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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Mar 04. 2023

초고령화 사회로 향하는 대만

저출산에 고통받는 한국과 닮은꼴

오랜만에 찾은 대만 타이베이의 딘타이펑 매장에는 노년층 손님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20대 대만 동료와의 대화에서도 대만의 미래 모습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2030 젊은 층은 결혼을 회피하고, 출산에 대해서도 큰 기대가 없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대만은 저조한 출산율로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대만은 1993년에 '고령화 사회', 2018년에 '고령화 사회',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대만의 합계출산율은 1951년 7명에서 2021년 0.975명으로 급감했습니다. 2020년 기준 한국이 0.84명이니 대만은 한국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입니다. 한편,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950년대 2.5%에서, 2021년 17.6%로 급증했습니다.


대만의 국가발전위원회 (National Development Council) 예측에 따르면, 대만은 2060년 즈음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41.4%에 도달해 전 세계에서 가장 늙은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노년화되고 있어 대만의 고령화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대만의 출산율은 위험 신호를 보였고, 이에 당시 집권당은 아동 수당, 보육 지원 제도, 육아 휴직 등 다양한 세제 혜택을 도입했습니다. 이에 합계출산율은 2010년 0.9에서 2012년 1.27로 반짝 반등하기도 했습니다만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주거비, 교육비, 간호비, 돌봄비, 장시간 노동에 따른 저임금 등의 비용 증가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고, 최근 중국과의 국제 긴장 관계는 더더욱 젊은 층의 미래에 대해 ‘암울한 예측’을 더하면서 출산율 저하를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대만의 저출산은 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군에 입대할 청년층이 줄면서 국가를 지킬 군인이 줄기 때문입니다. 대만은 모병제와 더불어 18세 이상 남성에 대해 4개월간의 군사훈련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2023년 국방예산을 전년보다 12.9% 늘린 4,151억 대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8조 원을 편성했으나, 군사 규모가 감소하게 되면 국방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저출산은 고급 인재 부족으로 자국을 보호하는 대만의 ‘반도체 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 생산국 1위로, 대부분의 고객사들이 애플 등 미국계입니다. 따라서,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좋은 방패막입니다. 당장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반도체 생산이 중단되면 전 세계 경제를 위협할 위험성이 커지게 됩니다.


대만의 저출산 문제는 한국처럼 뿌리가 깊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저출산의 문제 이면에는 경제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1990년대부터 대만의 임금 상승률은 정체되고 있는 반면, 집값과 교육비 부담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문화도 문제이고, 여성이 육아와 가사 업무 부담을 크게 가지고 있는 보수적 문화도 문제로 진단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강국이자 저출산에 시름하고 있는 대만은 한국과 묘한 닮은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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