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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Jan 30. 2024

'파괴적 혁신'이란 무엇인가?

누구나 한 번쯤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이라는 용어를 들어봤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정의가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상황에서 파괴적 혁신을 이룰 수 있을지 되물어보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일 것입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전 교수가 1995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파괴적 혁신’ 이론을 처음 소개한 이후, '파괴적 혁신'이 잘못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특히나 '파괴'라는 단어가 주는 강한 느낌 때문에 과거 대비 다른 모든 무언가에 이 용어를 오용하는 사례가 빈번해졌습니다. 


파괴적 혁신과 존손적 혁신을 구분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어떤 성장 경로를 선택할지에 따라 기존 기업의 견제를 피해 갈 수도 정면으로 맞닥뜨릴 수도 있습니다. 반면 기존 기업 입장에서는 파괴적 혁신을 추구하는 스타트업들을 경시하다가는 어느 순간에 경쟁에서 도태될 수도 있습니다.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의 네 가지로 요약 가능합니다.


먼저, 파괴적 혁신의 핵심은 과정에 있습니다. 한 순간에만 집중해 어떤 기업의 서비스가 파괴적 혁신인지 아닌지 파악할 때는 이미 늦은 때입니다. 파괴적 혁신은 주변부에서 시작해 주류로 확대되는 경로를 따릅니다. 따라서, 이미 주류로 들어왔을 때 대응하기에는 늦어 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파괴의 과정은 지난하고 오래 걸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하고, 주변부에 머물었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두 번째, 파괴적 혁신 기업은 기존 기업과 완전히 다른 사업 모델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아 간과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경쟁의 범주에서 고려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애플의 아이폰은 기존 핸드폰 산업에서 존속적 혁신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뒤이은 성장은 노트북 시장에 파괴적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노트북 사업자들이 애플의 혁신을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고 있다가 한 순간에 강한 도전을 받게 된 경우입니다.


세 번째는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결과만 놓고 성공한 기업만이 파괴적 혁신을 이루었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모든 성공을 '파괴'라는 개념으로 통찰하게 되면 서로 다른 전략을 혼용해서 이해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우버와 애플은 모두 '연결'과 '플랫폼'이라는 키워드로 성공을 이루었지만, 우버는 존속적 혁신인 반면, 애플은 파괴적 혁신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잘못된 해석은 잘못된 결론을 도출하기 마련입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파괴'할 만큼 급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오해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기업들이 굳이 모든 혁신적 변화에 과잉 대응할 필요가 없습니다. 수익성을 갖춘 사업은 캐시카우대로 지속하고 존속적 혁신을 통해 기존 고객과 관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다만, 파괴적 혁신이 이루어질 만한 영역에서는 지속적으로 신규 사업자의 동향을 관찰하고 필요하면 실험을 통해 뛰어들거나 파트너십이나 인수 합병을 고려해야 합니다. 


핵심은 기존 핵심 사업과 완전히 분리시켜 새로운 사업을 실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동안은 두 가지 사업을 병행하고, 사업 초반에서는 신규 사업에서 기존 사업의 고객을 일부 빼앗길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역설적으로 신규 사업이 기존 사업에 위협이 된다면 파괴적 혁신이 성공한 것입니다. 신규 사업자에게 기존 사업을 위협받느니 회사 안에서 파괴적 혁신을 이루는 것이 성공의 방법이라는 점을 어렵지만 명심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기존 기업은 존속적 혁신 경로를 따르고, 신생 기업은 파괴적 혁신 경로를 따릅니다. 신생 기업이 기존 기업을 위협할 경우, 기존 기업은 존속 혁신의 속도를 높이거나, 가격을 낮추어 신생 기업의 성장을 차단하거나 아니면 인수하는 방법을 택할 것입니다. 따라서, 기존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신생 기업들이 파괴적 혁신 경로를 밟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기존 고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나 '카카오 택시'가 파괴적 혁신일까요?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었고, 대단한 변화를 초래한 것은 맞지만 이론적으로는 이들 회사 사례는 '파괴적 혁신'이 아닙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파괴적 혁신은 저가 또는 신규 시장에서 이루어지나 우버나 카카오 택시는 기존 시장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파괴적 혁신이 다루는 저가 시장의 경우, 기업들이 가장 수익성 좋고 까다로운 고객들에게 점점 더 개선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 애쓰고, 덜 까다로운 고객들에게는 신경을 덜 쓰기 때문에 신생 기업을 위한 발판이 형성됩니다. 


신규 시장의 경우 아직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파괴적 혁신입니다. 예를 들어, 제록스가 대형 기업들의 복사나 프린트 수요에 집중했다면, HP 등 개인용 프린트기에 집중하는 사업자는 제록스가 간과했던 수요에 집중함으로써 파괴적 혁신을 이루어냈습니다.

 

두 번째, 파괴적 혁신은 품질이 향상될 때까지 주류 고객에게 인기를 끌지 못하나, 우버나 카카오 택시는 처음부터 기존 택시 서비스보다 더 향상된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파괴적 혁신에 따른 초기 제품은 기존 기업의 기존 고객들 관점에서는 열등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제공하는 기업들은 초기 니치 수요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후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기존 기업을 위협하는 것이 일반적 패턴입니다. 따라서, 우버나 카카오 택시는 파괴적 혁신이라기보다는 존속적 혁신에 해당합니다. 간편하게 스마트폰으로 예약하고, 신용카드를 이용해 바로 결제 가능하며, 운전자를 평가하여 더 높은 서비스 기준을 보장하는 등 기존 서비스에서 고객이 가진 불편함을 개선하며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보통의 경우, 신생 기업의 혁신은 파괴적 혁신을 통해 이루어지나 우버나 카카오 택시는 예외적 사례에 해당합니다. 택시 사업이 완전 경쟁 시장이었다면 아마도 우버나 카카오 택시는 파괴적 혁신 경로를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엄격한 규제의 보호로 기존 기업들의 존속적 혁신이 더디었고, 스마트폰을 활용해 존속적 혁신을 과감하게 추진한 우버나 카카오 택시가 성공을 거두었다고 설명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기존 이해관계자의 첨예한 대립과 정책의 보호라는 틀이 고객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기능 도입을 방해했고, 결국 신규 사업자가 존손적 혁신만으로도 시장을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한 것입니다.

  

혁신은 이제 일상적 기업 활동이 되었습니다. 분명한 점은 혁신하지 않으면 과거보다 더 빠르게 도태된다는 사실입니다. 시장이 성숙되면 성숙될수록, 기존 기업들도 저가 시장과 신규 (인접) 시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네이버가 '새벽배송'에 뛰어들고, 신세계 그룹이 오프라인 강자에서 이커머스의 신데렐라가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Clayton M. Christensen, Michael E. Raynor, and Rory McDonald, "What Is Disruptive Innovation?", Harvard Business Review (December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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