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원리를 알면 실마리가 잡힙니다
조용필은 가요계의 전설로 불리는 가수입니다. 앉으면 음악 얘기만 하는, 음악밖에 모르는 가수라 해요. 그런 그가 1977년 대마초 사건으로 활동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조용필은 방황하다가 통도사 극락암으로 경봉스님을 찾아갔습니다.
"너는 뭐하는 놈인고?"
"가수입니다."
"자네는 꾀꼬리네. 자네 안에 있는 꾀꼬리를 찾아봐"
경봉스님과의 대화는 구전인지라 전하는 사람마다 조금씩 말이 달랐습니다. 그러나 꾀꼬리를 찾아보라는 화두를 주신 것은 분명합니다. 그 화두를 들고 고민하다가 만들어진 노래가 '못 찾겠다 꾀꼬리'입니다. 1982년에 발표되었죠.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매일 마음이 어쩌고 얘기하지만, 막상 그 마음이 뭐냐고 물으면 막막합니다. 망망대해 한가운데에 술래가 되어 헤매게 되죠. '못찾겠다 꾀꼬리'는 마음의 길에서 헤매는 자의 솔직함이 좋았던 진귀한 노래였습니다.
경봉스님(1892-1982)은 양산 통도사가 배출한 큰스님이셨습니다. 이렇다 할 종교지도자가 드물었던 60-70년대였습니다. 경봉 스님은 알아듣기 쉽게 법문을 해주시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합니다. 경봉스님은 조용필에게 하셨듯이 걸맞은 화두를 주시기도 하고, 불공 올리며 소원성취나 빌던 불자들에게 마음을 닦아라는 설법을 하셨죠.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라는 여섯 가지가 다른 것이 아닌기라.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눈, 귀, 코, 혀, 몸 그리고 생각을 가리켜서 육 근(六根)이라고 하는 긴데, 알고 보면 이 여섯 가지가 사람을 망치는 도둑놈들 인기라. 그래서 부처님이 이 여섯 가지 도둑놈들을 제대로 잘 단속하라고 이르신 게야.
눈도 도둑이요, 귀도 도둑이요, 코도 도둑이다. 이 도둑놈들이 하자는 대로 끌려가면 그 사람은 신세를 망치게 되는기라. 그러니 여러분들은 지가 갖고 있는 몸속의 여섯 도둑놈들을 잘 다스려야 하는기라. 내 말을 알아듣겠는가?”
출처 : 법보신문(http://www.beopbo.com)
스님을 찾았던 중생은 어리석고, 욕심 많고, 허황한 것을 즐겨 찾고, 그래서 삶이 고해였습니다. "이 뭣꼬" 화두를 받으면 허허벌판에 던져진 채 눈만 꿈뻑이는 존재가 중생입니다. 이런 중생이 여섯 도둑을 어찌 단속해야 하나요? 조용필은 못 찾겠다고 노래라도 불렀지만 말이죠.
시대는 달라졌습니다. 사람의 마음에 대한 책은 평생을 읽어도 다 못 읽을 만큼 많죠. 뇌과학도 발달했습니다. 과학이 발달한 덕분에 인간의 뇌를 흉내 낸 AI가 사람을 대신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굳이 내가 외우지 않아도 구글에 물으면 다 가르쳐 주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뭐든 쉬워졌고 쉽게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끝나지 않는 술래잡기같았던 마음의 문제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사진기로 사물을 찍으면 사진이 남습니다. 사람의 경험도 영상으로 뇌에 저장됩니다. 내 의지와는 관계없습니다. 사람의 오감은 자동 카메라죠. 미끈거리는 생선을 만졌던 기억, 뱀을 보고 기겁했던 가슴, 오늘 점심먹었던 기억,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노래, 펄펄 끓는 주전자물, 사람에 대한 편견, 숱한 고정관념... 모든 것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마음이라 합니다. 마음은 사진입니다. 사진은 허상이고요. 지난 밤의 꿈과 같습니다. 입력된 사진은 지우지 않는 한 언제든 떠올리면 출력됩니다. 그러나 사진과 같은 것이라서 지우면 지워집니다.
경봉스님이 말씀하셨던 사람을 망치는 여섯 도둑놈이 이것입니다. 바로 이 사진이 스트레스고 고통입니다. 번뇌의 주범이죠. 여섯 도둑에게 집안을 점령 당하고, 평생 동안 여섯 도둑이 펼쳐놓은 이 마음세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지요. 이 마음이 사진이고 허상임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꼬장꼬장한 노인네가 있었습니다. 구석구석 보는 것마다 잔소리하며 경찰서에 투서를 넣고 젊은이들을 괴롭혔죠. 그런데 이 어르신도 기가 죽을 때가 있었습니다. 목소리 큰 여자만 보면 살이 덜덜 떨렸습니다. 목소리 큰 마누라에게 무시당하고 상처 받은 오랜 기억 때문이죠. 꼬장꼬장한 습성도 살았던 삶의 경험에서 입력된 것입니다. 오금지리는 두려움도 살면서 찍은 사진이고 허상입니다. 인간의 모든 말과 행동과 생각은 사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여섯도둑이 저지레한 모든 것이 뇌에 저장되어 있으므로 눈감고 가만히 돌아보는 것입니다. 이것을 명상이라 합니다. 뇌가 펼치는 영화 한편을 영화 밖에서 보는 것이죠. 그러면 조용필도 꾀꼬리를 찾을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