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영로스팅 Jan 14. 2023

디즈니가 주 4일 출근을 선언한 이유

창의성, 문화 그리고 커리어 발전의 기회

2023년 1월 15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무료로 뉴스레터 구독하기



카카오가 2023년 3월부터 전면 출근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미 ‘하이브리드’ 근무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 카카오의 ‘선언’이 색다를 것이 없었지만 카카오 직원의 과반 가까이가 노조에 가입하는 등 반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근무제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은 다른 회사에서도 일어난 일입니다. 애플이 주 3일 출근을 선언하자 주요 임원진들이 이에 반발해 회사를 떠났습니다. 애플 직원의 1,000여 명이 근무 유연성을 원한다는 탄원서에 서명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 9월 GM은 모든 직원이 주 3일 즉시 출근하라고 발표했다가 직원들의 격렬한 반발로 사무실 복귀를 2023년으로 연기했습니다.


경기 침체와 성과 하락에 고민이 깊어진 경영진들과 달리 문제는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원격 근무를 선호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2022년 6월 매킨지의 설문 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50% 이상이 사무실 근무 시간을 절반 이하로 원한다고 답변했습니다. 2022년 8월 실시된 갤럽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4%는 전면 재택근무를 원하고 있으며, 60%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원하고 있습니다. 오직 6%만 사무실에서 전면 출근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갤럽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조용한 퇴사’를 하는 근로자들이 약 절반 가량 된다고 합니다. 근로자들이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사무실에 출근해야 하는 경우, 직원들은 더 낮은 참여도를 보이고 더 높은 퇴사 의사와 번아웃 경향을 보인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유연성을 제공할 경우, 회사로부터의 신뢰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보다 근본적인 고민은 재택근무의 생산성 제고 효과가 검증된 바 없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확합니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보편화된 2022년 기업들의 성과는 경기 침체와 맞물려 오히려 악화되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충격’, 양적 완화로 인한 ‘인플레이션’ 등 복합적 요소가 맞물려 있으나 재택근무로 인한 생산성 향상 효과가 외부 충격을 흡수할 만큼 크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현상을 ‘사그라든 혁신의 꽃’이라 묘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 일선에 다시 복귀한 디즈니 밥 아이거 대표도 선택지가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1월 9일 보낸 사내 이메일에서 ‘주 4일제’를 공식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디즈니의 선언이 새로울 것은 없지만, 그의 이메일은 ‘역시 디즈니구나!’라는 평가를 받을만합니다.


"창의성은 디즈니에서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한 핵심이자 정수입니다. 우리와 같이 창의성이 중요한 사업에서는 동료들과 물리적으로 함께 있으면서 서로 연결하고, 관찰하고, 창조하는 기회가 중요하며, 나아가 리더나 멘토로부터 직접 배우면서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직접 대면하면서 함께 일하는 것이 회사의 창의성, 문화 및 직원의 커리어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이메일 전문 링크)


밥 아이거는 디즈니에서 가장 중요한 ‘창의성’을 강조하며, 창의적 ‘문화’가 더 강화되어야 하며, 나아가 직원들이 서로 배우고 나누면서 ‘경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합니다. 다른 회사들처럼 생산성 저하나 회사의 어려움 등 부정적 요소를 밝히지 않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본질적 가치(“창의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제도는 늘 ‘반발’을 일으킵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전면 재택’을 폐지하며, 재택근무가 생산성 제고에 효과가 없다는 측면을 강조했고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어차피 ‘반발’이 있을 제도 발표라면 디즈니처럼 누구도 반발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 그나마 좋은 방법이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네카오 웹툰 2022년 결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