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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임시

듣지 않고 음악을 사랑할 수 없듯이

마음수련 명상은 관념이 아니다

by 냉이꽃


우리가 언제 대화를 한 적이 있을까?


귀가 잘 안 들리는 할머니가 계셨다. 우악스럽고 고집이 세고 노여움이 많았다. 그래서 싸움도 잦았다. 한 번 싸우면 불같이 화를 내고 고함을 지르는데 누구도 말릴 수가 없었다.


보청기도 거부하셨다.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어쩌면 들리는 세상이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듣는다는 것은 어렵고도 성가신 과정이다. 귀가 멀쩡한 우리에게도 가장 서툰 일이 아닌가.


어르신은 가족과 이웃의 말을 들은 적도 없고 대화를 해본 적도 없는 것 같았으며, 그냥 뜻대로 안 되면 고함지르고 내던지는 것이 가장 익숙한 대화법이었다. 그는 정을 표시하는 법도 폭력적이었다. 무조건 쥐어주고 받으라고 강요했다. 받지 않으면 노여워하고, 자신이 준 것을 간직하지 않는 사람에게 화가 끓었다.


들리지가 않으니 남의 사정을 모르고 남의 심정을 모르니 항상 일방적일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어르신을 기피했고, 어르신은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는 사람들이 항상 섭섭하고 야속했으며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가끔, 마음에 안 들면 온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셨다.


나만 쏙 빼놓고!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즐겨 본다. 강아지가 좋기도 했지만 그보다 인간이 얼마나 거칠고 이기적이며 자기중심적인지를 깨닫게 해 줬기 때문이다. 세나개 덕분에 사람들은 노력하게 되었다. 개와 사람의 언어 장벽을 넘기 위해 개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 의미를 배웠다. 개가 잘못을 알거라 생각하고, 이렇게 하면 개가 좋아할 거라 넘겨짚었고, 혹은 왜 저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의 예상을 뒤집는 개의 시그널을 알게 되면서 견주들은 반성하고 달라졌다. 그 결과 사람은 성장했고, 개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었으며, 함께 행복한 삶을 만들어 나갈 수도 있었다.


끈질긴 스님과 질문자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봤다. 성질이 급하고 화가 나는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질문이었다. 스님은 끈질기게 그 화가 자기 속에 있는 것이며 자기가 문제임을 인정하라 했으나 참으로 쉽지 않았다.


질문자 :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화는 어디에서 오는지? 그래서 그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되는지에 대해서 스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법륜 : 화는 지한테서 오지, 남한테서 오겠어? (사람들 웃음) 화는 어쨌든 밖에서 와요? 자기한테서 와요?

질문자 : 녜...???

법륜 : 아니, 어디서 와요? 그 사람이 나한테 줘요? 내 속에서 일어나요?

질문자 : 근데 뭐 자기는 (운전을) 정석으로 가고 있는데 팍 치고 들어온다면... 뭐..

법륜 : 팍 치고 들어온 거지 그 사람이 자기에게 화를 준 건 아니잖아?

질문자 : 자기도 모르게 화가 나지 않습니까?

법륜 : 그러니까 화가 자기한테서 일어났어? 그 사람이 줬어?

질문자 : 아 그러니까 그거에 대한 마음가짐을 어떻게....

법륜 : 아니, 우선 대답부터 해~ 그게 그 사람이 준거야, 나한테서 일어났어?

질문자 : 전 그 사람이 준 거 같은데요? 하 참...

법륜 : 오늘 밤은 달마저도 나를 슬프게 하는구나.. 하는 시가 있죠? 그럼 달이 나를 슬프게 했어? 내가 달을 보고 슬퍼했어?

질문자 : 제가 달을 보고 슬퍼한 거죠.

법륜 : 달이 만약에 나를 슬프게 한 거라면 다른 사람도 슬프게 해야 할 거 아냐? 달을 보고 내가 기뻤다면 달이 나를 기쁘게 만들었어? 내가 달을 보고 기뻐한 거야?

질문자 : 머릿속이 좀 멍해지는 것 같습니다...(한 번 더 질문을 받고서야 대답했다.) 그야.. 저죠.

법륜 : 그러면 차가 탁 끼어든 걸 보고 내가 화를 냈다면 나로부터 화가 일어난 거야? 저 사람이 나한테 화를 준거야?

질문자 : 아, 근데 화는 저부터 일어났지만 그거는, 예.... 원인 제공은 그쪽에서 한 거지 않습니까?


이 질문자의 '너 탓이고 너 때문'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데는 그 이후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니 바꾸지도 못했다. 질문자는 여전히 뭐가 문제인지를 모른채 마지막 질문을 했다.


질문자 : 다른 스님들도 다 원이 있던데... 스님의 원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법륜 : 남의 인생에 간섭하지 마라. (일동 웃음과 박수)


니체는 <도덕의 계보>에서 말했다. "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한 번도 탐구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에게 귀 기울여야 할 것이고, 자식을 혹은 그를 사랑한다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모르듯이 타인에 대해서도 무지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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