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리더십과 관록의 리더십
다음카카오는 최근 제주도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명을 카카오로 변경하고 35살의 젊은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국내 CEO 평균 나이가 55세 정도라는 사실에 비춰보면 파격적인 인사다.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한 이후 벤처 특유의 조직문화를 잃었다는 평가를 받던 다음카카오가 30대 CEO를 필두로 대대적인 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젊은 리더들은 조직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까. 홍콩시립대와 미국 텍사스대 댈러스 캠퍼스 연구팀에 따르면 실제 CEO나 임원으로 재직한 경험이 적은 ‘초짜’ CEO가 조직의 전략적 변화에 더 주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시립대와 텍사스대 연구팀은 1994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 컴퓨터산업(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에 속한 139개 회사 신임 CEO281명의 패널데이터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및 기업 연말 결산보고서 등에서 수집해 이를 검증했다. 컴퓨터산업을 택한 이유는 타 산업보다 산업의 변화가 빨라 리더들이 다양한 전략적 변화를 실행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해당 기업의 자원 배분현황 및 재무지표들을 추적해 당시 미국 컴퓨터산업의 신임 CEO들이 얼마만큼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지에 대한 전략적 변화치를 측정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이전까지 CEO나 임원으로서의 경험이 적은 리더일수록 조직의 전략적 변화치가 상승하는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또 이전에 몸담고 있던 조직과 현재 조직의 내부 자원 운용 방향성의 간극이 클수록 전략적 변화치를 강화시키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익숙함의 함정’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했다. CEO나 관리자로서 그동안 쌓아온 관록과 익숙함이 변화의 물결이 거센 미국의 컴퓨터산업에서는 오히려 주도적인 조직 변화를 감소시키는 주요한 원인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기술의 발전 및 산업구조의 재편으로 인한 사회의 변화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에 비례해서 조직의 리더들이 풀어야 할 숙제도 늘고있다. 예측할 수 없이 점점 다양해지는 상황 속에서 조직의 전략적 변화를 통해 생존을 보장 받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중심에는 조직의 최고경영자와 관리자들이 있다. 이들은 조직의 중요한 의사결정집단으로서, 때로는 조직의 명운을 좌우하는 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생존을 위해 변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경험과 관점에 의존하여 가장 합리적이라고 간주되는 의사결정을 내리곤 한다. 이렇게 공고히 구축된 경험과 관점의 조합을 또 다시 새로운 의사결정의 활용방식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막대한 ‘변화비용(change cost)’이 초래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리더들은 자기합리화의 굴레 속에 갇혀자연스레 새로운 변화에 대한 추진동력을 잃는 것이다.
상기에 언급한 연구에서는 미국 computer industry의 신임 최고경영자들의 과거 경력들을 바탕으로, 최고경영자나 임원으로서 경험이 적은 리더일 수록 조직의 전략적 변화에 보다 주도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이 결과를 우리 대한민국 실정에 일반화 시키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최근 카카오 대표에 1980년생 35세의 젊은 CEO가 내정된 것은 우리가 눈여겨 볼 만할 하나의 ‘사건’이다. 외부 투자자와 컨설턴트로만 경력을 쌓아와서 경영(management)은 잘 모를 것이라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적어도 본 연구결과를 대입 해 본다면 카카오의 변화를 흥미롭게 기대해 볼 법도 하다.
정해진 범위 내의 잔잔히 흘러가는 수영장에서 익힌 수영법은 급격히 굽이치는 계곡에서는 통하지 않는 법이다. 오랜 기간 최고경영자로서 전문성을 쌓아오며 쌓아온 ‘자긍심’이 ‘자만심’으로 변하지 않도록, 기업의 자원과 역량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미래의 변화를 내다보고 그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본 글은 제가 금년 9월 4일자 동아일보에 기고했던 글을 재편집 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