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M만으로 AGI 구현은 어려워 보입니다.
2025년 8월, GPT-5가 드디어 공개됐다. 하지만 화려한 시연과 기능 통합, 성능 개선에도 불구하고 ‘혁신’이라기보다는 안정적인 ‘업그레이드’에 가까웠다. 성능은 세계 최고가 되었지만, 지난 GPT-o3와 비교하면 눈에 띄는 도약은 없고 Grok4나 Gemini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지 않다. 기대가 컸던 만큼, AGI나 ASI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AI 시장은 (1) LLM 모델 경쟁이 둔화되면서 현장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2) 여러 모델을 조합해 쓰는 AI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이 더 중요해지며, (3) 데이터 소유권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1) GPT-5는 스케일링 법칙의 한계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파라미터를 늘리고, 데이터를 더 학습시키고, 연산 자원을 확대하는 방식이 과거처럼 비약적인 성능 향상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런 정체 구간은 선두 기업에는 부담이지만, 후발 주자에게는 오히려 기회다. 한국의 소버린 AI 사업은 늦게 시작했지만, 오히려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스케일링 속도가 느려지면 시장의 초점은 모델 자체보다 활용으로 옮겨갈 것이다. AI Application & Service, 즉 AX는 산업별 문제 해결, 맞춤형 서비스 설계, 운영 효율화 등에서 직접적인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다. 앞으로는 “모델이 나왔다”보다 “그걸로 어떤 문제를 해결했나”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다.
(2) 앞으로 AI 오케스트레이션 역량, 즉 여러 모델을 상황에 맞게 조율해 배치하는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이 전략은 하나의 모델로 모든 작업을 처리하지 않고, 각 작업에 특화된 모델을 선택해 쓰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법률 문서 분석에는 언어 이해에 강한 모델을, 코드 생성에는 프로그래밍에 최적화된 모델을, 최신 정보 검색에는 실시간 데이터 처리에 강한 모델을 투입한다. 이렇게 하면 단일 모델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품질과 범위를 확보할 수 있다.
AI 오케스트레이션의 장점은 분명하다. 성능이 평준화되는 시장에서 품질과 비용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사용자는 상황에 맞는 결과를 얻고, 서비스 제공자는 특정 벤더에 종속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대규모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상품 추천에는 자체 모델을, 고객 문의에는 오픈소스 모델을, 마케팅 콘텐츠 생성에는 상용 모델을 조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3) 데이터의 중요성은 AI 성능이 비슷해질수록 더 두드러질 것이다. 모델 학습에 쓰이는 원천 데이터와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주체가 결과물의 품질과 범위를 사실상 통제한다. 데이터의 질과 독점성은 곧 시장에서의 지위로 이어진다.
이런 변화는 데이터 소유권과 라이선스 논의를 빠르게 확산시킬 것이다. 생성물의 출처, 데이터 사용 권한, 상업적 활용 범위에 대한 계약이 복잡해지고, 데이터 보유자는 협상에서 더 큰 힘을 얻게 된다. 예를 들어 글로벌 음원 플랫폼이 음악 데이터 라이선스를 AI 기업에 판매할 때, 단순 사용료가 아닌 수익 배분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교육 등 데이터 기반 산업 전반에서 AI와의 관계를 새로 설정해야 한다.
GPT-5가 기대를 모두 채우진 못했지만, 그로 인한 공백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 LLM 경쟁이 잠시 숨을 고르는 지금, (1) 응용, (2) 오케스트레이션, (3) 데이터라는 세 가지 축에서 전략을 새로 세울 시간이 생겼다. 후발 주자는 이 시기를 활용해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고 격차를 줄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스케일링 법칙의 한계가 드러난 지금은 AI 시장의 두 번째 장이 열리는 시기다. 앞으로의 승부는 모델 성능이 아니라, (1)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2) 어떤 모델을 어떻게 조합하며, (3) 어떤 데이터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LLM만으로 AGI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더 힘을 얻을 것이고, 새로운 접근 방식을 찾는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