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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Apr 01. 2023

디즈니, 구조재편의 시작

정리해고, 마블 스튜디오와 메타버스 사업의 조정

디즈니가 지난 2월 8일 선언한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착수했습니다. 전체 글로벌 인력 22,000명 중 약 3%인 7,000여 명 정리해고를 시작했고, 아이작 펄머터 마블 엔터테인먼트 회장을 해임했습니다. 약 50여 명에 이르는 메타버스 관련 사업도 7,000여 명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NN 보도에 따르면, 구조조정은 세 번에 걸쳐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3월 27일 주차에 시작되고, 두 번째는 수천 명의 임직원이 4월 중 구조조정될 것이라고 밥 아이거 대표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마지막은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마무리되어, 총 7,000명의 정리해고를 단행할 것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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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구조조정이 끝나면, 다음은 사업 구조의 재편으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2월 밥 아이거 대표의 발표에서 이후 행보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오리지널 제작 비용이나 스포츠 중계권 확보를 위한 콘텐츠 사용료 지불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첫 번째 고민입니다. 두 번째는  디즈니가 컴캐스트의 33% 지분 인수를 통해 훌루를 100% 소유할지, 아니면 완전히 매각할지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스트리밍 사업의 손익을 제고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에 유통시킬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세 개의 질문 모두 스트리밍 사업의 손익을 어떻게 제고할 것인지와 직결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22년 디즈니는 스트리밍 사업(Direct-to-Consumer)에서 40억 달러 (약 5.2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022년 11월, 밥 체이콕 CEO가 성과 부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밥 아이거 대표가 복귀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 첫 실적 발표 자리에서 스트리밍 사업의 조직 재편을 첫 화두로 내세웠습니다.


실적 발표에서 가장 먼저 언급한 내용은 조직 개편 계획이었습니다. 기존에 분리되어 있었던 콘텐츠 제작 조직과 스트리밍 조직을 하나로 묶으면서, 분기별 1조 원 적자가 넘는 스트리밍 사업과 콘텐츠 사업 간 시너지를 제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명확하게 콘텐츠 제작비 효율화와 함께, 해당 콘텐츠의 수익성을 어떻게 올릴지를 다각도로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훌루도 현재로서는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디즈니가 67%, 컴캐스트가 33%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100%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대세였습니다. 기존 스트리밍 사업과의 시너지도 예상되지만, 훌루가 미국 시장 내에서는 4,620만 가입 고객을 보유한 1위 스트리밍 사업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는 디즈니로서는 오히려 디즈니가 가지고 있는 67%를 컴캐스트에 넘길 수도 있다는 예측도 존재합니다. 밥 아이거 대표는 지난 2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가능성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며 훌루 지분 매각 기회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ESPN 사업을 분사시킬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조직 개편에서 기존 스트리밍 사업부 소속이던 ESPN 사업을 별도 사업부로 분리시킨 바 있습니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수익성이 높은 ESPN 사업을 분사시켜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에 화답이라 하듯, 밥 아이거 대표는 조직을 분리시켰고, 따라서 분사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사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메타버스 등 신규 사업을 축소하겠다는 최근의 움직임은 결국 디즈니가 본래의 가치인 콘텐츠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밥 아이거 대표는 기념비적인 인수를 통해 지금의 디즈니를 완성한 인물입니다. 픽사(2006년), 마블(2009년), 루카스필름(2012년), 21세기 폭스(2019년)를 차례로 인수하며 캐릭터와 테마파크 사업에 머물렀던 디즈니를 전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끌어올렸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디지털 스트리밍 사업과 메타버스가 ‘한 때의’ 멋스러운 사업으로 보였다면, 밥 아이거 대표는 이를 정리하고 다시 콘텐츠 그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밥 아이거 대표는 2022년 11월 복귀 후 2023년 2월 청사진을 제시했다면, 3월부터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7,000명의 구조조정에 이어 앞으로 훌루와 ESPN의 매각, 자사 콘텐츠의 타 스트리밍 플랫폼으로의 유통 등 다양한 전략적 움직임이 예상됩니다. 마블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요즘, 새로 복귀한 밥 아이거 대표가 어떤 콘텐츠로 디즈니의 전력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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