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메타는 유럽연합(EU)의 새로운 AI 법안으로 최신 범용 AI 모델인 라마 3을 유럽에서 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애플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계 빅테크 기업이 유럽에서 물러난 경우입니다.
2/ 라마 3은 인간 두뇌의 시냅스와 유사한 수십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오픈소스 모델로, 누구나 자유롭게 AI를 개발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EU의 규제 강화로 유럽 기업들은 라마 3 뿐 아니라 다른 AI 모델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 AI 시대에 완전히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릅니다.
3/ EU의 AI 법안은 범용 AI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저작권법을 준수하고, AI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셋 목록을 공개하며, 사람의 상시 감시를 허용하고 위험 관리 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매출의 최대 7%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될 수도 있습니다. AI 기술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강한 법안이나 문제는 너무나 광범위해서 반대로 무엇을 대처해야 할지 모호하다는 데 있습니다.
4/ 이런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네이버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은 AI 안전을 위한 자체 대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글은 유튜브에서 AI로 생성된 콘텐츠에 라벨을 붙이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고, 네이버는 AI 오남용 방지를 위해 '네이버 AI Safety Framework(ASF)'를 신설했습니다.
5/ 글로벌 AI 규제 추세는 점점 더 엄격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딥페이크 피해자를 위한 '딥페이크 책임법'을 추진 중이며, 중국도 포괄적인 AI 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AI 기술의 윤리적 사용과 사용자 보호에 대한 필요성을 반영합니다.
6/ 민간 영역에서 AI 학습에 대한 저작권 소송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소니 뮤직, 워너 레코드, 유니버설 뮤직 등 글로벌 3대 음반사가 AI 음악 생성 서비스인 수노와 유디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그 대표적 예로, AI 음악 학습 분야에서는 최초의 소송입니다. 3대 음반사는 학습에 사용된 곡 한 개당 최대 15만 달러(약 2억 1000만 원)의 법적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수노가 662곡, 유디오가 1,670곡을 복사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청구액은 각각 9,930만 달러(약 1,400억 원)와 2.5억 달러(약 3,500억 원)에 달합니다.
7/ Reddit 및 StackOverflow와 같은 서비스는 AI 개발 회사에 데이터 액세스와 학습에 대한 요금을 청구하기 시작했으며 일부 게시자는 법적 조치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New York Times가 2023년 OpenAI와 Microsoft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한 것은 AI 학습에 대한 업계의 반응을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8/ 이제 투명하고 엄격한 윤리 지침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기업들이 AI 기술 발전의 선두에 설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지 않을 것입니다. 규제 이전 충분한 기술력과 자본력을 확보한 빅테크가 규제 프레임웍을 활용하며 기득권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AI 학습에 관한 광범위한 규제가 심화될수록 개별 국가 단위의 상대적 소규모 테크 회사나 연구자들에게는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9/ 지금까지 한국은 한국어라는 진입장벽으로 미국계 빅테크로부터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만들었으나 AI 시대에는 언어적 장벽이 제일 먼저 약화되었고 이제는 완전 경쟁의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소버린 AI라는 구호가 허무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지점입니다.
10/ 그럼에도 한국어로 된 고유한 역사서와 문헌 자료, 국가의 기밀을 미국의 빅테크 AI에 온전히 학습시키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소버린 AI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각 나라가 자신의 문화와 역사, 안보를 지키기 위해 가야 할 숙명입니다. 한국은 반도체 기술과 함께 AI를 자생적으로 만들 수 있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11/ AI 시대에는 혁신과 육성 그리고 국가 간 규제 사이에 더욱 첨예한 대립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고유한 언어를 지키는 것만큼 주권을 지키는 고유의 AI 모델 유무는 미래 국가 경쟁력과 직결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