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 명상
패랭이꽃 소복하게 피고 한 달이나 되었을까
씨앗이 영글어 간다.
양귀비꽃도 더러 씨방이 여물어 가고
노란 달맞이는 지천으로 꽃을 피우더니 벌써 시들하다.
오늘은 키 큰 접시꽃이 만개했다.
치열하게 피고 지고 꽃은 바쁘지만
제 할 일이 끝나면 미련이 없다.
사람만 유독,
관객 떠난 무대를 떠나지 못하고
끝난 사랑을 못내 잊지 못한다.
그림자가 긴 인간의 미련을 돌아본다.
그림자는 허상이 아니던가.
달라지려 하면 달라질 수 있다고 믿으며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