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다
디터 람스 아저씨는 "Good design is as little design as possible" 라고 했다.
실제 디터 람스의 디자인은 척추가 저리게 이쁘다.
게다가 세월도 타지 않는 치트적인 성격까지 가졌다.
가히 디자인의 바이블로 삼을 만하다
심미적인 아름다움만이라면 카세트퓨처리즘으로도 만들 수 있다.
과거의 기술적 한계를 그대로 담은 복잡한 기계장치가
전혀 단순화되거나 정리되지 않은 어지러움 안에서도 인간은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런데 그걸 이해하고 사용하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다.
그 많은 물리 단추의 쓰임새를 어떻게 다 외워 사용하겠는가.
사용성을 고려하면 디터 람스 아저씨가 제시한 심미적 아름다움을 따르는 게 옳다 할 수 있겠다.
디터 람스 아저씨가 말한 가능한 최소라는 건 꾸밈의 요소를 배제하는 표현이었을 거다.
뭔가를 더 예뻐 보이게 하려고 이상한 짓을 하지 말라는 거다.
기능을 마구 삭제한 것은 아니다.
디터람스가 브라운에서 디자인 한 라디오를 보면 버튼을 날려버렸다거나 하지 않았다.
쓸데없는 선, 정비 편의를 위한 면분할 같은 것을 없애서 단순함을 유지했다.
그럼 디지털 제품 디자인에서의 필요 최소라는 건 뭘까.
있으면 좋은 기능, 있어도 좋은 기능은 다 날려야 한다.
있어야 하는 기능만 남겨놓는다.
이래도 되나 싶게 날려야 한다.
꼭 필요한 것만 남겨야 한다.
여기까지는 쉽다.
(물론 쉽다는 것은 평가하는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디터 람스의 디자인을 아무리 좋아하더라도, 의사결정권자가 본인의 서비스나 제품에서는 하지 못하는 게 바로 이 부분인 것 같다.)
기능마저도 필요 최소를 유지했을진대, 디자인적 꾸밈 요소에서는 더 심플해진다.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은 다 날려야 한다.
기능에 최적화된 디자인만 남겨놓는다.
이렇게 단순한 문제를 애플이 흔들었다.
바로 디지털 환경에서의 '소재'다.
애플이 최근 만든 OS는 그간 해오던 짓을 비웃는 것처럼 리퀴드글라스 같은 디자인적 요소를 넣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꾸밈'이 아닌 '소재'의 변경으로 봐야 한다.
여전히 디자인을 위한 요소는 최소화하면서도, 물리적으로는 만들 수 없는 리퀴드글라스 소재를 적용시킨 것이다. 이 대담한 시도를 '윈도우 Vista부터 있던 메모리 잡아먹는 뻘짓'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성공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차치하고, 애플은 디지털 환경과 오프라인 환경의 근본적인 차이를 넘어서 디지털에만 가능한 물리법칙의 소재를 테스트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럼 머리가 복잡해지는데, 어디부터가 꾸밈인가?
왜 어떤 디자인은 과감한 디지털 환경에서의 소재 구현으로 보이고
어떤 디자인은 촌티 끗발 날리는 꾸밈으로 보이는가.
디자인 당시의 철학의 존재 여부인가?
생각이 의견으로 좁혀지질 않아 메모 수준으로 기억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