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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Jun 10. 2023

SBS, 지상파 최초 예능 분사

콘텐츠 제작과 유통의 분리

SBS가 지상파 최초로 예능 제작을 분사하기로 했습니다. 6월 10일 SBS에 따르면 재적 인원의 68.7%사 분사에 찬성하면서 예능 스튜디오 출범이 가결되었습니다.


SBS 예능 분사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2022년 연말이었습니다. SBS 지분을 확보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예능 제작 분사를 요청했다고 알려진 것이 그 배경입니다.


기업 가치 제고 관점에서 콘텐츠 제작을 분사시키는 것은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던 일입니다. CJ ENM은 2016년 드라마 제작 조직을 분리해 스튜디오 드래곤을 출범시켰습니다. JTBC의 콘텐트리중앙, SBS의 스튜디오 S 역시 드라마 제작 조직을 분사한 사례입니다.


콘텐츠 제작을 분리하는 이유는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분리하는 것이 기업가치 제고 관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콘텐츠 유통을 장악하고 자연스럽게 제작 역량을 키워가면서 자생하는 것이 가능했으나, 제작비가 올라가고 광고 수입만으로는 수익성 확보에 한계가 생기면서 별도로 분리하는 것이 유리해졌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 등 OTT가 발달하면서 외부 유통을 할 경우 수익성 보전이 가능하고, 별도 법인으로 두었을 때 외부 투자나 상장이 가능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장점도 존재합니다. 결국, 이러한 논리로 출범한 스튜디오 드래곤의 분사 성공이 콘텐츠 제작-분리를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SBS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예능 제작도 분리하는 공격적인 안을 실행했습니다. 2023년 1월 예능 스튜디오 분사에 대한 찬반투표를 시행했으나 당시에는 분사 요건인 60% 찬성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재적 인원 103명 중 99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투표 인원 중 55명만 찬성하면서 투표 인원 중 55.6%, 재적 인원 중 53.4%만 찬성에 그쳐 부결되었습니다. 6월 8일~9일 열린 찬반 투표에서는 재적 인원 99명 중 91명이 참여해 투표 인원의 74.7%, 재적 인원의 68.7%가 찬성했습니다.


이제 SBS는 예능 분사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숙제가 존재합니다. 아직 스튜디오 S의 기업가치가 SBS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능 스튜디오의 기업가치가 온전히 반영될지도 미지수입니다.


재미있는 예능 콘텐츠가 유튜브로 옮겨가면서 새롭게 출범한 약 100여 명의 SBS 예능 스튜디오가 성공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합니다. 자칫 잘 못하면 과도한 인건비로 인한 적자에 시달리면서 중장기적인 투자를 하기 어려워질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넷플릭스에서 '피지컬 100'이 흥행하면서 잘 만든 예능도 글로벌 OTT에서 흥행할 수도 있다는 이정표가 생기기는 했습니다. 런닝맨의 스핀오프 콘텐츠가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방영된 사례도 존재합니다.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사이렌: 불의 섬' 역시 생존 서바이벌 예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예능 콘텐츠 제작 법인에 유통 자율권을 부여하면 그동안 지상파 규제 속에서 제한되었던 것이 새로운 창의성으로 재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콘텐츠 제작과 유통의 명확한 분리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상파와 플랫폼은 경기 침체가 심화될수록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합종연횡을 시도하고 있다면, 콘텐츠 제작은 전문 스튜디오 설립을 통해 다양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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