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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Mar 25. 2023

인니 GoTo 영업권상각이 주는 교훈

그때의 빛 좋은 ‘영광’이 지금의 ‘부담’으로

3월 20일 인도네시아 빅테크인 고투(GoTo)가 2022년 사업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2022년 순손실이 IDR 40조 4천억 (약 3.5조 원)이라고 발표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는 2021년 대비 56% 악화된 수치입니다. 고투 경영진은 2022년 전체 손실 중 IDR 11조 (약 9.4천억 원)은 기업 결합으로 인한 영업권 상각 때문이라 밝혔습니다. 영업권상각 손실을 제외하더라도 순손실이 2.6조 원에 달해 회사의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의문이 드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고투는 고젝(Gojek)과 토코피디어(Tokopedia) 간 2021년 5월 합병으로 출범했으며, 당시 약 180억 달러 (약 23조 원)의 기업가치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두 개의 서비스는 1억 명 이상의 월간 활성 유저수 (MAU)를 기록하며, 인도네시아 GDP의 2%를 차지한다고 추정될 만큼 인도네시아 테크 생태계에서는 기념비적인 합병이었습니다. 고투가 더 유명해진 이유는 2022년 4월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에 상장할 때 시가총액이 310억 달러 (약 40조 원)로 합병 때보다 두 배 가까운 기업 가치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3월 24일 고투의 기업가치는 IDR 136.2조 (약 11.6조 원)으로 상장 대비 약 ¼ 수준으로 급락했습니다. 기업가치가 급락하면서 합병 시의 영업권을 현실화시킬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영업권은 인수한 회사의 순자산 가치를 초과한 가치를 의미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영업권은 합병으로 인한 미래 시너지와 성장성을 담보로 가정한 인수 프리미엄입니다. 



인도네시아 회계 규정에 따라, 상장 회사는 매년 말까지 영업권 손상 여부를 실사를 통해 현실화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고투는 2022년 말 기준으로 합병 당시의 시너지가 현실적인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게 되었고, 약 9조 4천억 원에 해당하는 영업권은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해 손상으로 처리한 것입니다. 영업권 상각은 합병 및 인수 사례에서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2023년 하락장에서는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하고 따라서 보수적으로 감사를 수행하는 회계법인 입장에서는 상각을 적극적으로 수행합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고투의 영업권 상각이 2023년에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 있습니다. 오히려 2022년 영업권 상각이 지나치게 작았다는 비판도 일고 있습니다. 2022년 말 기준, 고투의 영업권(Goodwill) IDR 154.8조 (약 13.2조 원) 중 60.6%에 해당하는 IDR 93.8조 (약 8조 원)이 고젝과 토코피디아 간 합병에서 발생했습니다. 약 8조 원의 영업권 중 2022년에 9.4천억을 손상 처리한 셈이니 여전히 7조 원 넘게 영업권이 남아있는 셈입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1년부터 국제재무회계기준(IFRS)과 통합하기 시작했고, 매년 의무적인 영업권 손상 실사를 의무로 채택했습니다. 영업권 손상으로 인한 손실은 영업 외 손실로 회사의 직접적인 현금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결국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매년 고투는 영업권 상각 실사를 수행할 터나, 거시 경제가 악화될수록 영업권 상각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주주에게 배당이 어려워져 장기 투자를 하는 주식투자자로부터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합병 당시 높은 기업가치로 전 세계 주목을 받으며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생태계에 ‘스타’로 떠오른 고투는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서 그만큼의 ‘부담’으로 돌려받고 있습니다. 비록 영업을 통한 기업 가치 자체는 영향을 주지 않겠으나, 상장사로서 매년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영업권 상각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것입니다. 영업 수익성 확보에 최우선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경영자로서도 영업권 상각은 항상 부담이 되는 ‘불편함’이 될 것입니다.


그때는 좋았던 ‘영광’이 지금은 ‘부담’으로 되돌아오기 마련입니다. 무리하게 기업가치를 높이려 했던 노력은 늘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가치는 결국 본질에 가까워지기 마련입니다. 심지어 상장까지 한 고투는 투자자로부터 냉엄한 판단을 받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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