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건 질문력이 아니라, 대화력입니다
네이버나 구글을 켜면 자연스럽게 키워드를 입력하게 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정보를 요약해 검색창에 넣는 방식에 익숙해졌습니다. 어떤 단어를 입력해야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끊임없이 훈련 받아왔습니다. 이 습관은 효율적이지만, 동시에 사고를 단편화시켰습니다. 이제는 이 습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컨설팅펌에서 오랜 시간 일하며 생긴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문제 하나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그 본질을 파악하려는 태도입니다. 현상을 바라보며 이슈를 정의하고, 원인과 결과, 선후맥락을 구조화해 나갔습니다. 문제를 3~5개의 프레임으로 나누고, ‘Why so’와 ‘So what’을 반복하며 더 깊은 층위로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며 이런 방식은 느리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평가 받았습니다. '린 씽킹'과 'A/B 테스트'가 빠르게 확산되었고, 실행이 사고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중요해졌습니다. 오랫동안 고민하기보다는 가설을 세우고 빠르게 실패하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AI 시대가 되면서 상황은 다시 바뀌고 있습니다. 빠른 실행보다, 더 깊은 대화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AI와 잘 협업하기 위해서는 사고의 중심을 세 가지 관점에서 새롭게 재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1) ‘검색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파편화된 질문을 던지기보다 '대화를 시작하는 방식'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2)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함께 사고를 확장해나갈 수 있는 ‘파트너’로 인식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정제된 ‘완결된 질문’을 던지기보다, 덜 다듬어진 생각을 ‘맥락 중심’으로 던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3) 마지막으로 키보드가 아닌 대화를 하듯 말로 공유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1)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AI를 더 똑똑해진 검색창으로 인식합니다. 그러나 그 인식은 AI의 잠재력을 제한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검색은 결과를 찾기 위한 행위지만, AI는 그 자체로 사고를 이어가고 조율하며 새롭게 확장시킬 수 있는 존재입니다. 똑같은 정보를 물어보더라도, ‘정답’을 기대하는 태도와 ‘함께 생각해보자’는 태도는 전혀 다른 결과를 이끌어냅니다. AI는 도구가 아니라 함께 사고하는 존재일 때 빛을 발합니다.
인식이 바뀌면, 대화 방식도 달라집니다. 결과보다 맥락을, 확신보다 질문을 우선하게 됩니다. 피드백과 되물음이 자연스럽게 오가야 AI는 단순한 출력기가 아니라 협업자이자 동료로 진화합니다. 나를 인터뷰하게 만들고, 나조차 몰랐던 생각을 끌어올리게 하는 과정. 그것이 진짜 AI 협업의 시작입니다.
(2) 질문을 던지는 방식 또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AI 앞에서 완결된 문장을 고민합니다. 하지만 AI는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을 함께 정리해 나가는 데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합니다. “어떻게 물어보는 게 정확할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지금 이 주제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는지”를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대화의 시작은 질문이 아니라 생각의 조각입니다.
실제로 AI는 불완전한 입력에서 더 창의적인 출력이 나올 때가 많습니다. 흐릿한 생각을 연결하고, 어설픈 설명에서 의미를 포착하며, 새로운 구성을 제안합니다. 중요한 건 완결성이 아니라 진정성입니다. 생각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 안에서 협업이 시작되죠.
예를 들어,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면 먼저 Perplexity를 켭니다. 핵심 키워드와 아이디어의 단편들을 입력해 관련된 팩트를 빠르게 수집하고, 그 과정에서 생각이 더 또렷해집니다. 이후 몇 개의 정리된 질문을 뽑아 ChatGPT에 넘기고, 이 질문들을 완성된 문장이 아닌 맥락 중심으로 던집니다. AI와 수십 번 질문을 주고받으며 각도를 조정하고, 응답을 누적해가며 하나의 논리로 연결해 갑니다. 그렇게 생각은 메시지로 다듬어집니다.
(3) 마지막으로, AI와 말로 대화를 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입니다. 키보드나 스마트폰 키패드를 활용하면 우리도 모르게 네이버나 구글에서 검색하던 방식을 떠올리게 됩니다. 질문은 단어로 쪼개지고, 생각은 축약된 명령어가 됩니다. 하지만 말은 다릅니다. 목소리는 판단보다 흐름을 먼저 이끌어내고, 생각은 그 흐름을 따라 확장됩니다.
우리는 지금 AI와 함께 글을 쓰고 전략을 세우고 일을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더 이상 명확하고 완성된 입력만이 정답이 아닙니다. 모호한 질문, 감정이 담긴 문장, 개인적인 경험조차도 AI는 맥락 속에서 받아들이고 새로운 답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AI는 논리적 질문도 잘 대답하지만, 이제 맥락을 파악하는 '동료'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결국 AI와의 협업에서 중요한 것은 도구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아니라, AI를 ‘어떤 동료로 대할 것인가’에 대한 인식의 전환입니다. 단순한 도구로 여길 것인지, 함께 사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동료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실제로 사람이 만든 결과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우리는 피드백을 주고 함께 다시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AI에게도 다양한 피드백을 줄수록 산출물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유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협업은 명령이 아니라, 조율과 반복을 통해 완성됩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꾸어야 합니다. “너는 AI 전문가야. 나는 지금 이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데, 너라면 AI에게 어떤 질문을 먼저 던질까?” 이 질문은 검색을 멈추고, 협업을 시작하는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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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책: 듀얼 브레인 (Co-intellig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