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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Jan 22. 2024

'파괴적 혁신'을 통해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기

시장을 선도하고 있던 대기업이 순식간에 후발 주자에게 뒤처지는 사례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아마존, 넷플릭스 성공 사례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런 사례는 매우 많습니다. 단적으로 다이소가 저가 공세를 통해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한편, 신세계가 유통 강자로서의 위상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쿠팡이 어느새 온라인 유통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사례 중 하나일 것입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였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파괴적 혁신’을 제시했습니다. 1995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파괴적 기술: 파도에 올라타라(Disruptive Technologies: Catch the Wave)'를 기고하며, 파괴적 혁신을 통해 왜 선두기업이 후발주자에게 자리를 뺏길 수 있는지 통찰했습니다. 그로부터 25년이 넘게 지난 현시점에 우리는 스타트업이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얼마든지 기존 기업들의 아성을 무너트릴 수 있음을 목격해 왔습니다.


‘파괴적 혁신’ 이론이 지금까지도 주목받는 이유는 1) 대기업이 왜 새로운 혁신의 기회를 잡기 어려운지 설명하며, 2) 새로운 혁신의 기회를 탐색하기 위해서는 조직 차원의 구조적 접근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스타트업 관점에서는 기존 대기업의 아성을 무너트릴 새로운 길이 항상 존재함을 보여준다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큽니다.

 

시장 내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항상 두 가지 선택권이 존재합니다. '존속적 기술 혁신'을 통해 '고가 시장'에서 더 매력적인 이윤을 얻거나, '파괴적 기술 혁신'을 통해 아직 검증되지는 않았으나 '저가 시장'에 진입해 낮은 이윤을 취하는 것입니다. 일정한 개선율을 전제로 하는 '존속적 기술 혁신'은 대기업 관점에서는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이 이에 맞추어져 있어 안정적이고 검증된 길입니다. 하지만, '파괴적 기술 혁신'은 리스크가 높고, 손익이 저조하기에 기존 사업을 영위하는 관점에서는 매력이 저조합니다.

  

후발주자에게 시장을 잠식당하는 대기업의 경영진이 무지하거나 게을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대기업 경영진이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열심히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후발주자에게 잠식당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입니다. 더 높은 수익성 관점에서 기존 사업에 자원을 배분하는 의사결정은 매우 합리적입니다. 따라서, 주류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는 전략은 항상 옳습니다. 다만, 파괴적 기술을 간과했을 때의 결말은 비극적입니다. 1976년 존재하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전문 기업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업체가 없다는 것이 이를 반증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추구하는 후발주자는 기존 시장의 주류 매스 고객을 대상으로 하거나, 아니면 아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도 합니다. 기존 대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일부 성능을 희생하는 대신, 아직 중시되지 않는 다른 속성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취합니다.

<존속적 혁신 vs. 파괴적 혁신>


따라서 기존 대기업이 파괴적 혁신을 놓치지 않으려면, 지속적으로 혁신의 기회를 탐색하고 육성할 수 있는 아래 네 가지의 구조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먼저, 기술이 존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지 파괴적으로 도약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이때 다양한 부서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마케팅이나 재무 인력보다는 기술 인력들에게 어떤 기술이 시장을 혁신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매출 잠재력이나 재무적 수익성을 떼어놓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쿠팡이나 아마존 쇼핑, 넷플릭스도 상당 기간 적자를 기록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수익성 관점에서는 파괴적 혁신 기술은 영원히 무시당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해당 파괴적 기술의 전략적 중요성을 정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파괴적 기술을 기존 주류 고객에게 물었을 때 돌아오는 답은 '이게 왜 필요한가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메인 프레임을 사용하는 기업 고객에게 개인용 컴퓨터가 어떨지 물어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15년 전으로 돌아가 노트북을 잘 쓰고 있는 고객에게 스마트폰이 어떨지 물어보는 것 역시 공허합니다. 지금 현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 인공지능(AI)이 어떻게 필요할 것인지 물어보는 것 역시 의미가 크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질문을 누구에게 던질 것인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세 번째는 파괴적 기술이 적용될 초기 시장을 찾아야 합니다. 신기술이 파괴적 혁신을 이룰 잠재력을 지녔고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후에는 초기 시장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빠른 실험'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시장 또는 세부 시장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도 정확하게 해당 기술의 수요가 존재할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제품 및 시장을 대상으로 신속하게, 반복적으로, 저렴하게 실험을 거듭해야 합니다. 오늘날 많이 회자되는 린스타트업, MVP, A/B 테스트 등 모두 이 개념에서 출발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원칙은 파괴적 기술을 활용할 사업 개발을 독립 조직에 맡겨야 한다는 점입니다. 독립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파괴적 기술이 주류 기술보다 이윤이 낮고, 새로운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할 때입니다. 반대로 충분한 이윤을 창출할 수 있고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면 굳이 신규 조직을 만들 필요 없이 기존 조직에서 수행해도 충분히 돌아갑니다. 핵심은 회사의 자원을 놓고 기존 제품과 경쟁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이 경우, 십중팔구 조직 논리에 묻혀 파괴적 기술은 사장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파괴적 기술 혁신을 주도할 자회사를 만들었다거나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했다면, 철저하게 본사와 분리해서 운영해야 합니다. 통합하는 순간 혁신의 기회는 사라질 것입니다.


따라서, 파괴적 혁신은 한 기업의 성장 동력이자 몰락 요인이기도 합니다.



<Joseph L. Bower and Clayton M. Christensen, "Disruptive Technologies: Catching the Wave", Harvard Business Review (January–February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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