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임시

연잎을 따다

연밭에서의 명상

by 냉이꽃



작은 논에 연씨를 뿌린 것이

올해는 사람 키보다 높이 자랐다.


멀리서 보면 한없이 깨끗하고 티 없어 보이는데

가까이 보니 상처투성이다.

연꽃도 설렁설렁 사는 건 아닌가 보다.


상처 났다고 아우성이고

결코 상처 없기를 바라는 것는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존재, 사람밖에 없다.


식물 동물은 물론 제 종족인 사람에게도 숱한 상처를 주고 살면서

자기만은 무탈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참 욕심 많고 무례하다는 생각을

연잎을 보며 하게 된다.


멀리 무덤이 보인다.

사람은 부끄러운 줄 모르고

살았던 흔적을 기어이 남기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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