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디자인, 수소, 공급망… 미래차의 중심으로 부상한 중국
2025년 상하이 모터쇼는 단순한 신차 발표회가 아니었습니다. 중국은 이 무대를 통해 자동차 산업의 지형을 어떻게 재설계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전기차, 자율주행, 수소, 광학 기술, 디자인 등 모든 분야에서 글로벌 기준을 넘어서려는 전략이 구체적으로 구현되었습니다.
이번 모터쇼의 핵심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중국은 더 이상 자동차를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설계하는 나라가 되었다는 선언이었습니다. BYD, 샤오미, 니오, 지커, 리오토 등 로컬 브랜드는 이제 단순한 완성차 제조사를 넘어, 자체 플랫폼과 독자 디자인 언어, 자율주행 기술 스택을 갖춘 기술 복합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은 상용화의 문턱을 넘어섰습니다. 디디추싱과 GAC가 협력한 레벨 4 차량은 33개의 센서를 장착하고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 무인 주행이 가능함을 보여주었으며, 포니 AI의 7세대 플랫폼은 양산 기반 구조와 70퍼센트의 비용 절감 효과로 주목받았습니다.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벤츠도 화웨이와 바이트댄스의 기술을 채택하며 중국 기술 생태계에 능동적으로 편입되고 있습니다.
디자인 영역에서도 중국의 독자성이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BYD 오션 시리즈는 해양 생물에서 영감을 받은 유기적 곡선과 파도 같은 조명을 활용해 감각적 몰입을 유도했습니다. 폭스바겐은 중국 전통 문양을 적용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선보였고, 현대자동차는 공기역학을 예술적으로 해석한 실루엣으로 시선을 끌었습니다.
광학 기술은 자동차와 사람, 자동차와 도시의 관계를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마렐리의 픽셀 테일램프는 밀도 높은 애니메이션 시그널을 구현해 차량의 의사를 시각적으로 표현했으며, 벤츠의 서라운드 테일램프는 차량 전체를 커뮤니케이션 인터페이스로 전환했습니다. 보행자에게 안전 신호를 투사하거나 주차 보조 각도를 아스팔트 위에 그리는 기술은 차량이 도시와 소통하는 존재가 되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AI 인터페이스는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구성하고 있습니다. 니오의 노미(NOMI)는 운전자에게 말을 걸고 감정을 교류하며 차량 기능을 자연스럽게 제어하는 AI 페르소나로 작동했습니다. 샤오펑의 IRON 로봇은 사람의 몸짓을 흉내 내며 차량 설명과 제스처 안내를 수행했고,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기술이 감정에 닿을 수 있음을 실감케 했습니다.
수소차 기술에서도 의미 있는 전환이 목격되었습니다. 중국 최초의 고체 수소 저장형 MPV는 기존 고압가스 방식 대비 공간 효율을 30퍼센트 높였고, 충전 인프라 비용을 40퍼센트 이상 절감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플랫폼 내장형 구조와 열관리 시스템 통합 기술을 통해 도심형 수소차 상용화의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디자인의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습니다. 포르셰의 911 스피릿 70은 1970년대의 클래식한 디자인에 펄 컬러를 더했고, 현대의 N 비전 74는 포니 쿠페를 기반으로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미감을 제안했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브랜드 유산과 미래 전략이 만나는 설계적 상상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실내 공간 역시 진화하고 있습니다. 렉서스 ES는 휠베이스 확장을 통해 2열 무릎 공간을 15퍼센트 넓혔고, 리오토 G6는 전통 계기판을 없애고 프로젝션 기반의 디지털 UI를 적용했습니다. 평평한 트렁크 구조, 태블릿형 스티어링, 미니멀한 대시보드는 자동차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생활공간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모터쇼에서 가장 본질적인 충격은 공급망의 전면 등장이었습니다. 나파, 닝더시, 모멘타 등 23개 부품·플랫폼 기업이 완성차 전시관 한가운데에 위치하며 기술의 주도권이 OEM에서 테크 서플라이어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경량화 배터리, 쌍핵전력 시스템, 자율주행 칩 플랫폼 등 이들의 기술은 이제 보조가 아니라 중심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는 단지 기술의 전환이 아니라 산업 구조의 전환입니다. 수직통합 생산 체계는 해체되고 있으며, 반도체, 소재, 소프트웨어, AI 기업들이 모빌리티 플랫폼을 함께 설계하는 수평적 생태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정책, 기술, 기업이 하나의 방향으로 정렬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중국 정부는 기술 표준화, 수소 인프라 구축, 스마트 교통 실증, 글로벌 규격 협상 등 다층적 전략을 통해 자국 내 기술 생태계를 글로벌 수준으로 견인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제조 강국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를 설계하는 시스템 국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상하이 모터쇼는 하나의 국가가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는지를 시각적으로 증명한 자리였습니다. AI와 수소, 자율주행과 디자인, 공급망과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거대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중국 상하이 모터쇼의 충격은 우리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다시 고민하는 계기로 다가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