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들고 타면 벌금 500달러를 내야만 하는 국가
싱가포르에 살면서 느끼는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싱가포르 지하철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싱가포르 지하철은 Subway나 Tube라 부르지 않고 MRT(Mass Rapid Transit)라고 부릅니다. 싱가포르 MRT는 아래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경전철 노선까지 합하여 총 8개의 노선으로 이루어져 있죠.
싱가포르는 도시국가이며, 국토의 크기는 서울보다 약간 더 큰 정도입니다. 이에 반해 인구는 서울의 절반인 약 500만 명이죠.(인구밀도가 낮아 도시 곳곳에 참 여유가 많습니다) 따라서 8개의 MRT 노선들은 싱가포리언들이 거주하고 있는 웬만한 모두 거주지역에 다다른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하철 내부는 우리나라 지하철과 비슷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지만,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가운데 홀 부분에는 여러 pole(기둥)들이 설치되어 서서가는 사람들의 편의를 극대화시켰습니다.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여기에 몸을 기대어 가시는 분들이 많죠. 아래 사진을 보시면 이해하시기 쉬우실 겁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양끝 자리는 노약자나 임산부를 위한 자리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젊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자리를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굉장히 자발적으로 잘 일어나서 양보를 하며, 심지어는 앉아 있는 사람에게 앞에 노인분이 계시니까 일어나라고 제안(?)까지 합니다ㅎㅎㅎ) 줄 서기 문화 역시 MRT 문의 기본적인 설계구조로 인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히 지켜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싱가포르 지하철에서 가장 인상 깊은 점은, 지하철 내 벌금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들어보셨겠지만, 싱가포르는 다수의 공익을 위해서 개인의 자유는 일정 부분 희생되어야 한다라는 '강력한 규제와 법규를 통한 공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싱가포르는 Fine city(살기 좋은 도시)이자, 동시에 Fine city(벌금의 도시)라는 별칭까지 붙었죠. 한번 아래 사진을 보실까요?
위 사진은 실제 싱가포르 MRT 내/외부에 붙어있는 벌금 징수 안내문입니다. 물을 제외한 다른 어떠한 음식을 가지고 탈 수 없습니다. 열대과일의 왕이자, 싱가포르의 대표적 과일이라고 불리는 두리안 역시 그 독특한 냄새로 인해 절대 가지고 탈 수 없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맡아보시면 어느 정도 냄새가 고약한지 아실 겁니다. 싱가포리언들에게도 호불호가 갈리는 과일입니다) 지하철 내 cctv가 돌아가고 있고, 사복경찰들 역시 종종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신고되어 발각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실제로 제가 그동안 싱가포르에 살면서 지하철 안에서 음식 냄새를 맡아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며, 현재도 무척 쾌적하고 시원한 실내 지하철 속에서 도심을 이리저리 다니고 있습니다. (얼마 전 중국 상하이에 방문했을 때는 정말이지 싱가포르와 너무나 비교가 되더군요. 한 아저씨분께서 지하철에서 컵라면을 후루룩 후루룩... 정말로 쩝쩝쩝 맛있게 드시더라고요... 컵라면 냄새가 폴랑폴랑 지하철에 진동하면서 상당히 불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싱가포르 지하철을 탈 때, 조금 불편한 점은 커피를 들고 탈 수 없다는 점입니다. 서울 지하철에서는 자유롭게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을 들고 시내 여행을 다녔었는데, 싱가포르에서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니 아직까지도 조금은 불편한 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덕분에 지하철 내부의 쓰레기나 먼지, 악취는 거의 없는 편입니다.
이상 잠시나마 간단히 싱가포르의 MRT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요, 추후에 MRT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들을 생각 나는 대로 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싱가포르는 Fine city라는 것! 오늘의 토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