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과장, 스벅에서 라떼 한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과 도구(Tool).
부하직원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요소는 이 두 가지다. 그중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좀 더 비중을 많이 차지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도구를 손에 쥐어 주어도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믿음이 쌓이지 않으면 그 도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도구는 한번 만들어 놓으면 부분적인 수정으로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은 날마다 실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면담을 하는 게 좋다. 매주 정한 요일에 면담 시간을 갖는 방법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부하 직원이 오히려 그 날만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지도 모른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포인트는 '주기적이면서 업무에 얽매이지 않는' 면담이라 할 수 있다.
부하 직원들은 만약 어려운 일이 생기면 말하라고 해도 좀처럼 상담하러 오지 않는다.
더욱이 입 밖으로 내기 껄끄러운 내용은 가능한 한 피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업무와 관련된 주제로만 면담을 하려고 한다면 어느 누가 상사에게 다가오려 할까?
면담이라는 명목으로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범하기 쉬운 실수가 '취조 질문'이다.
"그 안건은 어떻게 되어가? 잘 되어가?"
"언제까지 가능할까?"
"왜 아직도 안된 거야?"
이런 질문을 하면 부하 직원은 위축되어 면담이 싫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면담의 본래 취지인 '부하 직원과 신뢰 관계 쌓기'가 빛을 잃는다.
부하직원에게 일을 맡긴다는 것은 부하 직원을 신뢰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고 싶은 말은 많겠지만 그 순간들을 상사들은 잘 참아내야 한다. 상사인 본인 역시 부하 직원들의 눈치를 봐 가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취조적인 면담까지 가세하면 부하 직원의 속내를 읽어 내기는 더욱 어렵다. 상담을 하고 싶어도 믿지 못하는 상사에게 상담할 마음이 생길 리 없으니 혼자 삭이지 않겠나. 결국 부하 직원들은 면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 기다릴 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소 선정이다. 과거의 경험상 사내 회의실보다는 스타벅스 같은 카페에서 이야기하는 편이 부하 직원 입장에서는 마음을 열기 쉽다. 갓 내린 커피 향과 탁 트인 공간, 그리고 업무와 관련 없는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부하 직원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줄 것이다.
제발, 스타벅스에서의 면담을 한다면, 업무와 관련된 내용은 30% 이내로 줄이자. 그렇지 않으면 사내 회의실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 나머지 70%의 면담 내용은 상사 본인의 일상 고민과 부하직원의 일상적 고민, 그리고 사회 전반적인 이야기들과 요즘 유행하는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해야지만, 부하 직원들과의 추후의 재면담을 기약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김 과장이 스타벅스 가자고 하는 것. 그 자체가 제 2의 업무 관련 회의를 스타벅스에서 진행한다는 의미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종소리는 먹이를 준다는 의미= 김 과장이 스타벅스 가자고 하는 것은 또 다른 회의)
일주일에 한 번씩 업무에 얽매이지 않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스타벅스라는 장소 활용. 이것은 사내 회의실의 그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물론 이 방법은 상사와 부하 직원의 관계를 떠나 거래처의 동료나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 중인 팀원과도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업무에 얽매이지 않는' 소통을 스타벅스에서 한두 번 하다 보면, 상호 간 믿음도 생기고 좀 더 수월하게 일을 맡기고 부탁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