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향의 시작일까? 또 다른 침체의 전조일까?
3월 들어 뉴욕 증시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3월 3일 뉴욕증시는 국채금리 상승에도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긴축 우려가 다소 완화되는 발언이 나오면서 강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3월 7일부터 미국의 16대 자산 규모를 가진 실리콘밸리은행의 위험 소식이 알려지며 주가가 하락하다가 3월 10일 금요일 파산에 이르자 주가는 내려앉았습니다. 3월 12일 일요일 오후에 미국 행정부에서 지급 보증을 선언하며 다시 우상향 기조를 보였습니다. 3월 22일 뉴욕증시는 미 연방준비제도의 FOMC 정례회의 결과를 앞두고 관망세를 유지하는 신중론을 보이다가 실제 예상대로 0.25% 포인트 상승에 그치자 한숨 돌리는 상황이었습니다.
최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오락가락하는 발언은 뉴욕증시를 더욱 혼조세로 만들고 있습니다. 옐런 장관은 3월 22일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모든 은행 예금 보호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얘기하며 증시를 내려 앉혔습니니다. 공화당 의원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왜 부유한 예금자를 도와주냐는 질문에 대해 얼버무린 답변이었다. 하지만, 3월 23일 목요일 엘렌 장관은 말을 뒤집었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이나 시그니처은행을 지원해야 한다고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기 때문입니다. 공화당이 공세를 펼치면 지원 의사를 철회했다가 주가가 내려앉으면 은행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을 바꾸는 형국입니다. 2024년 재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입장에서는 은행 파산을 방치할 경우 사실상 재집권이 불가능하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가까워 보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으로 시작된 은행 파산이 유럽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는 데 있습니다.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이 위기에 빠졌고, 스위스 정부의 지원으로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인 UBS가 인수하기로 하면서 급한 불은 끈 것처럼 보입니다. 다음은 독일 도이치뱅크였습니다. 3월 24일 도이치뱅크의 주가가 14% 이상 급락했고, UBS와 CS의 주가 역시 동반 하락했습니다. 이 외에도 도 독일 코메르츠방크(CRZBF)와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Societe Generale)의 주가도 7~8% 하락했습니다. 이에 따라 홍콩 등 아시아의 주요 은행들도 주가가 내려앉기 시작했고, 각국 정부는 자국 은행의 안전성을 앞다투어 공표하고 있으나, 앞으로 유동성 위기는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은행 파산 위기는 정해진 수순이었습니다. 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데 공조했으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부실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액 자산을 운용하는 대형은행들의 경우, 국채 등 장기 채권에 높은 비율로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나 장기 채권의 금리와 시중 금리 간 격차가 벌어지며 역마진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부실의 위험을 느낀 예금주들이 돈을 인출하기 시작하며 뱅크런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은행 파산을 막기 위해 예금자 보호라는 극적인 방법을 동원했고, 스위스 정부는 일부 부채를 떠안으며 크레디트스위스를 UBS가 인수하도록 했습니다. 표면적으로 각국 정부는 “금융위기로의 확산”과 선을 긋고 있으나, 이례적인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금융위기 확산의 위험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편,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빅테크’ 기업이 일종의 투자 피난처로 다시 각광받고 있습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며, 나스닥 종합주가지수는 견고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공포를 일으킨 은행의 파산 우려가 커질수록 현금이 풍부한 대형 기술주는 오히려 큰 폭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2차 구조조정을 선언한 메타에 이어 아마존도 3월 20일 9,000명 추가 해고를 밝히며 일시적이나마 주가 반등을 가져왔습니다.
미국 경기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뉴욕 증시는 더욱 혼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준이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여전히 강한 금리 인상 기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와중에 꾸준히 유동성을 줄여나가던 연준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3월 15일 기준으로 한주 동안 2,970억 달러를 시장에 제공했습니다. 이에 따라 2022년 6월 첫 정책금리 인상에 나선 연준이 기존 ‘양적긴축’에서 다시 ‘양적완화’로 돌아선 것 아닌가 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은행 예금 보장 목적 성격이 강해 ‘양적완화’로까지 해석하는데 아직 이르나 금리인상 기조 일색에서 정책 변화가 생긴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은행 파산 위기, 인플레이션의 압박, 긴축 정책의 완화. 전 세계 증시는 당분간은 계속 혼조세를 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한 점은 연준이 긴축 정책을 완화할 때 진짜 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