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인생이야, 어디든 갈 수 있어

싱 스트리트(Sing Street, 2016)

by 두부

글 특성상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는 독자분들께서는 감상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해당 영화를 먼저 감상 후 읽어주시면 더욱 깊게 공감하실 수 있습니다! :).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조용한 공간에서 혼자 사색에 잠기거나, 아무 생각이 나지 않도록 신나게 놀거나, 일에 더욱 집중하거나.


힘이 들 때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것의 종류는 아마도 사람마다 다르고, 그만큼 다양할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때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노래를 듣는 것 또는 영화를 보는 것이다. 새로운 작품이 나오는 주기도 짧은 편이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mp3 플레이어나 pmp 같은 것을 따로 챙겨 다닐 필요 없이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원하는 공간에서 원하는 때에 보고 들을 수 있어서 더욱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가끔은, 음악영화가 그 두 가지를 한 번에 충족시켜 주기도 한다.









Falling Slowly


Lost Stars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두 곡 모두 영화 OST이다, 아마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알고 있는 노래, 혹은 제목은 모를지언정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노래들이라고 생각한다.

각각 음악영화로 유명한 존 카니 감독의 영화 원스(Once, 2006)와 비긴 어게인(Begin Again, 2013)의 수록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노래가 좋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노래를 부른 사람도 애덤 리바인과 같은 이름만 대면 알 법한 가수가 불러 더욱 화제성을 띄었다.


두 영화 또한 좋아하는 영화라 언젠가 관련된 글을 쓸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다른 영화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Drive It Like You Stole It


앞선 두 노래보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 노래 역시, 존 카니 감독의 영화 싱 스트리트(Sing Street,2016)의 삽입곡이다. 노래를 부른 사람이 유명한 배우이거나 가수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창력이 소름 돋게 뛰어나지도 않다. 영화 역시 뛰어난 작품성을 가진 영화라고 보긴 어려울 정도로 평범한 편이다. 하지만 가끔은 오히려 특출 나지 않기 때문에 더 강하게 와 닿게 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이 영화와, 이 노래들처럼.






1985년 아일랜드. 대부분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영국으로 떠나고 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국가의 경제상황 속에서 주인공인 코너의 가정도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실직한 아버지, 근무일수가 줄어든 어머니, 꿈을 접고 취업을 목적으로 공부 중인 누나, 방구석 골초 백수 형.

특단의 조치로 가계지출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막내 코너는 학교를 옮기게 된다.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서 갈곳잃은 분노를 서로에게 쏟아내는 학생들.



그러나 옮긴 학교의 환경은 순진한 모범생이었던 코너에게는 다소 가혹했다. 교정 곳곳에서 학생들 간 폭력이 난무하고, 자연스럽게 흡연을 하고, 교사는 술을 마시면서 수업을 하면서 본인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도 모르며. 학교의 가장 높은 사람은 폭력으로 학생들을 다스린다. 이 허울뿐인 학교에서 코너는 불량한 친구에게 두들겨 맞고, 검은 신발만 신어야 하는 교칙을 위반했다며 신발을 압수당한 채 양말만 신은 채로 생활하는 등 순탄치 못한 새로운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저녁시간 TV로 뮤직비디오를 시청하는 코너의 가족. 여타 화목한 다른 가정과 다를 바 없어보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는 부모님, 기울어져가는 집안, 정글과도 같은 학교생활, 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당장 본인의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코너. 울적하기만 한 현실에서 그에게도 위로가 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음악이었다. 음악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형과 함께 음악 안에 있을 때면 힘든 하루하루에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 같았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수라장 같은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던 길에, 코너는 라피나에게 시선이 꽂히게 되고, 지체 없이 곧바로 다가간다. 그리고 라피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허세를 부리며 대화를 이어나가다 물릴 수 없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자신이 밴드를 하는데,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모델을 구하고 있다는. 다행히도 그 거짓말은 먹혔고, 뮤직비디오 만들 때 또 보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지게 된다.



그녀를 또 만나기 위해선 밴드를 만들어야 한다. 음악에 대해 하는 거라곤 저녁시간에 형에게 주워들은 것이 전부였던 코너는 급하게 멤버를 찾아 나선다.



어떠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거나 오랫동안 꾸어온 꿈이어서가 아니라, 그저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렇게 밴드"싱 스트리트"시작되었다. 급하게, 그리고 어설프게.



서투르게 커버곡 연습을 주로 하다가, 코너는 그녀를 위한 노래를 직접 작곡하게 된다.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고, 또한 본인 스스로도 그 일에 의미를 찾게 되면서 코너는 점점 더 음악에 빠져가고, 라피나와의 관계도 점점 가까워지게 된다. 답답하고 막막한 현실 속에서 코너는 그렇게 음악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라피나를 위한 노래를 만들고, 연주하고, 함께 뮤직비디오를 찍는과정에서 코너의 음악을 대하는 자세는 진지해지고 라피나와 서로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앞서 말했듯. 이 영화는 그다지 특출 난 구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크게 눈에 띄는 갈등도 없고, 드라마틱한 고난과 역경이 찾아오지도 않는다. 음악영화이자 청춘영화의 느낌으로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코너라는 인물이 이런저런 사건을 겪으며 어쩌다 시작한 음악에 진심이 되어가는 과정을 다소 거칠지만 특유의 따스한 색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그렇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코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니 보다 더 와 닿는 인물이 있다, 바로 코너의 친형이자 든든한 조력자로 등장하는 "브랜든"이다.






음악에 대해서 조언이 필요할 때, 연애를 시작함에 있어서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에, 필요한 상담을 해줄 선생님도,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 부모님도 없는 코너가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은 형인 브랜든이다. 브랜든은 코너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가르쳐 주기도 하고, 가끔은 위로도 해주면서 코너에게 많은 의지가 되어준다. 항상 유쾌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항상 도움을 받는 코너지만, 막상 그런 형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었다.





별일 아닌 별일.





나날이 싸움의 수위가 높아지던 부모님은 결국 이혼을 결정하게 되고, 가족회의에서 그 사실을 발표한다.

차갑고 불편한 분위기에서 회의를 마무리 한 뒤, 늘 그랬던 것처럼 코너는 브랜든의 방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서로 날이 선 상태로 대화를 주고받다가 신경을 건드리는 상황에 까지 이르게 된다. 대화 도중에 코너는 골초였던 형이 담배를 끊으려고 노력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도 너처럼, 뭔가 해보려고.

항상 도움을 주던 브랜든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코너에게 알게 모르게 자극을 받았고,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다가 코너는 일전에 본 적 없던 브랜든의 그런 어색한 모습을 보고 비아냥거리게 되고 브랜든은 전에 보인적 없던 감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것, 참아왔던 것을 코너에게 토하듯이 쏟아낸다.



브랜든도 과거에는 코너처럼 음악을 했었다

잘 보이고 싶은 여자도 있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삶에 열정이 있었다.

여느 누구나 그렇듯이.

그러나 열정으로 살아가던 브랜든은 한번 고꾸라졌다. 경제 대공황 속에서, 사랑 없는 두 부부 사이의 가정 안에서. 혼자였던 브랜든은 지금의 생활을 투쟁해서 얻어내어 왔지만, 어느 순간 지쳐버렸다. 다 포기하고 이렇다 할 목적 없이 담배와 약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에 동생이 음악을 시작했다.

자신이 닦아온 길을 편하게 걸어온 것처럼 보이는 코너가 한편으로는 미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너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것은 과거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였을까..

언성을 높이는 브랜든의 모습은 화가 많이 나 보이기도 하지만 어딘가 쓸쓸해 보이기도 한다.









마지막 공연은 여러모로 속이 시원하다.


코너는 연말에 학교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계속해서 곡을 만들어간다. 코너와 브랜든 말고도 영화는 여러 가지를 보여준다, 음악을 대하는 순수한 열정이라던지, 첫사랑의 풋풋함 이라던지 하는 가슴 따듯해지는 장면들부터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 음악영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공연 장면 등은 영화 내용의 대부분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직접 보는 게 나을 것 같으니 영화에서 확인하도록 하자.













공연을 마치고 코너는 라피나와 손을 잡고 서둘러 집으로 향해 브랜든을 찾는다. 함께 영국으로 떠날 건데 항구까지 데려다 달라는 부탁을 한다. 돈도 없고, 영국에 아는 사람도 없고, 가진 거라곤 포트폴리오와 데모 테이프뿐이라 걱정이 앞서지만, 브랜든은 흔쾌히 수락하고 둘을 항구까지 데려다준다.


이별의 순간, 브랜든은 코너를 불러 세우더니 직접 쓴 가사라며 종이를 건네준다. 코너와 다투기 전후에도 계속 뭔가를 다시 해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코너는 기쁘게 가사를 받아서 브랜든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라피나와 함께 배를 타고 영국으로 떠난다.


브랜든은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다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펄쩍 뛰면서 기뻐한다. 그리고는 차에 앉아서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무언가를 생각한다.






배를 타고 파도를 헤쳐나가는 코너와 라피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마무리된다.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 는 식의 마무리는 아니다. 결과야 어떻게 되건, 기회가 왔으면 잡아라 는 식의 마무리라고 하는 편이 더 맞는 설명인 것 같다.



영화 속에 코너 3남매는 마치(시대를 불문하고)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유형을 보여주는 듯하다

원하는 바를 위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사람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다가 한번 넘어져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 또는 일어나는데 시간이 걸리는 사람.

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기어이 그 꿈을 포기하는 사람.


현실에도 코너 같은 사람은 분명 있겠지만. 브랜든과 같은 사람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 어떤 방식으로든 이 글을 접하고 있는 사람들도 각자 나름의 사정을 안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할 수 있는 일

잘하는 일

해야 하는 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



우리는 모두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자! 말은 참 쉽다.

인생 뭐 있냐? 그냥 즐겨! 인생 뭐 있다. 마냥 즐기면서 살 수만은 없다.

하고 싶으면 하면 되지 뭘 망설여? 막상 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내가 그 일에 재능이 없으면?

현실은 영화랑 다르다. 한 우물만 파도 성공할 수 있을까 말까 한 불확실한 현실에서 한눈을 팔 여유는 없다. 그렇게 우리는 자그마한 미련을 남겨두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안전하게 우리를 보호할 울타리를 두른 채.


그렇지만,


혹시 지금, 내 맘 같지 않은 오늘을 살고 있다면. 결과야 어떻게 되건 간에, 한번 원하는 대로 해보는 건 어떨까. 그럴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멈춰 서 있지 말고. 기회는 반드시 확 와 닿는 방식으로만 찾아오는 게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라피나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음악을 시작한 코너처럼.

그런 코너를 보고 자극을 받아 다시 발돋움을 시작한 브랜든처럼.

기회는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우리의 근처를 서성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차에 앉아있던 브랜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아마 이 영화를 본 우리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기회를 찾았다면, 그리고 기회를 잡기로 결심을 했다면 , 지금이 아니면 영영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이제 훔친 듯이 달릴 일만 남았다.





출처 : 유튜브 싱 스트리트 오피셜 비디오 - Drive It Like You Stol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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