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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냉이꽃 Mar 18. 2018

사기꾼에 대한 명상

조르주 드라투르 <사기꾼>과 마음수련 명상


조르주 드 라 투르 <사기꾼>


Georges de La Tour, Cheat with the Ace of Clubs, 1630-34, kimbell art Museum


조르주 드 라 투르는 17세기 프랑스 바로크 시대의 화가다. 경건하고 소박한 종교화를 많이 그렸다. 그리고 도박이나 사기와 같은 인간의 추악한 풍속을 그리기도 했다. 그림의 경건함과는 달리 그의 삶은 악행을 일삼았던 지주였다고 알려져 있다.


그림 속의 왼쪽의 남자는 등뒤에 카드를 숨기고 있다. 남자의 시선은 메세지를 던지듯 우리를 향하고 있다. 여종은 술잔을 주는 척하며 남자의 카드를 엿보며 알려준다. 앉아있는 여주인은 정면을 향해 있지만 눈동자는 여종을 향해 있다. 속고 속이는 가운데 부유한 젊은이는 자신의 카드에만 몰두하고 있다.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 것도 모른다. 


이 작품은 카라바조의 <카드놀이 사기꾼>이라는 작품에 영향을 받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소한 사기꾼의 기억


#옛날 시외버스터미널

출발 시간이 몇 분 남은 버스다. 양복을 입은 남자 두어 명이 급히 버스에 오른다. 번호표를 막 나눠준다. 이내 추첨을 하고는 " 1번, 5번... 당첨됐습니다!" 발표를 한다. 당첨된 사람이 손을 들면 그들은 다가와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은 이 고급시계에 당첨되셨습니다. 단돈 2만 원만 더 내시면 지금 바로 이 고급시계를 드립니다. " 


이런 어설픈 사기극 앞에서 혹자는 당첨을 기뻐하며 이걸 사나 마나 꽤 망설이게 된다. 


#방판 화장품

예전에는 화장품 방문 판매원이 직장으로 오는 경우가 있었다. 다소 고가의 화장품이다. 

어느 날 지갑을 잘 열지 않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리고 속삭였다. 

"선생님만 특별히 하나 더 드릴 테니까 사세요~"  특별히 나만 준다는 말에 흔들려 화장품을 샀다. 

이 일은 두고두고 나를 부끄럽게 했다. 아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해줬다.


#브렉시트 폭풍

몇 년 전이다. 은행 직원이 바보 같다며 나를 꼬드겼다. 너도 나도 E**라는 상품에 투자를 하는데 왜 이자가 형편없는 적금을 넣고 있냐는 것이다. 나는 흔들렸다.


얼마 후,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겠다는 브렉시트 발표가 있었다. 하루아침에 주가가 폭락하고  E**도 상환이 연기되었다.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무슨 영화를 누려 보겠다고...  잠이 안 왔다. 매일 기사를 살피며 알거지가 되나 어쩌나 노심초사했다. 다행히 무사히 상환이 되었다. 나는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하지 않겠다 결심했다. 



나는 사기꾼이 아니었을까? 


인간의 불행은 대개 욕심에서 비롯된다. 공부는 하기 싫고 성적은 오르고 싶었던 학창시절, 빌리거나 얻기는 좋아해도 주는 것은 뭉기적거렸던 더러운 습관들, 다른 사람은 무시하면서 나만큼은 인정받고 싶어했던 뻔뻔함, 어느 것 하나 욕심 아닌 것이 없었다. 그리고 욕심은 모두 이치에 어긋나는 것이었고 그래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었다.


마음수련 명상은 행복의 비결을 알려주는 곳이 아니다. 나의 삶을 돌아보며 불행의 이유가 찾아질 때 행복했다.  그 잘못이 스스로 인정될 때 행복했다. 그리고 그 마음이 버려질 때 그지없이 고맙고 행복했다.


살면서 무수히 남을 원망하고 운명을 탓했다마는 그 모든 것은 나의 잘못이었다. 사기꾼을 만났다면 내 속에 반드시 사기꾼의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내가 끌어당긴 것이었다. 사람에게 허황한 욕심과 바르지 못한 헛꿈이 남아 있는 한 유혹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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