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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담자 P Apr 19. 2020

정신과 상담비용/1년치 진료기록 공개!

#우울증 #정신과 #번아웃증후군

많은 분들이 정신과 상담 비용이나 진료에 대해 궁금해하시더라고요. 비용이 비싸진 않을까 고민하시기도 하고요. 보험 덕분에 20~30분 진료를 받아도 생각보다 비용이 비싸지 않습니다. 만 원 중반대 밖에 나오지 않아요. 물론 심리검사가 추가되거나 정신과와 연계되어서 전문적인 심리상담이나 인지행동치료가 들어간다면 상담비용이 시간당 10만원도 나올 수 있만, 일반적인 진료는 만원 ~ 이만원이면 충분히 받을 수 있습니다. 자세한 기록은 아래에서 확인해주세요.


작년에 처음 정신과에 방문할 때는 정말 엄청 떨렸어요. 막상 만성 우울과 불안장애 진단을 받고 나서 많이 속상하기도 했네요. 그래도 10대 후반~20대 초반 때에 비해 우울의 정도가 그렇게 심하진 않아서 약은 고작 한 두 개 정도였어요. 근데, 그 작은 한 두 개가 사람을 참 힘들게 하더라고요. 맞는 약을 찾기까지 졸림, 현기증, 무력감, 심지어 간지러움까지. 다양한 부작용을 겪으면서 참 고달프기도 했고요.


회사는 다녀야 하니까, 무기력이나 불안이 나아져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약을 먹는데, 그 약 때문에 두통이랑 현기증이 와서 두통약 현기증 약을 먹은 적도 있어요. 그럴 때는 정말 비참했어요. 내가 환자 같고... 부작용 때문에 약을 여러 번 바꾸기도 했고, 부작용은 없는데 약이 딱 저에게 안 맞아서 효과가 덜한 경우에는 또 다른 약으로 바꾸기도 했어요. 그래도 지금은 저에게 효과도 있고, 부작용도 없는 약을 찾아서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1년 치 정신과 진료기록이랑 정신과 상담비용을 쭉 공개해볼게요!


●정신과 상담비용 요약

진료+약 처방 포함해서 평균 9000원~11000원, 지금까지 가장 비쌌을 때가 최대 16600원.

초진일 때는 평소 비용에 5천 원 정도 비싼 듯합니다.


●첫 번째 정신건강의학과 특징

* 비예약제, 대기시간 50분~1시간, 진료시간 최소 6분, 최대 10분, 상담보다 약 처방 중심

* 지인의 추천을 받고 갔던 곳이었어요. 병원이 너무 작고 로비에 대기 좌석은 7개뿐... 근데 대기시간은 50분. (실화냐) 상담은 최소 6분에서 길어도 10분 내에 끝났어요. 길게 하고 싶어도 뒷사람 생각하면 죄책감이 유발돼서 말이 빨라지더라고요. 대기자가 많다 보니 의사 선생님이 약간 급하게 진료를 보셨고, 답답하면 돌직구성 발언도 많이 날리셨습니다.


●첫 번째 정신과 상담비용 및 진료기록

19/4/22 37100원 - 에탈로프정 5mg(심리검사 3만 원 + 약 + 진찰)

4/30 9700원 - 시탈로정 10mg

5/7 8300원 - 시탈로정 10mg

5/14 9300원 - 시탈로정 10mg, 아빌리파이 1mg(무기력 너무 심해서 약 추가)

5/18 11100원 - 시탈로정 10mg, 아빌리파이 1mg

5/28 15100원 - 시탈로정 10mg, 아빌리파이 1mg

6/15 12300원 - 시탈로정 10mg, 아빌리파이 0.5mg(졸려서 기절하겠다 했더니 줄여주심)

7/2 11900원 시탈로정 10mg (무기력이 좀 나아졌다 하니 빼주심)


참고) 자기 보고식 심리검사 3만 원

MMPI 2, SCT 문장 완성검사, TCI 성격 및 기질검사, 이화 방어기제 검사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약물치료 전에 심리검사를 받는 것은 적극 추천하지만, 정신과에서의 심리검사는 비용이 저렴한 대신에 해석 시간이 너무 짧고 해석이 간단해서 슬펐어요. 조금 더 비용을 들이더라도 심리상담센터에서 전문가(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에게 받는 것을 추천해요. 보고서도 받을 수 있거든요.


●정신과를 바꾸게 된 계기

초반에는 약이 잘 맞는지 봐야 한다며 1주에 한 번씩 오라고 하셨었어요. 좀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2주 텀을 두셨고요. 문제는... 우울증 약이 효과를 잘 안 보이니까 아빌리파이라는 보조제를 추가해주셨는데 그 약 때문에 정말 너무 졸려서 일상생활이 안 되더라고요. 아무데서나 계속 하품을 하고 툭하면 꾸벅꾸벅 조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의사 선생님께 그 말씀을 드렸더니 '졸릴 리가 없는데? 이상하네요. 일단 계속 먹어봐요' 하셨어요. 진료 대기시간은 긴데, 진료시간은 짧고, 대화할 때는 약 처방에만 급급하시고... 부작용을 말씀드려도 일단 먹어보라고 하시고... 이런 식으로 소통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느껴서 결국 정신과를 바꿨습니다.



●두 번째 정신과 진료 특징

* 예약제, 대기시간 10분~20분, 진료시간 최소 15분, 최대 25~30분

*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인생 조언도 많이 해주셨어요. 상태를 세심하게 살펴보시고 새로운 약도 제안해주셨고요. 덕분에 맞는 약을 찾아나가기가 훨씬 수월했어요.


●두 번째 정신과 상담비용 및 진료기록

19/7/26 17000원 (초진) - 시탈로정 5mg+새로운 약

(SNRI 계열 항우울제-이름 잊어버렸어요.)

7/29 9900원 아고틴 25mg

8/9 9800원 아고틴 25mg

8/23 10500원 아고틴 25mg

9/6 1300원 아고틴 25mg

9/23 7400원 아고틴 25mg

10/10 9800원 브린텔릭스 5mg

10/17 10300원 브린텔릭스 10mg (이후로는 쭉 유지)

10/31 12200원

11/15 1100원

11/29 14700원

12/12 11500원

20/1/2 16600원

1/20 15700원

2/10 12800원

2/28 14600원

3/25 13200원


10월부터 브린텔릭스를 먹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계속 그 약으로 쭉 가고 있습니다. 5개월의 방황 끝에 맞는 약을 찾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10월부터 같은 약이었음에도 계속 진료비용이 들쭉날쭉한 걸 보면, 아마도 상담시간에 따라 진료비용이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긴 말 안하고 그냥 얼른 약만 받아 나오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저는 현재 심리상담을 받고 있거든요.


무엇보다 두 분의 의견이 상충될 때는 중간에서 다소 혼란스러워요. 정신과 선생님은 대체로 "회사 그만두세요!", "그런 관계는 끊어요!", "진단서 끊어줄 테니 회사에 내고 부서를 바꾸든 팀을 바꿔요!" 이런 식으로 강하게 말씀을 많이 하세요. 약간 불도저 같은 느낌이죠. 반면에 상담 선생님은 "차근차근 생각해보죠", "너무 섣불리 결정하려고 하지 말아요" 이런 식으로 좀 더 신중에 신중을 기울이시는 편이고 제 마음을 많이 들어주려고 하세요.


아무튼, 잘 맞는 약도 찾았고 브린텔릭스 시작한 지 1년이 되는 올해 10월까지는 계속 약 먹기로 했으니까 앞으로도 210일은 꾸준히 먹어야겠네요. 그럼, 지금까지 두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기록과 상담비용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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