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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lturing me Feb 22. 2021

도망치게 만드는 기대

나이와 삶의 무게는 비례한다더니 여기저기서 부쩍 사는  힘들단. 그래서인지 인생 중반쯤엔 삶의 무게만큼 쌓인 짐도 정리하고, 인간관계나 굳어진 삶의 방식도  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는  같다.


친구와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하는 동안 친구는 남자 친구와 깊은 의사소통을 원한다고 했다. 오랜 만남이었음에도 평행선을 달리는 모호한 관계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고 싶은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에서는 늘 상대에 대한 기대감이 감춰져 있었고 결국은 상대를 떠나게 만들었다.


관계를  유지해보고 싶으면서도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어떤 타인이라도 들어오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의 영역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기대감을 질책으로 받아들이면 단절하고 회피한다.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이런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단절' 가장 안전한 방어법이다.


단절을 택하는 사람들은 현실을 사는 게 참 힘들다.  현실의 어떠한 문제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달래고 통제하는 기능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인의 기대가 느껴질 때 부담감 때문에 긴장되고 스스로를 달래기 어려워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도 한참 걸린다.  전쟁터에 나가 싸우려면 칼이나 방패가 있어야 방어를 할 수 있듯이 사람은 '달래는 기능'과 '통제하는 기능'이 제 역할을 해야 안정감을 갖고 살아갈 수가 있다.  


심리 기능이 결여된 사람은 아무리 공을 들이고 수년간 쌓은 관계도 상대의 쓴소리 한마디에 물거품처럼 관계의 흔적을 없애버릴 수가 있다. 두 기능이 결여되면 좌절, 실망, 절망을 쉽게 느끼기 때문에 이렇게 아무런 성장점이 없는 관계만이 되풀이될 뿐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쉽게 따라붙는 것이 "순간의 짜릿함과 불안감의 줄다리기"이다.  


막연한 불안감을 없애려고 짜릿한 표현을(운동, 쇼핑, 게임, 술, 외도, 폭식 등) 하지만 곧 다시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낀다. 이렇게 +20(짜릿한 표현)에서 -20(죄책감)을 하루에도 여러 번씩 오가며 감정 에너지를 소비하니 안정감이 뭔지 잘 모른다.  


자기 조절이 어려운 사람이 타인으로부터 기대를 받는 것은 커다란 바위를 어깨에 짊어지고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무거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상대로부터 기대감이 느껴질수록  불안감이 증폭되고 잘못된 표현으로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부모 자녀의 관계일수록 무게는 더욱더 과중된다.


사랑해서 생기는 기대감이 상대를 도망치게 만들진 않았는지 생각해 보게 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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