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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냉이꽃 Oct 15. 2018

나르시스에 대한 명상

마음수련 명상의 해법



자신을 사랑했던 나르시스와 호수의 신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1988년 <연금술사>라는 책을 썼다. 사막이 배경이라 더 아름답고 삶의 본질에 가까워 보이는 소설이었다. 코엘료는 오스카 와일드가 각색한 나르시스 신화로 글을 시작했다.  


나르키소스가 죽었을 때 숲의 요정들이 왔다.
그들은 호수가 쓰디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숲의 요정 : 그대는 왜 울고 있나요?
호수 :  나르키소스를 애도하고 있어.

숲의 요정 :  하긴 그렇겠네요. 우리는 나르키소스의 아름다움에 반해 숲에서 그를 쫓아다녔지만, 사실 그대야말로 그의 아름다움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었을 테니까요. 
호수 : 나르키소스가 그렇게 아름다웠나요?

놀란 숲의 요정 : 그대만큼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나르키소스는 날마다 그대의 물결 위로 몸을 구부리고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잖아요!

호수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  저는 지금 나르키소스를 애도하고 있지만, 그가 그토록 아름답다는 건 전혀 몰랐어요. 저는 그가 제 물결 위로 얼굴을 구부릴 때마다 그의 눈 속 깊은 곳에 비친 나 자신의 아름다운 영상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가 죽었으니 아, 이젠 그럴 수 없잖아요.


@ 참고 : 원문을 아주 조금 줄여서 인용했습니다.


나르시스는 호수에 비친 자신을 보았고, 호수는 나르시스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영상을 보았다. 그들도 우리처럼 오직 자기를 확인하고 자신을 사랑했다. 



자기애를 의심하기


사람은 누구도 사랑할 수 없고 타인이 안중에도 없는 존재라는 말일까? 아마도 그래서 사람만큼 잘 속는 존재도 없을 것이다. 자기에게 유리한 말에는 다 혹하게 되니까. 심지어 거짓말일지라도 바른말보다는 칭찬해 주기를 바라고 잘될 거라 격려해 주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인간은 진실을 싫어하는 존재일까? 자기가 다치는 것을 싫어하며 타인의 고통에 둔감한 것은 당연한 일일까? 


돌아보면 나도 내밀한 불안이 항상 깔려 있었고 그것을 볼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인간은 정녕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괴롭히고 있는 것일까? 자기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 것일까, 힘드니까 차라리 알기 싫은 것일까? 


구글에서 긍정적 사고를 검색하면 192만 개의 글이 나온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고를 강조할수록 근본적인 불안이 감지되는 것은 왜일까? 부정적인 감정을 누르고 차단하는 것이 긍정인가? 불안을 이겨내려는 주문이야말로 근본적으로 불안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자신을 진정 사랑할 수도 있을까? 마음수련 명상은 도움이 될까?


어느 분이 말했다. " 늙으면 아름다운 기억만 남고 괴로운 기억은 잊었으면 좋겠어요."

말도 안되는 어리석은 말이다. 그러나 솔직한 말이기도 했다. 누구나 자신의 좋은 점만 기억하고 싶고, 또 기억되기를 바라니까.


마음수련 명상은 모든 사람이 자기 마음세계 속에 살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 배에서 나고 한 집에서 성장한 형제도 기억하는 부모의 모습이 다 다르지 않던가.


결국 자기 마음은 자기가 만든 것이며, 자기만 볼 수 있고, 그 마음을 버리는 것도 자신만 할 수가 있다는 말이다. 자기 똥은 자기가 치워야 하는 것이다.


또 한가지 전제가 있다. 자기만 기억하고 있는 그 마음은 간밤의 꿈처럼 허상이라는 점이다. 꿈 속에서 강도를 만났다고 꿈 깨고 경찰서에 신고하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없는 허상이기 때문이다. 꿈 속에서 누구를 죽였다 하더라도 그 기억을 가지고 경찰서에 자수하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있되 없는 기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없는 허상을 두고 가치를 따지는 것도 의마가 없다. 그 기억을 돌아보며 더욱 풍부해지고 깊어지는, 또 행 불행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자신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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