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밭에서의 명상
작은 논에 연씨를 뿌린 것이
올해는 사람 키보다 높이 자랐다.
멀리서 보면 한없이 깨끗하고 티 없어 보이는데
가까이 보니 상처투성이다.
연꽃도 설렁설렁 사는 건 아닌가 보다.
상처 났다고 아우성이고
결코 상처 없기를 바라는 것는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존재, 사람밖에 없다.
식물 동물은 물론 제 종족인 사람에게도 숱한 상처를 주고 살면서
자기만은 무탈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참 욕심 많고 무례하다는 생각을
연잎을 보며 하게 된다.
멀리 무덤이 보인다.
사람은 부끄러운 줄 모르고
살았던 흔적을 기어이 남기려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