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다 좌절하고 상처 받은 우리에게.

굴뚝 마을의 푸펠(Poupelle of Chimney Town, 2020

by 두부
"꿈이 뭐예요?"


어릴 땐 곧잘 대답했던 것 같은데, 글쎄. 지금 같은 질문을 받는다고 하면 바로 대답할 수가 없다.


경제적, 시간적 여건이나 가정환경, 재능, 사회의 시선, 주변인들의 평가 등. 혹자들은 핑계라고 치부할지도 모를 여러 이유들 사이에서 자라나면서 어린 시절과 달리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아진 탓인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꿈"이라는 것의 정의조차 모호해졌다.

그 시절 자신 있게 말하던 추상적이고 원대한 꿈들은 어느샌가 직업의 종류가 되어버렸으며, 꿈의 크기는 연봉의 액수가 되어버린 지금. 꿈이 뭐냐는 질문에 속 시원하게 대답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내 보면, 나의 경우 어린 시절엔 대통령이 되어서 세계평화를 지키고 싶었다. 국가라는 개념조차 없이 세계 == 우리나라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무지한 상태였고, 그저 그 당시 임기를 지내던 대통령님과 이름이 비슷하다는 정말 별거 아닌 이유였지만 그 당시에 누가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눈치 안 보고 자신 있게 그렇게 대답했었다.


세계평화를 지키고 싶다던가 하는 말을 자신감 있게 외쳤던 그 시절의 거대하고 가슴 벅찼던 꿈들은. 살아온 시간만큼 풍화되어 점점 작아져서는, 세계 평화는커녕 나 혼자만의 내면의 평화조차 지키기 힘든 내가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며 읊조리는 넋두리가 되어버렸다.


사회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 또는 사람 구실 하면서 살기 위해서,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쉽사리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 "나"라는 사람을 둘러싼 주변의 눈치와 압박 속에서 꿈은 점점 작아지다가,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고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꿈을 소중히 간직하며 오로지 앞만 보고 정진하여 마침내 그 꿈을 이뤄내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확고한 믿음을 바탕으로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는 그들의 모습은 타인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렇다고 해서 꿈을 포기한 사람들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현실과 타협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담력도 없는 녀석이라며 손가락질받아야 할까?



오늘 하고 싶은 영화 이야기는 꿈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굴뚝 마을의 푸펠(Poupelle of Chimney Town, 2020), (daum영화 영상, 포토)






하늘이 검은색이었던 무렵
하늘까지 뻗은 암벽에 둘러싸인 이곳
아침부터 밤까지 연기로 뒤덮인 이곳
바깥 세계의 존재를 모르는 이곳
밤하늘의 별을 모르는 이곳을, 우리 아빠는 굴뚝 마을이라고 불렀다.



새까만 연기로 뒤덮여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 금지된 마을, 아침이 없는 밤의 마을에는 세 가지 규칙이 있었다.



1. 하늘을 올려다보지 말 것


2. 꿈을 믿지 말 것


3. 진실을 알려하지 말 것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은 그 누구도 꿈을 가지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꿈을 말하는 사람들을 바보 취급하고 비웃는다.



"루비치"와 그의 아버지 "브루노"(daum영화 영상, 포토)


이야기의 주인공인 "루비치"의 아버지 "브루노"는 휴일이면 아들과 함께 마을 광장에 가서 검은 연기 너머에 있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로 종이 연극을 하곤 했다.


새까만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별의 존재를 믿지 않는 마을 한가운데서 빛이 반짝이는 세계, 하늘에 떠있는 반짝이는 별 따위의 이야기를 하는 브루노를 마을 사람들은 거짓말쟁이라 비아냥대며 무시했고, "별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수군거렸다.


시간이 흐르고, 바깥 세계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브루노가 해변가에서 갑자기 행방불명되면서 천식을 앓고 있는 어머니와 단 둘이 남게 된 루비치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굴뚝 청소부로서 일을 시작하게 된다.


굴뚝 청소부 "루비치"와 쓰레기에서 태어난 인간 "푸펠"(daum영화 영상, 포토)


그렇기에 다른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릴 여유가 전혀 없었고, 마을 사람들의 눈밖에 난 브루노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어 자연스럽게 외톨이가 되었다.


그럼에도 견뎌낼 수 있었던 이유는 아버지가 말해주었던 하늘 위 검은 연기 너머에 있는 "별"의 존재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입 밖에 내지 못하는 꿈이었지만 꿈이 있기에 외톨이가 될지언정 루비치는 흔들리지 않고 하루하루를 견뎌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핼러윈 밤 퇴근길에 우연히 쓰레기에서 태어난 인간 "푸펠"과 만나게 되고

그렇게 밤의 마을의 마지막 밤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daum영화 영상, 포토)



루비치는 마을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공간인 굴뚝 꼭대기에서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검은 하늘 너머의 별에 대한 이야기를 푸펠에게 늘어놓는다. 반짝이는 눈망울로 자신의 꿈을 떠들어대던 것도 잠시, 금세 부끄러워하는 루비치에게 푸펠은 그게 왜 부끄러우냐고, 너무나도 멋진 이야기라고 말해준다.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외톨이인 두 사람은 그렇게 점점 더 가까워진다.


그러나 이곳은 꿈을 꾸는 것이 금지된 마을, 꿈을 이야기하는 이 두 사람을 주변에서 가만 두고 볼리 없었다.

갖은 방해와 압박 속에서 두 사람은 정부에 의해 오랜 시간 동안 은폐되어 온 이 세계의 "진실"에 접근하게 되고, 마을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하늘에 있는 별을 모두에게 보여주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려 하는 순간, 진실을 은폐해야만 하는 정부의 방해를 받게 되면서 일어난 커다란 소동에 의해 온 마을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이게 된다.


(daum영화 영상, 포토)


두 사람이 모두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정부의 이단 심문관들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그 순간조차도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뭐야? 별이라는 게."

"그런 게 있을 리 없어."

"거짓말쟁이!"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점점 커지고, 이윽고 야유로 바뀌게 된 순간, 악에 받친 루비치의 진심이 담긴 외침이 온 마을 사람들에게 울려 퍼진다.


보기나 했어?

저 연기 너머를 누가 봤어?

아무도 보지 못했잖아!

그러면 아직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별이 있는지도 모르고, 없는지도 모르잖아.

모른다고 덮어버리고, 언제까지고 모른 체 하고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 거잖아!



루비치의 진심은 타성에 젖어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었을까?




굴뚝 마을의 푸펠(Poupelle of Chimney Town, 2020)은 니시노 아키히로의 동명의 동화책을 영화화 한 작품이다.


국내에는 영화 그 자체보다 이무진 가수님이 부른 OST가 더 많이 알려져 있어서 많이 아쉽다.


코로나 시국에 영화관으로의 발걸음이 뜸해진 요즘, 나 역시 이렇다 할 개봉작이 없어서 영화관에 가지 않은지도 한참이 되었다. 그러다 직장동료와 대화 중 굴뚝 마을의 푸펠이라는 영화에 대해 알게 되었고. 퇴근길에 트레일러를 찾아보곤 근 1년 만에 영화관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일본 작품 특유의 교훈을 주려 하는 그 감성을 못 견뎌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일본작품을 타인에게 잘 추천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한 번쯤은 봤으면 한다.






원작가인 니시노 아키히로는 개그맨이면서도, 싫어하는 개그맨 랭킹에 오랜 시간 올라있을 정도로 재미없는 개그맨이었고, 동화를 만들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모을 때에는 신흥종교, 사기꾼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었으나 지금은 성공한 그림작가이자 예술가가 되었다.


그는 한 토크쇼에서 "쓰레기 인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

뭐, 쓰레기 인간이라 엄청나게 미움을 받아요

왜 꿈을 좇는 사람이 이렇게 공격을 당하는 걸까?라는 게 첫 의문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모두가 어린 시절부터 꿈꾸어오던 것이 있지만 어른이 되는 과정에 있어서 어딘가 절충해야 되는 부분이 있잖아요? 나이의 문제라던가 가족이 있으면 역시 이건 무리라던가, 내 신장으로는 모델은 무리라던가, 원래 가지고 있던 꿈을 어느새 버리고 말잖아요. 그렇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그런 꿈을 좇는 사람이 있어요 그 꿈을 이루려고 해요

그렇게 되면 그 꿈을 버린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 사람들한테는 그 꿈이 이루어지면 배가 아픈 거예요.

그때 꿈을 버렸던 게 잘못이었다는 게 사실이 되어버리니까. 그걸 증명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꿈을 버려라 버려라, 하면서 공격하는 것이지요.

결국 꿈을 좇는 사람들은 쓰레기 인간 이기도 하다는 거죠, 그것이 푸펠이라고 하는.. 꿈을 좇는 사람들의 모습인 거죠.


""""""



꿈을 좇다 여러 번 실패하고 대중에게 외면받았던 사람이 하는 꿈에 대한 이야기. 그렇기에 더욱 꿈에 울고 웃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남 모르게 숨겨왔던 속내를 자극하는 게 아닐까.


나 역시 영화를 보고 나서 큰 감동을 받았고. 지나온 시간들과 내가 했던 선택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러닝타임이 흘러갈수록 등장인물들에게 몰입하게 되면서 나의 지난 시간들도 떠올랐다.

"내 꿈은 뭐였지?"로 시작해서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었지?"를 지나, "나는 지금 뭘 하고 있지?"로 이어졌다.

그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들이 대부분이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선택들도 분명 있었다. 순탄하게 살기 위해 적당히 타협하고 묻어두었던 것들, 환경으로 인해 강제적 혹은 반 강제적으로 포기해왔던 것들이 뒤섞이면서 머릿속에 복잡해졌다. 동시에 마음 한편은 살짝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고 애써 외면해왔던 것들인데 어쩌면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세계평화는 지키지 못하지만 내면의 평화는 지켜낼 수 있게 된 건가..? 라며 혼자 낄낄댔다.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 꿈은 이루어지니 포기하지 말고 정진하라 같은 말이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안되는 것과 되는 것을 알고 구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꿈이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잊고 있었던 꿈을 다시 한번 떠올려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길에 주변 환경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행동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각자의 굴뚝 마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별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용기를 다시 한번 얻을 수 있기를







<굴뚝 마을의 푸펠 메인 예고편>

https://tv.kakao.com/v/418854581

<니시노 아키히로 인터뷰 출처, 유읽남 유튜브>

https://youtu.be/4mGYNUQ_QU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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