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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Feb 11. 2023

SM엔터 경영권 확보를 둘러싼 변수

더 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을 향한 길

카카오와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확보하기로 하면서 SM엔터 경영권을 누가 확보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수만 전 프로듀서 총괄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한 하이브가 최대 주주가 될지, 현 SM 경영진의 지지를 받는 카카오가 최대 주주가 될지는 지켜봐야 하는 대목입니다. 결국에는 3월 주총에서 누가 경영권을 확보할지 최종 결정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몇 가지 변수가 존재합니다.


첫 번째 변수는 카카오 증자 참여에 대해 법원의 판단입니다. 2월 7일 카카오가 SM 지분의 9.05%를 유상증자 방식으로 확보하자, 이수만 전 프로듀서 총괄 측은 즉시 성명서를 내고 유상증자를 위한 신주 등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기존 주주가 아닌 제삼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경우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어야 한다. 이번 경우는 그렇지 않아 위법하다”며 3월 6일까지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려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두 번째 변수는 공정위의 하이브-SM엔터 결합에 대한 심사 결과입니다.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0억 원 이상인 회사가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억 원 이상인 상장 회사 주식을 15% 이상 취득하는 경우에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합니다. 향후 하이브가 소액주주로부터 최대 25% 지분을 주당 12만 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밝히면서 하이브의 SM엔터 지분이 15%가 넘게 될 경우, 공정위의 기업결합 판단이 중요해집니다.


세 번째 변수는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 매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입니다. 카카오가 맞불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SM엔터 주가는 2월 10월, 11만 4,700원에 거래가 종결되었습니다. 한편, 현재 SM엔터의 공동대표와 이를 지지하는 얼라인파트너스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이 10만 원대 후반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로서는 12만 원 이상으로 공개매수를 선언하기에는 재무적 부담이 크겠으나 지분 확보를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현실적으로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추이를 지켜보며 판단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변수는 3월 주주총회 결과입니다.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성공한다고 해서 경영권을 장악한 것이 아닙니다. 3월 주총에서 현재 총 4명의 이사 임기가 동시에 종료되며, 새롭게 이사회를 꾸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경영진은 하이브 측의 인수를 ‘적대적 M&A’로 간주하고 하이브 측과 표대결을 불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번에 하이브가 공개매수로 확보한 지분에 대한 의결권은 이번 주총에서 행사하기 어렵습니다. 하이브로서는 이수만 전 총괄의 약 15%의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위임받을 가능성이 크겠으나, 15%만으로는 표대결에서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기존 기관투자가가 얼라인파트너스 측을 지지해 왔기 때문에 하이브로서도 표대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에는 소액 주주들이 누구 편을 들어줄 것이냐로 이사회 선임 향배가 결정될 것입니다. 현재 경영진과 하이브는 주총 2주 전까지 각각 이사 후보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때 양쪽은 SM엔터의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향후 전략과 지배구조에 대한 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쪽이 소액주주가 보기에 기업 가치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인지가 핵심일 것입니다. 따라서 하이브로서는 이수만 전 총괄의 경영 참여가 없을 것이라 강하게 주장할 것이나, 하이브가 이수만 전 총괄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한 모양이라 소액 주주들이 어떻게 판단할지도 지켜봐야 하는 대목입니다.


만약, 현 경영진이 이사회를 장악한다면 하이브가 1대 최대 주주가 되더라도 곤란한 상황에 직면합니다. 3년 임기의 이사를 해임하려면 주총에서 특별결의 안건을 통과시켜야 하나 결국에는 표대결이기 때문이라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SM엔터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모든 사태의 발단은 이수만 전 총괄의 투명하지 않은 기업지배구조였습니다. 이수만 전 총괄이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을 통해 '프로듀싱비' 명목으로 거액을 받아왔고, 이에 이사회에 참여한 얼라인파트너스가 현재의 경영진과 이를 타개하면서 문제가 불거졌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 경영진-카카오와 이수만 전 총괄-하이브의 싸움이 어떻게 결론이 나오든, 양측은 지배구조를 더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약속을 할 것이기에 기업가치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과거 오너의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오랜 한국 기업들의 이슈였다면, 한국도 이제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이사회 개입을 통해 지배구조가 개선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이번 경영권 확보 싸움도 더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만들어가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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