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사업으로 재편 및 상장 기회 발표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중국으로 3월 27일 귀환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3월 28일 알리바바 다니엘 장 CEO는 회사를 6개 독립회사로 재편하는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1999년 창사 이래 최대 조직 개편으로, 마윈이 쫓겨나다시피 중국을 떠났다가 돌아온 다음날 조직 개편이 발표되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윈이 중국 당국과 사전에 협의했음을 시사했습니다.
사업 분할 계획은 비교적 명확해 보입니다. 알리바바는 6개 사업 그룹은 개별 이사회를 운영하고, 그룹별 최고경영자(CEO)는 이사회에 보고하는 구조로 조건을 갖출 경우, 독립적인 기업공개(IPO)가 가능함을 밝혔습니다. 6개 사업은 클라우드, 티몰, 물류 및 이커머스, 디지털 미디어 등의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다니엘 장 CEO는 알리바바 지주사의 대표이자 ‘클라우드 인텔리전스 그룹’의 CEO를 겸임한다고 합니다.
알리바바의 6개 그룹
Cloud Intelligence Group
Taobao Tmall Commerce Group
Local Services Group
Cainiao Smart Logistics
Global Digital Commerce Group
Digital Media and Entertainment Group
6개 그룹의 분할 배경에는 마윈의 입김과 정부 당국의 요구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입니다. 마윈은 경쟁이 격화되는 중국 시장에서 사업 분화를 통해 민첩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 당국도 특정 소수에게 경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끊임없이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알리바바의 이번 개편이 당국의 지지를 끌어냈을 가능성도 큽니다. 2022년 11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임을 선언한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끝난 뒤, 중국 당국이 마윈에게 중국으로 돌아와 기여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화답하듯, 마윈은 중국으로 복귀한 다음날, 알리바바 그룹의 분할을 선포했습니다.
마윈과 중국 당국의 갈등은 2020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20년 10월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이 중국 정부의 핀테크 규제를 공개 석상에서 비판하자, 이를 계기로 중국 정부는 빅테크 기업들을 향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상장을 취소했으며, 2021년 4월 28억 달러 (약 3조 6천500억 원)의 반독점 벌금을 부과받았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마윈의 복귀와 그룹 분할 소식을 환영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빅테크 때리기’를 끝내고 경제 회생을 위한 지원으로 기조가 바뀔 것이라는 예측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알리바바 주가는 홍콩증권거래소에서 3월 28일 84.25 HKD에서 31일 100.40 HKD로 19% 상승했습니다. 알리바바 경쟁사인 징둥닷컴도 홍콩증권거래소에서 3월 28일 156.10 HKD에서 31일 172.00 HKD로 10% 상승했습니다. 텐센트와 바이두 등 소위 BAT 주가들이 동반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에 홍콩 증시가 다시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알리바바의 6개 그룹 중 하나인 ‘차이냐오 스마트 로지스틱스’ 물류 그룹이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블룸버그를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징둥닷컴 역시 기업 분할을 통해 IPO를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징둥닷컴은 3월 30일 홍콩증권거래소에 ‘징둥공업(京东工业)’과 ‘징둥산발(京东产发)’을 분사한 뒤 홍콩증시에서 IPO를 추진한다는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최근 미국 정부의 중국 기업 때리기에 숨죽인 중국 회사들이 미국이 아닌 홍콩 주식 시장을 찾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만한 대목입니다. 미국-중국 간 시장 분리가 더욱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합니다.
알리바바의 이번 조직 개편은 다른 중국 빅테크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당국의 지지를 받는 것이 확실해진다면, 텐센트나 바이두 등과 같은 빅테크들도 사업부별 분할을 적극 추진할 가능성이 커질 것입니다. 특히, 알리바바나 징둥닷컴이 홍콩증시 상장을 통해 자금 확보나 기업 가치 상승에 긍정적이라면 더욱더 홍콩 증시 시장이 다시 활발해질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마침내 2020년 10월 시작된 중국 당국의 빅테크 때리기가 2년 반 만에 종료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