Strategy Leadership Development Program(FSLDP)이다. 많은 대기업들이 MBA를 채용할 때 ~LDP라고 하는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 소속으로 뽑는다. 이 과정은 주로 3~5년 동안 여러 직무를 이동해가며 여러 분야를 배우고 전반적인 리더십 역량을 키워 Manager를 만들어내는 게 목적이다. 장점은 다양한 회사 업무를 접해 보면서 자기와 가장 잘 맞는 직무를 알아갈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미국이 큰 나라이다 보니 직무를 바꿀 때 많은 경우 지역도 이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1년마다 이사를 가야 한다면 얼마나 귀찮을까? 그래도 회사마다 차이는 있어도 자기 의지에 반해서 억지로 발령 내는 시스템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 Amgen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학교 선배들과 통화해 보니 다들 원하는 지역에서 로테이션을 돌면서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더라.


지난 금요일 1차 인터뷰로 전화 인터뷰를 봤다. 30분간 전화로 Amgen에서 일하고 있는 MBA 출신 직원과 첫 'screening interview'를 한 거다. 말하자면, '이 사람은 같이 일할 만한 사람인가?'를 체크하는 거다. 결론적으로 잘 보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망친 것도 아니다. 그저 그렇게 봤으니 이제 운명의 선택을 기다릴 뿐. 첫 번째 인터뷰부터 배부를 순 없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 일단, 평생 처음 미국 취업 인터뷰에다 영어로 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질문에 대해 간결하고 확신 있게 대답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럴 때마다 나의 영어실력에 좌절감을 느끼곤 하는데, 이놈의 영어 컨디션은 왜 이렇게 맨날 다른가 모르겠다. '영어 컨디션' 관리를 더 잘해야겠다. 어떤 날은 '오 영어가 술술 나오는데?' 싶은 날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날은 '와 나 진짜 영어 못하네' 싶어 주눅이 든다. 운동도 아니고 언어에 컨디션이 있다니 왜 그런지 참 신기하긴 하다.



Amgen에 이어서 Illumina라는 회사와도 인터뷰를 봤다. Illumina는 DNA sequencing 장비를 만드는 healthcare 회사다. DNA 시퀀싱 분야 시장점유율 90%에 달하는 알짜배기 회사다. 연달아 두 heathcare 회사에서 인터뷰 제안을 받아서 놀랐다. '왜 헬스케어 업계 회사들이 나한테 관심이 있지?' 싶었다. 참고로 난 관련 경력이 전혀 없다. 아무튼 이 인터뷰는 더 좌절스러웠던 게, 사람과 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 카메라를 보고 녹화를 하는 'Video interview'여서 그랬다. 안 그래도 카메라 울렁증 있는데... 노트북 웹캠을 보면서 1시간 동안 버벅대고 나니 엄청 진이 빠졌다. 또다시 내 영어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을 논리 정연하게 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워서 인사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실제 다음 라운드에서 사람과 인터뷰를 하면 내가 가진 걸 훨씬 잘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너무 비디오 화면을 토대로 나를 평가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엄청 불쌍해 보였거나 아님 반대로 아주 적극적으로 비쳤을 거다. 결과는 다음 주 정도면 알겠지.



다음 주에는 Splunk라는 데이터 사이언스 회사와 첫 전화면접이 잡혀있다. 실리콘벨리 쪽에 있고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유망한 회사라 면접을 잘 보고 싶은데, 두 번 멈칫하고 나니 자신감은 별로 없다. 그나마 다행히 Thanksgiving 휴일이 껴있어서 면접 준비할 시간은 모처럼 많이 주어졌다. 링글에서 미국인 튜터와 세네 번 정도 연습 인터뷰를 할 계획이고, LinkedIn에서 제공하는 빈출 질문에 대한 예비 답안을 충실하게 준비할 생각이다. 제발 이번에는 면접보고 '아, 잘 봤다' 하고 나왔으면 좋겠다. 1월에 우리 딸이 태어나기 전에 인턴쉽 오퍼를 손에 하나라도 쥘 수 있도록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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