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빛을 찾아서

보졸레(Beaujolais)의 일몰

by 경계인



리옹에서 차로 40여분을 달리면 넓게 펼쳐진 언덕 위로 포도밭이 쭉 늘어선 풍경을 만나게 된다. 보졸레 누보 (Beaujolais Nouveau) 와인으로 유명한 보졸레 지역이 오후의 따스한 빛을 받아 노랗게 빛나고 있다. 보졸레는 리옹에서 가까워 종종 남편과 드라이브를 가는 곳이지만 그 목적이 한 번도 와인 구매가 된 적은 없었다. 수많은 와이너리를 뒤로하고 우리는 마을의 가장 높은 곳으로 차를 몰고 간다. 짧은 일몰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고 보니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일몰의 순간을 함께 공유하였는지 새삼 떠올랐다.


베니스의 형언할 수 없이 다양한 하늘의 색채와 바다 내음, 갈매기 소리, 배가 다음 목적을 향해 물살을 가르는 소리들이 한 번에 만나면 그것이 지우데카의 일몰이 된다. 깊은 골짜기에 위치한 마을, 말발(Malleval)에서 바라본 일몰과 스코틀랜드 네이스트 포인트에서 어마어마한 양 떼들과의 모험은 또 어떻고.


매 순간들이 놀랍도록 아름다웠지만 보졸레의 해 지는 풍경은 그것들과는 사뭇 달랐다. 아름답고 경이로운 그런 류의 감정을 떠나서 보졸레에서 맞이하는 오후의 빛은 말할 수 없이 안락하고, 따스한 느낌이 들게 해 주었으니까.






사물의 빛이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 저녁 7시 30분



여름의 기운과 가을의 뉘앙스를 품은 9월의 프랑스는 일곱 시가 넘어도 해가 지지 않았다. 다만 길게 늘어트린 오후의 빛줄기가 퇴색해가는 포도 이파리를 적시면 한 번도 마셔본 적 없는 보졸레 누보의 맛이 연상되는 달큰하고 나른한 장면을 연출했다.









보졸레의 아름다운 마을, 우앙(Oingt)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지정되었다는 이 마을은 금빛 돌(Pierre dorée)이라 불리는 노란 빛깔의 돌로 집을 지어 멀리서 보면 마을 전체가 금빛으로 빛난다. 마을은 초입의 카페에서 사람들 몇을 마주친 것 말고는 아주 조용하고 한산했다. 오히려 사람보다 고양이들을 더 자주 마주쳤다. 특히 밤에 작은 마을을 여행하다 보면 종종 이런 일이 있다. 마을에서 마주친 고양이가 우릴 반기고 사람처럼 길을 안내하는 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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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y Golden, 금빛으로 빛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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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태양이 마지막으로 비추는 빛이 마을의 옹기종기한 집들 위로 와 닿을 때, 그때가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응축된 진노란 빛깔이 온 세상을 덮는다. 나무 이파리에도, 검은 고양이의 얼굴에도 하루의 임무를 다한 태양의 기운이 내려앉는다.

남편과 나는 아무 말없이 짧은 시간 펼쳐지는 일몰의 환희를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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