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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이해가 안 되는 출판업계

by JayD

책 읽다가 너무 열이 받아서 남겨둔다.


취미가 독서라고 말하기에는 양심이 찔리지만, 좋아하는 장르 소설가의 애장판은 가능한 사서 모으고 있고, 업무와 관련해서, 혹은 흥미 있는 교양 영역에서도 나는 책을 사서 읽고 모으는 편이다.


그런데 산 책을 들고 다니며 짬날 때 읽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너무 크고, 무겁고, 주변 조명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이다. 어두우면 볼 수가 없어.


그래서 eBOOK을 구매하게 되는데, 살 때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종이책에 비용을 지불했음에도 플랫폼마다 종이책 가격과 거의 다를 바 없는 가격을 다시 내야 디지털화 된 책을 읽을 수 있는 성의 없는 정책 때문이다.


그냥 책 속표지 안쪽에 QR코드 하나 넣고, 책을 구매한 사람은 그 QR코드로 제한된 기간 동안 디지털본을 읽을 수 있게 해 주거나, 하다못해 5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게 열어주는 정도의 성의가 그렇게 어려운 걸까? 종이책을 구매하면, 내가 구매한 책을 디지털로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도와주면 안 되는 걸까?

아 종이책 사셨구나, 상하지 않게 잘 소장하시고, 할인된 가격으로 eBOOK 사서 즐기세요. 정도가 그렇게 어렵냐?


출판사의 이런 정책은, 그럴 거면 애초에 종이책을 사지 말고 eBOOK만 사라고 권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전에 크레마라는 eBOOK리더를 사면서 실제로 독서 기반을 eBOOK으로 옮길까 고민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eBOOK리더라는 놈들이 정말 페이지단위로 욕을 안 할 수가 없는 성능과 사용성을 가지고 있었고, 발매하는 주체 별, 판매하는 출판사 별 호환도 개똥 같았다.

밀리와 같은 구독형 서비스는 잘 나가다가 꼭 내가 원하는 책들이 없어서 결국 종이책을 사게 만들었다.

그리고 억지로 eBOOK기반의 독서를 하면서, 나는 책장에 책이 꽂혀있는 것도 좋고, 가끔 차 한잔 하면서 책 한 권 꺼내 몇 페이지 읽으며 허세를 부리는 것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소장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언제 망해서 죄송하다 메일 받을지 모르는 eBOOK보다는, 종이책을 원한다는 말이다. 거기에 더해 인생을 바꾼 책은 판본별로 3~4권씩 가지고 있게 되는, 일종의 수집욕까지 있다.


그러니까 제발 나한테, "니가 종이책 사고 왜 난리세요" 하지 말고, 종이책 산 사람에게 동일 서적 eBOOK 버전 할인 좀 해줘라 제발.


출판시장이 어려운데, 당장 나처럼 종이책도 사고 eBOOK도 사는 사람에게 x2로 뜯지 못하고 x1.5로 뜯어야 할까 봐 적용 안 해주는 건 잘 알겠지만. 우선 연간 독서량도 늘고 사람들이 책 읽기에 재미도 들여야 전체적인 시장이 커지지 않을까? 허세도 부리고 읽게도 해주는 게 그렇게 싫은가?


활자도 분명히 스낵형 소비가 가능한 매체다. 영상만큼 짧기는 어렵겠지만, 짬날 때 10분, 15분씩 읽어도 충분한 글들도 많다. 제발. 종이책 사면 같은 책 eBOOK좀 대폭 할인해 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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