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도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결정되는 걸까?
'세계 경제와 시장(Global Economies and Markets)'이란 수업을 듣고 있다. MBA 1학년 필수과목이다. 개방경제를 다루는 수업인 만큼 환율이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나는 MBA에 오기 전 나름대로 2년 넘게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외환 애널리스트였다. 덕분에 수월하게 수업을 듣고 있다. 반면 같은 반 친구들은 상당수가 멘붕에 빠졌다. 환율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또렷하게 이해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잘 설명을 해주면서도 스스로는 '이거 나도 외환 애널리스트 아니었으면 처음 배우느라 진짜 머리 아팠겠다'싶었다.
오랜만에 오늘 원/달러 환율이 얼마인지 구글에 검색해봤더니 1195원을 가리키고 있다. 이 숫자는 은행 간 거래 환율의 중간 가격이기 때문에 실제 미국 여행을 앞두고 있는 사람은 은행에서 1200원은 줘야 달러를 살 수 있다. 이렇게 환율이 오르면 여행 가면서도 기분이 찝찝하다. 왜 하필 나 여행 갈 때 오르는 건지 가슴 아프고, 미리 바꿔 놓을걸 하고 후회가 된다. 안타깝지만 다음에도 절대 미리 못 바꾼다. 보통 환율은 우리에게 잠깐 짜증을 유발하고 기억에서 사라지는 녀석이다.
환율은 뭘까? 무엇이 환율을 결정할까? 예측할 수 있을까? 달러를 사둬야 할까? 1200원이면 비싼 걸까? 도대체 얼마가 싼 걸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전 외환 애널리스트(나)의 답이다.
환율은 두 통화간 교환 비율이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이란 건 1달러와 1200원이 교환 가능하다는 의미다. 1달러가 1200원의 가치가 있다는 소리다. 즉 '원/달러'라는 표기를 분수식으로 이해한다면 '분모에 있는 달러화 한 단위의 가치는 분자에 있는 원화로 얼마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 마디로 환율은 분모에 있는 통화의 가치다. 원/엔 환율은 엔의 가치이고 원/위안 환율은 위안의 가치다. 단위에 원이 없어도 마찬가지다. 엔/위안 환율은 위안의 가치를 엔으로 표시해 놓은 것이고, 유로/달러는 달러 가치를 유로로 써놓은 것이다. 기억하자. 환율은 분모에 있는 통화의 가치다. 오르면 분모에 있는 통화가 비싸진 것이고 내리면 싸진 거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올랐으니 달러는 비싸지고 원화는 싸진 거다.
앞서 밝혔듯이 환율은 두 통화의 교환비율이기 때문에 항상 두 통화를 동시에 염두에 둬야 한다. 그래서 헷갈린다. 하나만 남기고 그 통화의 가치를 살펴보는 편이 수월하다. 무엇이 통화(특히 원화) 가치를 결정할까? 물론 수요와 공급이 결정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통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결정할까? 장기적으로 공급은 통화를 찍어내는 주체(한국은 한국은행)에 달려 있으니 편의상 고정된 것으로 치자. 남은 건 수요다. 수요가 강해지면 가격이 오르고 수요가 약해지면 가격은 내린다. 수요는 둘로 나눌 수 있다: 1) 재화 거래를 위한 수요와 2) 투자를 위한 수요. 달러를 예로 들어보자.
1) 한국 소비자들이 애플의 아이폰을 많이 산다고 하자. 애플은 미국 회사고 아이폰은 미국 제품이다. 달러로 사야 한다. 국내 최종 소비자는 휴대폰 대리점에서 원화를 지불하겠지만, 그 소비자에게 팔기 위해 애초에 미국에서 한국으로 수입한 유통/판매 업체는 달러로 지불한다. 이처럼 달러로 물건을 사려면 먼저 원화를 달러로 바꿔야 한다. 미국 재화를 사기 위한 달러 수요다.
2) 달러 가치 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있다고 하자. 달러로 물건을 살 계획은 없다. 그냥 달러를 사서 가지고 있다가 더 높은 가격에 팔아서 투자이익을 보고 싶다. 이게 투자를 위한 달러 수요다. 그런데 전체 투자 수요에서 이렇게 개인의 수요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투자 수요는 금융기업(은행, 증권사, 운용사, 헤지펀드 등)에서 나온다. 이들이 달러가 오를 거라고 생각할수록 달러 수요가 커지고 결국 달러 가격(환율)은 오른다.
위 두 가지 수요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나침반이 경제성장률, 인플레이션, 금리 같은 경제지표다. 경제성장률이 높다는 것은 수출이 잘 된다는 뜻이고 수출 호조는 그 나라 재화 구매를 위한 통화 수요 증대를 의미한다. 인플레이션은 정의 그 자체가 통화가치 하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높을수록 통화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금리는 더 복잡하다. 선진국은 금리가 높을수록 투자 수요가 높아져 통화가치가 상승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개발도상국은 다르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출수록 통화가치가 오르는 일이 많다. 첫 번째 이유는 금리인하가 경기회복 기대를 높여서다. 두 번째 이유는 금리를 낮춰도 자본이탈을 우려하지 않을 정도로 경기 상황이 견고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이야기 2> 편에서는 환율 예측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