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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을 찾는 사람들-다큐온 명상인류 & 마음수련

by 냉이꽃


KBS 1TV 다큐온이 방영한 명상인류. 제작진은 호모 사피엔스를 '명상인류'라 불렀다. 나도 마음수련 명상을 하고 있는지라 궁금했다. 명상이 뭐길래 인류의 보편적 특징이라 하는 걸까? 다른 사람들에게는, 또 나에게는 명상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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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화두 '어떻게 살 것인가?'



고대로부터 인류의 변하지 않는 화두는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였다. 인류는 고비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깊이 들여다보고 해법을 찾았다. 21세기 인류도 마찬가지다. 망가진 인간, 폭력, 혐오, 중독 그리고 지구 종말을 예고하는듯한 기후위기, 불안과 생존의 위협, 도망갈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문제들. 속수무책인 이 시대 역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화두가 명상을 하게 한다는 말이다.


고도의 발전을 거듭하다가 마지막에 인간이 하는 행위는 딱 하나밖에 없대요.
인간은 생각만 한대요. '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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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인류의 의미



오늘날 지구인의 60% 이상은 무종교라 한다. 코로나 이후 탈종교 현상은 더 가속화되었다. 더불어 엄격하고 내밀하게 전승되던 명상법도 종교의 테두리를 벗어나게 되었다. 그 결과 지금은 종교와 무관하게 누구나 명상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성해영 교수(종교학, 명상 30년)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인류가 지금처럼 먹을 것, 안전, 혹은 생존 그 자체에 대해서 덜 걱정하는 시대는 없었죠. 인간이 누구나 다 자기 삶의 의미를 직접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고 정치적 권리의식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여가를 누리게 됐거든요. 매슬로우가 말한 자아실현의 욕구를 누구나 실현할 수 있는 최초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뒤집어보면 현대인 각자가 자기 삶의 의미를 직접 찾아야 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sub02_0507_img61 (1).jpg 영월 창림사터 오백 나한 / 사진출처 : 국립 춘천박물관



셀럽들이 경험한 명상 효과



다큐온 명상인류팀은 누구나 알만한 셀럽을 인터뷰했다. 명상을 꽤 오래 한 분들이었다. 그들은 명상의 효과와 의미를 각자의 방식으로 설명했다.


명상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승기 (가수, 명상 20년)는 '어제 명상을 시작한 사람과 수준이 같다'며 겸손하게 말을 꺼냈다. 그의 질문은 소박하고 진솔했으며 허황하지 않았다. 그는 무언가 성취하지 못하면 패배했다고 느끼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하는가? 나는 무엇으로 인해 행복해지나? 내가 열심히 했던 이 시간이 남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선가? 아니면 내가 행복하려고 한 것인가? 달리던 길을 멈추고 나서야 나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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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 명상 50년)는 말한다.


우리는 늘 다른 사람들의 자극에 둘러싸여 있고, 그들은 '너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그들이 정해놓은 나 자신을 믿게 됩니다.

하지만 명상하는 동안에는 타인의 시선을 넘어 '나는 누구인가'를 다시 묻게 됩니다.

명상은 결코 신비로운 것이 아닙니다. 명상이란 더 이상 휘둘리지 않고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거예요


명상의 가장 큰 의미 중 하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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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정(명상 22년)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한 자리에서 연주할 만큼 몰입력이 대단하다. 그녀가 경험한 명상의 세계는 몰입의 힘과 비례했다.


무아지경으로 피아노와 하나가 되다가 조금 더 호흡이 깊어지면 연주를 하는 제 자신을 무대 끝에서 바라볼 수가 있어요.... 라흐마니노프 콘체르토 2번을 연주했을 때도 그랬었고 바흐 평균율도 마찬가지였어요. 그 순간 모든 게 다 괜찮아져요. 모든 게 무의미해지면서 하나하나가 너무 중요해져요. 결국에는 지금밖에 없구나. 영원, 이게 영원이구나


인간은 명상을 찾을 수밖에 없다



sub02_0507_img62 (1).jpg 영월 창림사터 오백나한 / 사진출처 : 국립 춘천 박물관


그들이 말한 명상의 목적


그 외에도 뇌과학자 장동선, 명성이 자자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 종교학 교수 성해영 ,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등의 인터뷰가 있었다. 셀럽들의 명상 체험을 요약해 봤다. 명상의 목적은 '나는 누구인가?' 즉, 자아 발견과 자아실현에 있었다. 그리고 명상을 하게 된 계기는 대개 삶에서 부닥치는 스트레스와 고통, 번뇌였다.


장동선(뇌과학자, 명상 40년)은 삶에 스트레스가 많고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 명상을 통해 해결했다고 했다. 뇌과학계의 연구결과, 뇌를 변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명상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장동선에게 명상은 자기 계발의 도구에 가까웠다.


반면 종교학자 성해영은 조금 더 본질에 접근하여 말했다. 불교는 어떤 종교보다 자아성찰에 특화된 종교이며, 명상은 존재의 참된 본성을 알아차리는 과정이라 했다. 불가의 수행법은 자신의 감정과 사고상태로부터 한 발 벗어나게 하며, 한발 떨어져서 나를 보면 격한 감정도 가라앉고 선정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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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교회 (일본, 1988년 ) 사진출처: en.wikipedia



한편, 안도 다다오(세계적인 건축가)는 현대인은 생각하는 힘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돈의 힘에 밀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건축에 한 사람 한 사람이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나는 그의 말을 여러 번 곱씹었다.


우리는 과연 생각하며 살아온 것인가?


청산유수처럼 말을 하기는 쉽다. 그러나 자아성찰, 자아발견, 자아실현 그 어느 것도 쉽지 않다. 마음수련 명상은 자기를 돌아보고 마음을 버리는 것이다. 나는 20년 이상을 나를 돌아본다고 했지만 궤도이탈이었다. 나를 객관적으로 성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의 입장에서 나를 지키고 변명하고 변호하고 합리화하며 내 마음에 들도록 나를 수정해 왔다. 그건 명상이 아닌 '자기 고집이고 자기애'었다. 생각이 아니라 끝나지 않는 번뇌였다.


나의 바름과 나의 행복은 타인의 그것과 충돌하였다. 자아가 견고해질수록 벽도 두터워졌다. 사람을 진심으로 대할 수도 없었고, 나로부터 자유롭지도 못했다. 충돌하는 내가 자꾸 보였다. 그래서 불행할 이유가 아무것도 없는데도 마음 밑바닥은 알 수 없는 불만과 결핍감과 우울이 깔려 있었다.


나에게 명상의 목적을 묻는다면 나는 '진실한 자아성찰'이라 하고 싶다. 나에게는 '진실한'이 필요했다. 진정한 자아발견이 아니면 진정한 기쁨도 진정한 행복도 없으니까.



sub02_0507_img64.jpg 영월 창령사터 오백나한 / 사진출처 : 국립춘천박물관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수련 명상



하루를 돌아보고 지워버리면 피곤한 것도 사라지고
... 감사하죠.



다큐온 명상인류는 평범한 사람들의 명상을 소개하며 마무리했다. 걷기 명상, 고등학교 교실의 3분 명상도 나왔다. 그리고 마음수련 홍대 명상센터가 화면을 채웠다. 작년 이맘때던가? 가본 적 있는 센터였다. 김밥집 사장님 부부가 소개되었다. 동대문의 유명한 김밥집이라 나도 안면이 있었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일만 하는 성실한 부부였다. 일부러 온화한 표정을 짓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소탈한 모습으로 말했다. '처가 식구들과 하루 종일 일을 하다 보니 갈등이 있었다. 부인이 스트레스받고 있는 걸 알면서도 서운하고 나만 억울한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명상을 시작했단다. 마음을 비우고 나면 피곤함도 사라지고 그저 감사하다는 사장님 부부였다. 묘한 게 마음이다. 보이지도 않는 마음이 온몸을 짓누르고 천근 무게의 짐이 된다. 그걸 버리면 피곤함도 사라지고 단지 감사함만 남는다는 말에 나도 백번 공감.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 천국이 너의 것이라 하셨던 산상수훈이 생각났다. 사장님 부부는 자아발견이니 실현이니 겉멋만 들고 허황한 욕심만 가득했던 나와는 뭔가 달랐다. 바라는 것 없이 소박하게 하루하루 비우다 보면 그 자리에 저절로 드러나는 것이 본성인 것이다. 본성은 욕심으로 찾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돌고 돌아갔던 길을 이 부부는 낮고 평범하고 소박하게 그냥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화면 캡처 2025-09-30 150745.jpg 마음수련 홍대 명상센터, 김밥집 부부




명상이 트렌드가 된 시대, 아니 명상을 하지 않고는 제정신으로 살기 힘든 시대다.


모든 생명들이 존재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너무 소중하고 귀하고.... 이거를 알면 내가 뭘 대단한 걸 이뤄서가 아니라 그냥 존재하니까 그것만으로 이미 행복한 거죠.


피아니스트 임현정의 말이다. 물론이다. 그러나 내가 불편하고 괴로우면 듣기좋은 꽃노래에 불과하다. 그래서 누구나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닦는 것이 아닐까. 내 마음이 지옥이면 세상도 지옥이 되니까. 말과 행동은 항상 다르니까.


나는 마음수련 명상으로 나의 밑바닥을 보게 되어서 고맙다. 조용히 눈을 감으면 새삼 깨닫는다. 마음을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지. 언젠가, 명상의 길을 걷고 있는 명상 인류들과 이 길 어디에선가 기쁘게 조우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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