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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Aug 04. 2024

AI 거품론을 이해하는 3가지 코드

데이터, 칩, 비즈니스 모델

1/ ‘AI 거품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빅테크의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자,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AI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던 이들 빅테크의 성과가 ‘AI 거품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2/ 현재 AI 산업은 기대와 환멸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가트너는 모든 기술이 1) 초창기 기술 발전을 거쳐 2) 기대감의 정점에 이르다가, 과잉투자로 인해 3) ‘환멸의 골짜기’로 추락한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대부분 기술이 종말을 맞이하나, 효율성이 배가된 상용화된 성공 사례가 생긴다면 4) 재확장 단계로 갔다가, 생산성이 안정되며 5) 범용적으로 사용하는 단계에 이른다고 설명합니다. 가트너는 2025년 경에는 AI 산업이 ’ 환멸의 골짜기‘에 빠질 수 있다고 예측합니다.


3/ ’AI 거품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1) 학습할 데이터가 고갈되고 있고, 2) 고가의 칩을 대체할 파괴적 혁신이 더디며, 데이터 학습과 고가의 칩 구매에 과잉투자가 일어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3) 비즈니스 모델이 미흡하다는 것입니다.


4/ 대형언어모델(LLM)이 발전하면서 전례 없는 데이터 수요가 발생하나, 앞으로 2년 이내 AI가 학습할 고품질의 텍스트 데이터가 고갈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커뮤니티의 게시글이나 정부 또는 기업의 내부 데이터를 학습하지 않는 한 AI 성능 발전의 한계는 분명 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5/ 이에, 메타의 라마나 미쓰트랄AI는 공개형 LLM을 주창하며, AI 에이전트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공개된 LLM 모델을 활용하여 기업들은 내부 기밀 데이터를 학습시켜 업무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다는 주장입니다. AI 낙관론을 지지하는 이들은 이런 접근을 통해 수많은 Vertical AI 에이전트 모델이 발달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애플의 인텔리전스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 또는 한 조직의 기밀 정보가 클라우드를 전제로 한 AI 모델에서 얼마나 보안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애플이 인텔리전스를 발표하면서 AI가 구동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침해받는 일은 없다는 것을 여러 번 강조한 것은 반대로 정보 위협이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입니다.


6/ 두 번째는 대체 가능하고 더 저렴한 칩이 나타날 것인가입니다. 엔비디아가 98% 가까이 독점하고 있는 AI 칩 시장에 대체재가 되기 위해 수많은 회사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최근 애플이 아이폰 등 자사 기기에 장착할 AI 모델을 학습시키는데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아닌 구글의 텐서 처리 장치(Tensor Processing Unit·TPU)를 택할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를 ‘엔비디아 제국’의 균열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7/ 빅테크들은 자체 AI 칩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TSMC와 손잡고 GPU를 대체할 추론용 AI 칩을 개발 중이고, 오픈 AI도 최근 새로운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사내 전담팀을 만들었고 미국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과 협력을 논의 중입니다. 소프트뱅크는 영국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래프코어를 인수했습니다.


8/ 마지막으로 AI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합리적 질문이 ‘AI 거품론’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바클리, 세쿼이아캐피털 등과 같은 기관에서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AI가 한동안 수익을 창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성 보고서를 연달에 발표하고 있습니다. 세쿼이아캐피털은 2024년 빅테크의 연간 AI 매출이 약 6,000억 달러 정도가 되어야 손익 분기를 맞출 수 있으나, 아무리 잘해봐야 1,000억 달러에 못 미칠 것이라 예상합니다. 5,00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거품이라 주장하는 것입니다. 업계 선두인 오픈 AI가 2024년 약 50억 달러(약 6조 9천억 원)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9/ 데이터 부족, 칩 대체 가능성, 비즈니스 모델 미흡 등 현재 AI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요소는 많습니다. AI가 애초의 기대만큼 효율성을 제고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 일선에서 AI를 통한 변화 열망이 크다는 점은 과거 있었던 두 번의 AI 빙하기와는 분명 다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1970년대, 1980년대 후반 있었던 두 번의 빙하기가 이번에는 오지 않을 것이라 예측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10/ AI는 분명 기대와 환멸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앞으로 환멸의 골짜기를 어떻게 지나갈지도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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