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넥서스』가 말하는 진짜 위협
AI는 당신보다 당신을 더 잘 이해하고, 당신보다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만듭니다.
유발 하라리는 책 『넥서스』에서 AI가 인간의 정체성을 재정의할 수 있기에 위험하다고 강조합니다. 인간의 정체성은 더 이상 스스로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설계한 서사에 의해 규정되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기술은 이제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주체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을 이야기로 규정해 왔습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신화, 종교, 이데올로기, 소비문화로 답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서사를 생성하는 엔진이 언어모델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하라리는 AI가 인간을 위협하는 본질로, 이야기 능력의 무기화를 지목합니다. 챗봇과 추천 알고리즘은 감정과 취향, 정체성마저 조작 가능한 이야기로 재구성합니다.
민주주의조차 이 서사에 의해 전복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합니다. 실제로 AI는 선거에서 유권자별로 감정을 정밀하게 설계한 메시지를 생성하고, 소비에선 구매 결정을 유도하며, 연애와 우정조차 알고리즘 화합니다. 설득을 넘어선 정체성의 재편, 그 시작점에 우리가 서 있습니다.
하라리는 이 흐름을 ‘넥서스(Nexus)’라고 부릅니다. 단순한 연결이 아니라, 인간과 기술이 존재의 층위에서 융합되는 지점이라는 뜻입니다. 기술이 인간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자체를 다시 쓰기 시작한 시점입니다. ‘넥서스’라는 단어는 원래 서로 다른 세계가 교차하는 접점, 혹은 결절점을 의미합니다. 하라리는 그 지점에서 기술이 인간의 감정과 서사, 정체성을 조율하기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AI는 “감정을 인식하고, 반응하고, 유도할 수 있는 첫 번째 비인간 존재”라는 점에서 위협적입니다. 생각이 아니라 감정의 영역까지 침투한 기술은 이제 인간의 선택과 판단, 믿음과 행동 전반을 재구성할 수 있는 힘을 가집니다.
『넥서스』에서 하라리는 이렇게 묻습니다. “AI가 당신의 감정을 설계하고, 당신의 신념을 조합하며, 당신의 기억을 편집할 수 있다면, 당신은 누구인가?” 이 질문은 인간 존재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입니다.
하라리는 경고합니다. “AI는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를 재배열하는 존재다.” 이는 정보의 조작을 넘어, 현실을 인식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입니다. 진실이 무너진 사회보다 더 위험한 것은, 공유되는 이야기가 사라진 사회입니다.
하라리는 해법을 기술 규제나 통제에서 찾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인간이 자신의 감정 구조와 인지 패턴을 더욱 정교하게 인식하는 존재로 깨어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AI가 당신보다 당신을 더 잘 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진짜 자각이 시작된다 “고 그는 강조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더 많은 정보를 갖는 것보다,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의 힘이다.” 기술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인식을 회복하는 것이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방향입니다.
이 책은 기술을 비판하지 않습니다. 『넥서스』는 인간과 기술이 충돌하는 지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인간이 자기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거울의 순간을 이야기합니다. 연결은 종종, 본질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이 되기도 합니다.
AI는 이제 ‘진실’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경쟁하는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기술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자신이 어떤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지를 선택하는 능력입니다. 넥서스 위에 선 지금,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지금, 누구의 이야기 속을 살고 있는가?
나만의 고유한 서사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