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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Jun 10. 2023

애플 비전 프로, 차세대 아이폰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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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00만 원짜리 헤드셋을 도대체 누가 구매할까요? 애플이 애플워치에 이어 9년 만에 소개한 신제품은 분명 멋져 보입니다. 하지만 높은 가격은 애플 스스로도 고민인 것으로 보입니다. 애초에 판매 목표를 15만 대 수준으로 낮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6월 5일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비전 프로를 소개하면서 "맥(Mac)이 개인 컴퓨팅 시대를 열었고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 시대를 열었다면, 비전프로는 공간 컴퓨팅 시대를 열 것"이라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비전 프로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더해 만든 혼합현실(MR)용 헤드셋입니다. 데모 영상으로 본 비전 프로는 헤드셋을 쓰고도 주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고, AI를 활용한 아바타를 통해 화상회의에 참석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럼에도 높은 가격은 소비자에게 큰 부담입니다. 애플은 2023년 초 미국 출시를 목표로 3,499달러(약 455만 원)로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메타의 VR 헤드셋인 퀘스트 프로보다 3배나 비싼 가격입니다. 심지어 퀘스트 프로는 판매 부진으로 2023년 들어 가격을 30% 인하한 상태입니다.


비전 프로의 킬러 앱 개발도 중요해 보입니다. 건강 모니터링과 운동 데이터 기록 측정을 핵심으로 삼은 애플워치가 대증화되었듯이, 비전 프로도 핵심적인 용도 개발이 필수입니다. 단순 게임기나 3D 영화관 기능으로는 얼굴에 장착하는 헤드셋을 팔기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최소한 태블릿, 스마트폰, 노트북에서 볼 수 없는 콘텐츠를 비전프로가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애플 역사상 가장 팔기 힘든 제품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애플의 헤드셋 개발은 2015년부터였습니다. 당시 팀 쿡 CEO는 안경 스타일의 간편한 증강현실(AR) 글라스를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와 더 이상 출시를 미룰 수 없어 가상현실(VR) 헤드셋을 론칭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애초에 애플은 2020년 출시를 목표로 연간 약 300만 대 판매 목표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목표는 100만 대 이하로, 그리고 지금은 15만 대 수준으로 낮추어졌습니다.


아직 비전 프로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릅니다. 애플의 다른 제품들도 출시 이후 성공을 거두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아이폰은 2010년 4세대 제품이 출시되기 전까지는 성공했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애플 워치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투박한 디자인으로 절대 성공하기 어렵다는 혹독한 악평 일색이었습니다. 하지만 2022년 5천만 개 이상 팔리며 스위스 시계 산업 판매량을 뛰어넘었습니다. 애플은 이제 전 세계 1위 시계 사업자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둘째, 킬러앱이 점진적으로 추가되면서 비전 프로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만 해도 이메일 확인 외 별다른 용도가 돋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결제, 은행부터 음식 배달, 택시 호출 등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높은 가격과 완성도 높은 비전 프로의 외형은 개발자용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입니다. 일단 개발자들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킬러 앱을 개발하기 시작하면 분명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싼 가격을 소비자들이 어떻게 인식할 것이냐의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 2007년 아이폰이 최대 599달러에 출시되었을 때 많은 이들은 아이폰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손 안의 컴퓨터 이상의 기능을 하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요즘에는 아이폰은 1,599달러까지 판매되고 있고,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은 그리 커 보이지 않습니다. 애플은 비전 프로를 TV, 고품질 사운드, 컴퓨터와 카메라 등이 자연스럽게 조합된 기기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해상도 영화관을 구축하는데 약 500만 원의 가격이라면 구매할 고객도 있을 것입니다. 홈 시어터가 초기 유행할 때 빔 프로젝터가 그 정도 가격을 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은 소비자들이 이 제품에 어떤 기대치를 갖느냐가 핵심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애플이 완성도가 높지 않은 제품을 조기에 출시한다는 느낌은 강하게 받습니다. 기술적 제약으로 두 시간만 가동 가능한 배터리를 외부에 연결해야 하는 불편함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조기 출시의 첫 번째 이유는 경쟁사인 메타의 압박일 것입니다. 미국인의 약 10%가 헤드셋을 활용 중인데 현재는 메타가 대부분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23년 가을, 메타는 애플의 비전 프로보다는 기능은 떨어지나 훨씬 저렴한 가격인 499달러에 퀘스트 3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두 번째는 애플이 차세대 하드웨어 리더십을 주도하기 위해서로 보입니다. 오랫동안 전문가들은 차세대 기술 혁신은 안경 형태의 가볍고 투명한 AR 기기가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기술적 한계로 헤드셋에 그치고 있으나 지속적 기술 발전으로 스마트폰을 대체할만한 안경 형태의 편리한 기기가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팀 쿡 대표는 비전 프로를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의 시작이라고 소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마도 비전 프로를 보고 완벽주의를 지향했던 스티브 잡스는 실패라고 규정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배터리 수명이 고작 2시간에 불과하고 호주머니에 배터리를 넣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분명 애플스럽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전 프로는 아직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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