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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임시

낯 간지러운 칭찬

소통의 노력

by 냉이꽃


행사 뒤풀이 시간이었다.

술잔이 오가면서 그동안 일하면서 부딪쳤던 사람들과 뭉친 마음을 풀었다. 사회자는 서로에게 칭찬을 하라 했다. 칭찬은 내가 가장 못하는 일 중 하나다. 시빗거리만 찾고 비난만 하는데 익숙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오장육부에 두드러기가 돋을 것 같았지만 어색한 칭찬을 주고 받았다. 사람은 성장한다. 칭찬도 자꾸 하니 조금씩의 진심을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글거리고 과한 칭찬임을 알면서도 우리는 인정 욕구가 많고 열등감 많은 존재인지라 몹쓸 마음들이 녹아내리기도 했다.


"오늘, 성질도 나는데 한잔 하십시오~"

이사장님이 와인을 잔에 가득 들이부어줬다. 행사 마치고 한바탕 성질을 부렸기 때문이다. 이사장은 몸을 낮추며 직원들 비위를 맞추었다. 가장 속 터질 분들이 이러시면 매우 송구하고 부끄러워진다.


우리는 부족한 사람들이고 그래서 문제는 늘 일어난다. 사람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으니 반짝이는 해결책이 있을리도 없다. 그러나 들어주고 이해하는 흉내만 내어도 많은 문제가 해결이 되었다. 대부분 일 자체보다는 일 때문에 생겨난 감정이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만큼이라도 소통이 되기까지는 숱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의 한계를 너무나 많이 보게 되었다. 누구 한 사람을 나무랄 일이 아니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남 탓을 하는 구조이고, 자신의 모습을 알기 힘든 존재이며, 자기 잘못을 인정하기 힘든 존재이고, 자기가 편하기 위해 남을 바꾸려고 하지 남을 위해서 자신을 바꿀 생각은 추호도 없는 존재라는 것. 참 서글프지만 이것이 우리의 이기적인 얼굴이었다.


사람은 많은 문제를 만들어내지만 얽힌 마음이 반드시 합리적인 방법만으로 풀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따질수록 서로가 방어력만 커져서 싸움은 깊어졌다. 문제를 해결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해결하려는 마음만 있어도 삶이 조금은 달라졌다. 우리는 여전히 어리석고 찌질한 존재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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