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ulturing me May 01. 2024

여보, 나는 당신의 엄마가 아니야!

누구의 역할을 하며 살고 있나요?

다른 사람이 내게 기대하는 것을 항상 다 이뤄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게 주어진 임무라고 해서 반드시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 주변의 기대는 스스로를 누르는 압박이 되기도 한다.

 

언덕을 오를 힘이 없는데 애써 억지로 오르고 있지는 않는지?

수영을 못하는데, 바다 한가운데에서 허우적대고 있지는 않는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지만, 어느덧 숨이 차고 힘들어서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고통의 경험을 할 때가 있으리라. 결혼생활에서도 자주 마주하는 순간이다.

 

결혼은 누군가의 남편이나 아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편에게는 아내로, 아내에게는 남편으로의 역할을 하면 되는데,  배우자로서의 경계를 넘어서 부모의 역할 혹은 자식노릇까지 하며 사는 부부들의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섣불리 결혼을 결정하거나, 재미로 결혼생활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결혼을 했다면, 문제상황에 닥쳤을 때 상황의 본질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혼생활로 인해서 부정적인 상황이 반복되면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이혼을 생각하기도 하다. 그러면서 성격차이라고 규정하거나 상대의 부족함을 질책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 접근 끝에 이혼을 결정한다면 그 사람은 여전히 성숙하지 못한 채 제자리에 머물러 있게 될 것이고, 그 상태로 또 다른 사랑이나 결혼을 시작하더라도 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혼 초기에는 상대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모든 걸 다 해주려다가 여자가 아닌 엄마가 되거나 또는 남자가 아닌 아빠가 되는 배우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이를 깨닫지 못한다. 사랑이라는 외피 안에 있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장시키려는 욕구는 무거워지는 짐을 감내하게 만든다. 점점 삶에 부대껴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뭐가 어디서부터 잘 못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오늘의 어떤 선택은 분명 과거의 이벤트나 경험의 영향에 기인한다. 홀로 된 친정 엄마를 돌보아 드린다면서 엄마의 남편이 되려고 하지는 않는지, 남편에게 내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되어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남편으로서 아내의 아들 같은 존재로 살고 있진 않는지? 그리고, 그런 배우자를 아무렇지 않은 듯 용인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안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혼생활 때문에 인생의 막다른 골목을 경험해서는 안되니까.

삶이 무거울수록 막연한 행복을 염원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삶의 무게를 더하는 이유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한데, 대개 그 원인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내 마음이 편안하고 가벼워지면 상대를 친절하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도 가능해질 테니까.

이전 02화 사랑하는데, 결혼생활이 왜 어려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