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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Feb 01. 2024

피그말리온 효과 vs. 필패 신드롬

피그말리온 효과는 상대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과 긍정적인 기대가 강해지다 보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반대도 존재합니다. 바로 필패 신드롬 (Set-up-to-fail Syndrome)입니다. 즉, 상사에게 별 볼 일 없고, 무능한 직원으로 낙인 ‘찍히면’ 아무리 노력해도 부진한 성과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직원은 자의든 타의든 조직을 떠나게 됩니다. 차이는 상당한 시간을 보낸 후 팀워크가 무너지게 만드는 상태로 떠날 것이냐, 아니면 서로 감정적 소모 없이 바로 떠날 것이냐의 차이일 것입니다.


애초에 직원의 업무 성과가 떨어졌다면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애초에 그 일을 할만한 깜냥이 안되었거나, ‘필패 신드롬’에 빠져 있거나입니다. 어느 쪽이든 직장 상사가 세세하게 업무에 관여하고 감시한다면 서로에게 시간 낭비입니다. 깜냥이 안된다면 재배치 또는 해고 밖에 답이 없으며, 원래 역량이 충분하나 ‘필패 신드롬’이라면 관계 설정을 다시 하거나 다른 업무를 배정하는 것이 답입니다.


다만, 상사가 잘못된 ‘필패 신드롬’의 함정에 빠져 있다면 다른 직원이 오더라도 비슷한 유형의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따라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사람은 직장 상사인 팀장 자신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직원은 팀장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팀장의 마음속에 본인이 인사이더인지 아웃사이더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아웃사이더로 분류되었다고 인식한다면 업무 성과는 개선되지 않을 것입니다. 어느 경우든 프로가 프로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반대로 성과 개선을 위해 본인이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성과를 개선하는 것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보통 필패 신드롬은 사소하고 작은 사건에서 시작됩니다. 팀원이 마감일을 넘겨 보고한다거나, 기준에 미달하는 보고서를 제출하게 됩니다. 이에 팀장은 팀원에 대해 관리 감독을 강화하여 더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업무 실행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합니다. 팀원은 팀장이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더 이상 고성과자로 인식되고 있지 못함을 인지합니다. 팀장은 팀원이 문제 해결을 못하면 판단력이나 능력의 부족으로 여기게 됩니다. 팀원은 불만이 고조되고 모든 일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됩니다. 그리고 기계적이며 자기 방어적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상사는 해당 직원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관리감독 없이는 아무 일도 못한다고 확신하게 되고,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결국 해당 팀원의 실망, 분노, 좌절감이 커지게 됩니다. 


필패 신드롬을 막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솔직하게 얘기하고, 사람이 아닌 문제에만 집중해서 개선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팀장의 개입 정도를 의식적으로 제어해야 합니다. 만약, 개입 정도가 심해져야 산출물이 나온다면,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만약 신드롬이 이미 발생했다면, 상호 간에 이러한 신드롬이 있음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개선할 방법을 논의해야 합니다. 상대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빨리 조치를 취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득입니다.


인생의 중요한 교훈은 ‘존중한 만큼 존중받는다’입니다. 성과가 부진하다는 이유로 개입을 하는 순간, 상대는 대게 감사하기보다는 무시나 불신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해당 개입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명확한 맥락을 설명해 주고, 현재의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그 개입이 최소화될 것이라는 상호 신뢰가 전제되었을 때입니다.


자, 이제 팀원이 가져오는 산출물이 기대 이하라고 가정해 봅시다. 만약, 처음이라면 산출물이 왜 기대 이하인지 정확하게 설명해 주고 개선을 요청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1) 요청사항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2) 이해는 했으나 그것을 해결할 스킬이 모자라거나, 3) 요청사항에 대한 산출물의 기대 수준에 대해 상호 간에 이해 차이가 여전히 존재하거나, 4) 아니면 하기 싫은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필패 신드롬에 빠지지 않으려면 순차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1) 요청 사항에 대해 정확한 맥락을 설명해 주고, 더 정확하게는 이메일 등 글로 정리해서 전달한다.

2) 관련 업무 스킬이 모자라다면 코칭을 해주거나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정확히 알려준다. 이 방법은 연차가 낮은 직원에게 해당하며, 10년 차 이상의 직원에게 활용할 경우 오히려 전문성을 의심한다고 오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3)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세세하게 쪼개서 알려준다. 산출물을 한 두 번 가져왔으나, 기대 수준에 못 미칠 때 상대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먼저 확인한 후, 이 방법을 활용한다. 그럼에도 기대 수준이 올라가지 않는다면, 해당 직원의 프로 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4) 마지막으로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결이 안 된다면, 이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거나 또는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이다. 해당 직원이 사전에 이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합리적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면, 해당 직원의 업무를 재배치하거나 내보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필패 신드롬이 위험한 이유는 자기 충족적이고 자기 강화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어 악순환에 쉽게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팀장은 개입과 관리감독에 불필요한 시간을 투입해야 하고, 팀원은 팀장의 불신에 괴로워하게 됩니다. 서로에게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시그널입니다. 따라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그것이 벌어진다고 인식되었을 때는 투명하게 대화를 나누고 해결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왕에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면, 필패 신드롬보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둘 다 근거 없는 믿음인 것은 마찬가지나, 적어도 피그말리온 효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Jean-François Manzoni & Jean-Louis Barsoux, “The Set-Up-To-Fail Syndrome”, Harvard Business Review (March–April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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