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역차별당하는 토종 플랫폼
글로벌 빅테크의 토종 플랫폼 위협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챗GPT의 부상으로 네이버, 다음의 포탈의 시대가 가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한국에서 멀지 않은 미래에 검색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연간 수천억 원대 적자를 기록 중인 웨이브와 티빙의 앞날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뮤직은 가성비를 무기로 멜론과 지니 뮤직 등 토종 음원 유통 플랫폼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음원 유통 시장에서 유튜브 뮤직의 공세가 거셉니다. 아직까지는 멜론이 사용자수 기준 1위를 지키고 있으니, 가파르게 성장 중인 유튜브 뮤직에게 따라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는 예측이 강합니다. 2019년 64만 명에 불과했던 유튜브뮤직 사용자수는 3년 만에 10배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2022년에는 사용자수 기준 당시 2위였던 지니를 따라잡았고, 이제는 1위인 멜론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며 토종 플랫폼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2022년 6월 인앱결제를 강제화했고, 이 때문에 토종 플랫폼은 5~10% 가격 인상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 결과, 멜론, 지니뮤직, 플로 등 토종 플랫폼의 이용자수는 정체 또는 역성장 중입니다. 반면, 유튜브뮤직은 인앱결제 강제화 이후에도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고 이 덕분에 사용자수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음원 끼워 팔기’도 문제입니다. 월 8,000원대 요금을 내야 유튜브뮤직을 이용할 수 있지만, 구글은 광고 없이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에게 유튜브뮤직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월 1만 원대에 유튜브 프리미엄을 가입하면 뮤직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셈입니다. 공정위는 불공정 경쟁 요소가 존재한다고 판단하여 2023년 2월 조사를 시작했으나,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토종 플랫폼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구독자 이탈 방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멜론은 쇼츠 기능 강화와 함께 100만 명이 청취하는 ‘멜론 스테이션’, 신규앨범을 조망하는 ‘스포트라이트’ 등 기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니뮤직은 해외 음원 유통을 강화하고 있고, 플로는 오디오 콘텐츠를 강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구글 인앱결제 강제화 정책으로부터 토종 플랫폼을 도와주고 있으나 한시적 조치에 머물러 있습니다. 문체부는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를 불공정행위로 판단하여, 토종 플랫폼의 음원 사용료 정산 시 인앱결제 의무화에 따른 수수료를 제거하는 안을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6월부터 2023년 5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시행하여 그 효과도 이제는 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제 구글은 유튜브 프리미엄 고객 대상으로 1080p 프리미엄 화질을 제공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고화질 동영상 제공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고 있지 않습니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토종 테크 회사가 연간 수천만 달러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과 달리 구글은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토종 플랫폼 회사들과는 달리 구글은 별다른 추가 비용 없이 서비스 경쟁력을 더 높여가고 있는 셈입니다. 가성비를 따지는 고객들 입장에서 유튜브 서비스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이대로 가면 글로벌 빅테크가 토종 플랫폼을 완전히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서비스 경쟁력 차이로 인한 고객 선택의 결과라면 그래도 수긍할만합니다. 하지만 규제의 미비와 역차별로 인한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라면 토종 플랫폼 입장에서도 억울해할 만합니다. 차트 줄 세우기, 비싼 가격 등 토종 플랫폼에 대한 고객들의 볼멘소리로만 유튜브 뮤직의 성장을 바라보기에는 후진적 규제가 너무 눈에 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