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ulturing me Jan 23. 2021

감정에도 재료가 필요하다

대인관계의 고수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음식을 자주 한다.  매끼 다른 메뉴를 시도하다 보니 자투리 식재를 활용할 메뉴를 고민 하기 시작했다.  살림의 관건은 식재료의 활용인 듯하다.


음식 잘하는 사람들은 식재료를 참 잘 쓴다.  먹다 남은 식재료를 활용해 전혀 다른 메뉴가 탄생하는가 하면 조리법의 변화로 서브였던 식재료가 메인 요리가 되어 식탁을 화려하게 장식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식재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맛의 질이 달라질뿐더러 식사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하지만 요리에만 재료가 필요한 건 아니다.  사람도 감정 재료가 풍부할수록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  희. 노. 애. 락을 느끼는 감정 재료의 다양성에 따라 느낌의 영역이 넓어진다.  행복, 기쁨, 분노, 슬픔, 우울감, 애석함, 초초함 등 인간이 사용하고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정말 다양하지만 된장찌개, 김치찌개를 한식의 기본처럼 여기듯 기본적인 감정만 느끼는 것이 습관으로 굳어지면 삶의 참맛을 모르고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감정도 다양하게 느끼고 활용해야 점점 더 풍부해진다.   


감정 재료가 많다면 섬세하고 디테일한 느낌을 통해 자신의 마음도 잘 알아차릴 수 있고, 상대의 마음도 공감해 줄 수 있게 된다. 분노하는 부정적인 감정들, 혹은 밝은 긍정적인 감정들을 요리조리 탐험하며 울었다, 웃었다, 짜증 냈다, 위로했다를 반복하며 타인과 흐름을 타는 상상을 해 보자.  너무 힘들 땐 말없이 옆에 누군가 있어만 줘도 힘이 된다.  본인만 힘든 게 아니라는 걸, 인간은 누구나 힘들고 그게 정상이라는 것을 타인을 통해 전기의 음양이 오가듯 자유자재로 감정을 나누다 보면 친밀감이 형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친밀감은 관계의 갈등을 줄여주고 삶의 질을 월등히 높여준다.  


감정을 잘 느끼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우울하거나 아픈 감정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나쁜 감정을 잘 타야 좋은 감정도 탈 수 있다.  겉으로 밝고 유쾌함을 과하게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마음이 어둡기 때문에 나쁜 감정을 안 느끼려고 머리로 감정을 억압하는 것이다.  좋은 감정만 느끼기 위해 감정을 제어하라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뇌에 보내는 것이다.  온 에너지를 감정을 제어하는데 쓰기 때문에 밝은 행동 뒤에는 쉽게 피곤해하거나 사소한 것에 극도로 예민함을 드러낸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과 공간이 중요하다.  


하지만 감정은 생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닌 그냥 느껴지는 것이다. 흐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내버려 두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아도 되고, 만성 피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살림의 고수가 식자재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듯, 인간관계의 고수는 감정 재료를 자유자재로 편안하게 활용할 줄 아는 매력적인 사람이다.

작가의 이전글 시간의 창조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