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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시대의 끝이 도래했다

진정 그러하다

by JayD


인간시대의 끝이 도래했다.

이 문장은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의 캐릭터, 블리츠랭크의 대사다.

인간시대의 끝이 도래했다는 선언을 할 정도의 기계가, 오디오 기술만큼은 엉망인지 2000년대 초반의 기계음처럼 들리는 톤으로 읊조리는 대사가 역으로 매력적이라 많은 AI관련 밈에도 쓰이는 대사다.


오늘 문득, 진짜 인간시대의 끝이 도래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석탄에서 석유로, 희귀한 금속으로, 소프트웨어로, 자본주의 경제는 늘 새로운 떡밥을 찾아 '무한하게'성장할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세계 경제는 체질변화가 필요한 격변을 눈앞에 두고 있고, 그 과정에서 진통이 없을 수 없다.


경제가 불안해지니, 전 세계가 뒤로 돌아를 시전하고 있다.

반영구적 힘의 균형이나 그로 인한 평화가, 노력 좀 하면 가능할 것이라 믿었던 20년 전의 세계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게 얼마나 헛된 꿈이었는지를 보게 되는 것 같다. 아시아가, 중동이, 동유럽이 전쟁의 공포에 몸살을 앓는다.

그러면서도 평화를 위해 전 세계가 일치단결하자는 의견 같은 건 나오지도 않고, 국제연합 같은 조직은 그냥 동네 힘센 사람 편 들어주는 명예직 전직 이장님 같은 꼴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화가 좋은 거라는 기치하에 국경이 사라지던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벽을 쌓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누구보다 과격하게 적을 만들고 남을 배척하는 사람이 당선된다.

이민자가 늘고 사회, 경제적인 문제가 생기니 벌어진 일이다.


진지한글이 선비스럽다거나 오그라든다며 모두가 가벼워지길 택했다.

이데올로기적인 고민을 하는 건 일종의 컨셉질로 여겨진다. 도파민만이 절대 진리이고, 뇌에서 도파민을 나오게 하지 못하는 모든 행동은 무시당한다.


이런 과정에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


일반인공지능은 연구되고 개발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특이점을 넘어서는 순간, 인간은 더 이상 AI를 통제할 수 없다.

이 두 가지 명제가 참이라면, 인간은 이미 되돌리기엔 너무 늦은 선택들을 해 온 것 같다.

어린아이가 실탄이 장전된 총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으로 성숙해지기 전에, 어울리지 않는 기술을 손에 넣어버린 건 아닐까.

뭐 그런 뻔한 생각이 들었다.


늙으면 기술이 무섭고, 젊으면 기술에 두근거린다고 한다. 나는 늙어도 너무 늙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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