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영로스팅 Mar 04. 2023

오카도와 손잡은 롯데가 걱정되는 이유

오카도, 혁신 기업일까? 적자 덩어리일까?

2022년 11월, 롯데쇼핑이 오카도와 손잡고 2030년까지 약 1조 원을 투자하기로 발표했습니다. 쿠팡과 신세계에 온라인 쇼핑이 밀리자 롯데쇼핑으로서는 영국 선도 온라인 유통회사인 오카도와 손을 잡고 승부수를 띄운 것입니다. 롯데 유통 7개 계열사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약 2조 원 수준으로 10조 원으로 추산되는 쿠팡의 5분의 1 수준, 신세계 그룹의 4조 원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에 롯데쇼핑은 오카도(Ocado)의 스마트 플랫폼(OSP, Ocado Smart Platform)과 자동화 물류센터(CFC, Customer Fulfillment Center) 시설에 2030년까지 9,5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시했습니다.


문제는 오카도의 사업 모델 자체가 검증된 바가 없다는 점입니다. 단적으로 영국 온라인 유통업체 오카도가 2022년 또 한 번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022년 매출은 25.1억 파운드 (약 3.9조 원)로 전년 대비 0.6% 성장했으나, 세전 영업이익은 5억 파운드 (약 7,800억 원)로 2021년 약 1.8억 파운드 대비 상당히 악화되었습니다. 이는 운영 비용이 전년 대비 24.7% 상승한 결과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카도는 영국에서는 아마존을 능가하는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필요한 상품을 원하는 시간대에 비교적 정확하게 배송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따라서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에 급부상했으나, 엔데믹이 되면서 최근에는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022년 실적은 이러한 우려를 현실로 보여주었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소폭 늘어난 것처럼 보이나, 라이센싱을 제외한 순수 유통 매출만 보면 오히려 전년 대비 3.8% 감소했습니다.


그래서 오카도를 혁신적인 기술 라이선스 업체로 비꼬아 부르기도 합니다. 오카도는 혁신적인 기술을 다른 유통 대기업들에게 전파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로봇이 상품을 집고 포장해서 배송까지 신속하게 연결합니다. 오카도는 AI와 로봇 공학을 접목한 기술로 전 세계 많은 유통 대기업에게 자사 기술을 라이센싱 하고 있기도 합니다. 미국의 크로거(Kroger)와 일본계 이온(Aeon) 등 10개 유통사에 기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2022년 11월에는 롯데쇼핑이 오카도와 협업하기로 하면서 이제 한국에까지 오카도가 영향력을 발휘한 셈입니다.


더 큰 문제는 영국의 쇼핑 행태가 한국과 많이 다르다는 점에 있습니다. 오카도는 익일 배송이나 한국에서는 하루에만 6~8번 배송을 하는 구조입니다. 오카도의 평균 장바구니 단가가 2022년 기준 118파운드 (약 18만 원) 수준이나 한국은 4만 4천 원 수준입니다. 오카도는 100% 온라인 배송이기에 전용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나, 오프라인 매장을 가지고 있는 롯데쇼핑으로서는 매장을 일종의 배송 센터로 활용하는 다크 스토어 방식도 활용해야 합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은 영국과 달리 소비자의 기호나 트렌드가 매우 빠르게 변한다는 점입니다. 잘 짜인 구조일수록 갑자기 뜨는 상품 주문에 대응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오카도는 스스로를 장비 회사가 아닌 운영 소프트웨어를 보유한 솔루션 회사로 부릅니다. 즉, 롯데쇼핑이 오카도와 손을 잡는다는 것은 일정 부분의 소프트웨어 사용 및 운영 수수료를 매년 지급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문제는 한국에서의 운영이 고도화될수록 오히려 오카도의 운영 방식은 장애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운영 노하우를 보유한 전문 인력들을 육성하고 양성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나 오카도가 한국의 실정을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을지, 원활하게 운영 노하우를 전수해 줄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롯데쇼핑은 오카도와 손잡은 자동화 물류센터(CFC) 1호점을 수도권에 만들지 부산 지역에 만들지 고민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어느 지역에 만들든 1호점은 2호점 및 3호점에 대한 큰 흐름을 보여줄 것입니다. 하지만, 신선식품 배송은 이미 쿠팡을 포함해 신세계, 마켓컬리, 오아시스가 한국에서 오래전부터 개척한 영역입니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영국 현지에서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오카도 시스템을 한국에 도입한다고 했을 때, 과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냐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롯데가 오카도와 손을 잡는다고 했을 때 업계에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방을 보여주고픈 롯데쇼핑으로서는 오카도라는 회심의 한방을 노린 듯하나, 여전히 앞길이 밝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중 패권 전쟁에 휘말린 반도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