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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Dec 20. 2024

에디티스의 성장

프랑스 2대 출판사의 횡보

2024년 7월, 프랑스 출판계에 중대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에디티스(Editis)가 프랑스의 3대 만화 출판사 중 하나인 델쿠르(Delcourt)를 인수하기 위해 독점 협상에 돌입한 것입니다. 1986년 기 델쿠르(Guy Delcourt)가 설립한 이 출판사는 프랑스 만화 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간 약 700종의 만화책과 그래픽 노블을 출판합니다. 2023년 기준 매출액은 약 1억 420만 유로에 달하며, 13,000종 이상의 작품 카탈로그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표 작품으로는 《헬보이》, 《샌드맨》, 《워킹 데드》 등의 프랑스어판 출판권이 있습니다. 기 델쿠르는 자녀들이 회사를 계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매각을 결심했다고 전했습니다.


에디티스는 프랑스 제2의 출판 그룹으로, 프랑스 출판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으로 7억 8900만 유로의 매출을 기록하며, 최근에는 만화와 웹툰 분야로의 진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델쿠르 인수 외에도, 자체적으로 만화와 웹툰 분야의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어권 시장에 중점을 둔 전략을 채택해, 프랑스뿐만 아니라 벨기에, 스위스 등 유럽 프랑스어권 지역과 퀘벡 및 아프리카 프랑스어 사용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에디티스는 1835년 샤를 아바(Charles Havas)가 설립한 아바 통신사(Agence Havas)에서 시작해 성장해왔습니다. 설립 초기에는 신문과 도서 출판, 광고,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하며 역사를 쌓아왔습니다. 2004년 1월에는 비벤디 유니버설 퍼블리싱(Vivendi Universal Publishing) 자산 일부를 분리하여 현재의 에디티스가 탄생했습니다. 이후 2008년에는 스페인어권 최대 출판사인 플라네타(Planeta) 그룹에 인수되었으며, 2019년에는 비벤디가 9억 유로에 에디티스를 재인수하며 주요 출판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3년 11월, 에디티스는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유럽 경쟁당국의 요구에 따라 비벤디의 자회사였던 에디티스는 체코 미디어 인베스트(Czech Media Invest)에 6억 5300만 유로에 매각되었습니다. 이번 매각은 에디티스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계기가 되었으며, 현재는 체코 억만장자 다니엘 크레틴스키(Daniel Křetínský)가 소유한 체코 미디어 인베스트의 100% 자회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에디티스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출판 사업의 핵심 가치를 유지하며, 프랑스어권 출판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체코 미디어 인베스트(Czech Media Invest, CMI)의 소유주 다니엘 크레틴스키(Daniel Kretinsky)는 이미 프랑스 내 여러 주요 미디어 자산에 투자하며 영향력을 확대해왔습니다. 그는 과거 프랑스 일간지 Le Monde 신문의 지분을 보유한 바 있으며, 프랑스 최대 도서 소매업체 Fnac Darty의 25% 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투자 경험은 그가 프랑스 미디어와 출판 시장의 잠재력을 깊이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에디티스를 통해 그는 단순히 출판 시장에 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학, 만화, 디지털 콘텐츠를 포함한 포괄적인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체코 기업이 프랑스 문화와 언어적 특성을 존중하면서도 유럽 전역에서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장기적 비전을 반영한 것입니다.


CMI는 중앙유럽과 서유럽의 미디어 자산을 인수하고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둔 체코의 주요 미디어 그룹입니다. CMI는 체코 최대 미디어 회사인 Czech News Center와 프랑스의 Elle 잡지, Marianne 주간지 등 다양한 미디어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체코에서 가장 큰 신문 및 잡지 발행사이자 주요 라디오 방송국 운영사로 자리 잡은 CMI는 2022년 기준 총 자산이 5억 2천만 유로에 달합니다.


CMI는 프랑스 출판 시장의 선두 주자인 에디티스 인수를 통해 미디어 그룹을 넘어 출판 산업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어권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에디티스를 기반으로, CMI는 유럽 콘텐츠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벤디(Vivendi)가 라가르데르(Lagardère) 인수를 위해 에디티스를 매각해야 했던 상황을 CMI는 기회로 삼아 성공적으로 에디티스를 확보했습니다. 이번 인수는 CMI가 기존 신문과 잡지 중심의 미디어 포트폴리오를 넘어서 출판 산업으로의 확장을 이루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다니엘 크레틴스키 (Daniel Kretinsky)


사진 출처: 링크



체코 미디어 인베스트의 르 몽드 지분 매각 과정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2018년 10월, 체코 억만장자 다니엘 크레틴스키가 체코 미디어 인베스트를 통해 르 몽드(Le Monde)의 주요 주주 중 한 명인 마티유 피가스(Matthieu Pigasse)의 지분 49%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르 몽드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일간지로, 독립성과 공정성을 상징하는 언론으로 평가받아 왔기에 외국 자본의 유입은 프랑스 언론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에 르 몽드 기자들은 편집권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공개 서한을 발표하며, 투자자가 편집 방향에 개입할 가능성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프랑스 시민사회와 지식인들도 이에 동참해 500명 이상의 저명 인사들이 기자들의 독립성 요구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반응은 프랑스 언론의 독립성과 문화적 자존심을 지키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되었습니다.


이 논란은 2019년 10월, 르 몽드의 주주들이 기자들과 독자 대표들에게 새로운 지배주주에 대한 거부권을 부여하는 협정을 체결하며 일단락되었습니다. 이 협정에 따라 주주가 지분 과반을 매각하려 할 경우, 기자들과 독자 대표들은 이를 저지하고 대안 투자자를 찾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크레틴스키는 이러한 반발에 대해 "프랑스 언론의 독립성을 존중하겠다"고 밝혔지만, 그의 투자 배경과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구심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이후에도 르 몽드 내부에서는 외국 자본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지속되었고, 이는 프랑스 언론계에서 외국 자본의 역할과 편집권 독립성 사이의 균형을 둘러싼 중요한 논쟁을 촉발했습니다.


2023년 9월, 크레틴스키는 르 몽드의 지분을 자비에 니엘(Xavier Niel)에게 매각하며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니엘은 이 지분을 '언론 독립성을 위한 기금'에 이전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는 르 몽드 기자들과 독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체코 미디어 인베스트는 르 몽드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으며, 이 사건은 프랑스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외국 자본이 프랑스 언론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를 남겼으며,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논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에디티스는 프랑스 출판계를 대표하는 거인으로, 현재 약 50개의 다양한 출판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중 로베르 라폰(Robert Laffont), 플롱(Plon), 줄리아르(Julliard)와 같은 주요 브랜드는 각각 독특한 작품을 통해 프랑스 문학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로베르 라폰은 마르크 레비(Marc Levy)의 《첫눈에 반하다(Et si c'était vrai...)》로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으며, 플롱은 미셸 우엘벡(Michel Houellebecq)의 《소미에(Soumission)》를, 줄리아르는 아멜리 노통브(Amélie Nothomb)의 《두려움과 떨림(Stupeur et tremblements)》을 출판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에디티스는 매년 약 4,000종의 신간을 출판하며, 문학, 교육, 참고서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현재 2,4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45,000종 이상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초중등 교과서와 교육 보조 자료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교육용 게임 제작에서도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2025년 1월 1일부터 아우주(Auzou) 출판사와 유통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교육 콘텐츠의 유통 범위를 더욱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에디티스가 교육 출판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최근 에디티스는 만화와 웹툰 시장으로 활발히 진출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블랙 리버(Black River)와 코툰(Kotoon) 브랜드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툰은 한국 웹툰의 프랑스어 번역 출판에 집중해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 《닥터 엘리제》, 《사내맞선》과 같은 한국 작품들을 선보이며 새로운 독자층을 성공적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보는 에디티스가 디지털 시대와 변화하는 독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며 출판 시장의 트렌드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024년 12월 20일, 유럽 공정거래위원회는 에디티스의 델쿠르 인수를 최종 승인했습니다. 에디티스는 델쿠르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직원 해고 없이 운영하겠다는 약속을 밝혔습니다. 에디티스의 CEO는 이번 인수가 회사의 만화 및 망가 부문 강화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델쿠르의 창의성과 독립적 운영 방식을 최대한 존중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델쿠르의 창립자인 기 델쿠르(Guy Delcourt)는 앞으로 몇 년간 회사 운영을 지속하며, 델쿠르가 가진 독창적인 콘텐츠와 포트폴리오가 에디티스의 글로벌 확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델쿠르(Delcourt)는 1986년 기 델쿠르에 의해 설립된 프랑스의 대표적인 만화 독립 출판사로, 설립 초기부터 독창적이고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선보이며 독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2011년에는 또 다른 주요 만화 출판사인 솔레일(Soleil)을 인수하며 포트폴리오를 대폭 확장했고, 이를 통해 SF와 판타지 장르에서 강력한 입지를 다졌습니다. 대표작으로는 《드래곤즈》와 같은 판타지 시리즈와 독특한 그래픽 노블 작품들이 있으며, 이러한 콘텐츠는 델쿠르의 브랜드를 독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또한, 델쿠르는 망가와 웹툰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에디티스가 델쿠르 인수로 종합 출판 그룹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델쿠르는《헬보이》와 같은 글로벌 히트작뿐만 아니라, 망가와 웹툰을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에디티스의 포트폴리오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러한 확장은 에디티스가 전통적인 문학 출판을 넘어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다양한 콘텐츠로 독자층을 확대하려는 장기 전략의 중요한 요소로 평가됩니다.


기 델쿠르 (Guy Delcourt)

사진 출처: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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