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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Feb 04. 2023

기적처럼 되살아난 반스&노블

'서점은 책을 파는 곳'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다

‘아마존’의 시대에 오프라인 ‘서점’은 너무나 구태의연해 보입니다. 반스 앤 노블 (Barnes & Noble)의 쇠락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하지만 반스 앤 노블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2022년 새롭게 오픈한 서점 수가 폐쇄한 수보다 많아졌고, 2023년에는 30개의 신규 서점을 열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엔데믹의 시대에 ‘반스 앤 노블’의 부활은 새로운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1886년 설립된 반스 앤 노블은 실적 악화로 2019년 행동주의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게 매각되었습니다. 인수 전 전 세계 최대 서점으로 불리던 반스 앤 노블의 성과는 초라했습니다. 2011년 경쟁사인 보더스(Border)가 폐업한 이후에도 날카로운 차별 전략은 없었습니다. 2018년 회사는 약 1,8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고, 1,800여 명의 직원을 해고했습니다.


반스 앤 노블의 성과가 악화된 이유는 ‘대형화’와 ‘효율화’의 함정에 스스로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아마존 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추구할 전략을 유사하게 추구하면서 역설적으로 아마존과 차별점이 미미해졌습니다.


과거 반스 앤 노블이 성장한 방식은 현재의 아마존과 유사합니다. 기존 오프라인 경쟁사였던  중소형 독립 서점 대비 반스 앤 노블은 전국에 매장을 확대하면서 ‘대형화’ 전략을 추구했습니다. 맨 앞 매대에 진열하는 책들을 통일하면서 출판사와의 협상력을 높였고, 때로는 출판사들이 베스트셀러로 만들기 위해 뒷돈을 주는 것도 업계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판매원들은 지역주민들과 소통보다는 ‘효율화’와 ‘표준화’가 중요했습니다.


이후 아마존이 시장에 진입하며 ‘대형화’의 장점을 상당 부분 흡수하자, 반스 앤 노블은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인접 사업 진출’을 꾀합니다. 서점에 책이 아닌 잡화나 문구를 강화하고, 대형 카페를 만들면서 카페 손님으로 북적이게 만듭니다. 인접 사업의 매출이 늘어나면서 한때 매출이 성장하는 듯 보였으나, 서점에서 책을 보는 이들이 점차 줄면서 회사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반스 앤 노블이 야심 차게 론칭했던 이북 ‘Nook’의 매출은 2019년 인수시점까지 90% 이상 감소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를 회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2019년 새롭게 CEO로 임명된 ‘제임스 던트(James Daunt)’는 기존 전략과 정반대의 길을 걸었습니다. 1) ‘표준화’를 버리고 개별 점포별 ‘차별화’ 전략을 추구했고, 매장 매니저에게 더 많은 권한을 위임했습니다. 2) 책을 더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매장을 새롭게 ‘리뉴얼’했습니다. 3) 마지막으로 수익성이 낮은 ‘대형’ 매장 대신 지역 특색에 걸맞은 ‘중소형’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현장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것이 제임스 던트의 철학입니다. 기존 반스 앤 노블은 철저하게 본사 중심으로 표준화를 추진했습니다. 이는 오랫동안 작은 중소형 매장들을 대상으로 한 차별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뀐 현재 시점에는 과감하게 이 방식에서 탈피해서 매장 매니저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었습니다. 매장별 구매 도서부터 진열 방식까지 매장 매니저가 결정하게 만들었습니다. 매장에서 직원들과 상의하며 상권에 따라 어떤 책이 많이 팔릴지 결정하고, 유사한 책들의 판매량 추이를 고려하며 수량을 결정하게 합니다. 지하철 역 근처 서점에서는 휴대가 간편한 소프트커버와 핸디북 비중이 높아지고, 아이들이 많은 주거 지역 근처 서점에서는 어린이 도서 비중이 높아진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이 전략의 실행이 어려웠던 이유는 반스 앤 노블의 주요 수익원이 대형 출판사로부터 받는 판촉비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CEO는 오히려 수익의 핵심을 현장에서의 판매로 보고, 이를 추구하기 위한 전략을 실행했습니다.


서점은 책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공간이 되는 것이 본질입니다. 어느 순간 반스 앤 노블은 책과 상관없는 문구류를 판매하고, 고객의 매장 내 체류 시간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커피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제임스 던트 CEO는 이런 생각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본질에 집중했습니다. 고객이 책을 쉽게 발견하고 즐길 수 있게 만든다는 철학으로 인테리어를 개선했습니다. 둥근 테이블로 진열대를 바꾸었고, 도서의 주제나 유형에 따라 세분하여 큐레이션 했습니다. 기존에 낡은 가구를 교체하고, 베스트셀러 섹션도 눈에 더 편안한 조명으로 바꾸었습니다. 더 개방적으로 만들고, 고객들이 더 편안하게 느끼도록 동선을 설계했습니다.

<Barns&Nobel at 5th Avenue, NY>

마지막으로 대형 매장 일색이던 전략에서 상권 분석을 기반으로 한 소형 매장들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플래그십 스토어였던 뉴욕 Upper East Side의 매장(50,000 Square feet)을 과감하게 폐쇄하고, 몇 블락 떨어진 곳에 훨씬 작은 규모(7,000 Square feet)로 매장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30개 매장을 오픈을 계획하고 있는 반스 앤 노블은 기존보다 더 작은 매장들을 열 것이라 밝히고 있습니다. B&N 카페도 같이 열지 않은 매장도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책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면서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이 시도될 것으로 보입니다.




책을 많이 팔려면 책을 사랑해야 합니다. 고객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책을 더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반스 앤 노블의 CEO로 임명된 제임스 던트는 정확히 이것을 전략으로 세우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본질에 어긋난 멋지고 휘황찬란한 대형 매장이 아니라 작더라도 고객들의 니즈를 간파한 재미를 주게 만들고 있습니다.


커피는 책이 아닙니다. 문구류도 책이 아닙니다. 서점은 책을 파는 곳입니다. 이것이 반스 앤 노블의 턴어라운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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