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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lturing me Feb 28. 2019

눈을 뜨면 봄은 기적이다.  

봄은 거기 있었다.  단지, 내가 눈을 감고 있었을 뿐 

언제 왔을까?  봄은.

어제까지도 겨울이었던 것 같은데 슬그머니 봄 냄새를 피우는가 싶더니 햇살이 예사롭지 않다.  봄은 이렇게 오는가 보다.


냄새와 기온만으로도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것은 참 신비로운 일이다.  수많은 사람 중에 겉모습이든 마음이든 같은 생김새의 사람은 없다.  그 정도로 개개인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고유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각자 자기의 삶을 살아간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영혼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은 고귀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고귀함을 잊고 산다.


얼마 전 삼십 대 예술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무거운 짐이 더해지는 인생을 끝내고 싶다고 했다.  물에 젖어 무겁기만 한  솜덩이를 짊어지고 있는 낙타 같다고 했다.  그래서 살아도 살아도 매일이 힘들다고 했다.  매일의 일상에서 가장 힘든 게 뭐냐는 물음에  한참을 생각하더니  딱히 일상에서의 힘든 일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 무엇이 그렇게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냐고 물었더니, 불쑥불쑥 올라오는 본인의 생각이란다.  무의식 중에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들이 올라와서 미칠 지경이라고 했다. 이 예술가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습관의 피해자이다.  물론 정신분석을 통해 습관의 근원지를 찾아내고 그것을 재해석해 어느 정도 개선해 갈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나를 몰아가는 의도하지 않은 이 무엇을 카르마 (업보)라고 한다. 거스를 수도 내 맘대로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오고 싶지 않아도 세상에 왔고,  가고 싶지 않아도 때가 되면 가야 하는 인생을 살며 반드시 자신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은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빈센트 반 고흐는 서른두 살에 처음 붓을 들었다.  천재화가는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았다.  들리지도 않는 생각의 환청이 그를 못살게 굴어 귀까지 잘라내야 했다. 괴로운 삶을 살았지만,  타고난 재능으로 고통을 승화시켰다.  8년간 800여 점의 작품을 남긴 걸 보면 미치도록 쏟아내야 할 것이 많았나 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반 고흐의 그림은 밝고 따뜻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정신병자로 몰렸던 그였지만, 자연의 풍요함이 그를 감싸주었을 것이다.  남 프랑스의 아를(Arles) 지방의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과 무한히 펼쳐진 해바라기와 라벤더 밭의 대자연은 반 고흐의 마음을 바쳐주는 큰 힘이었던 것 같다.


인간의 마음은 무한한 자연과 맞닿을 때 신비한 에너지로 발산된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은 바탕이 악하지 않다.  힘든 삶이 우리를 바람이 거센 겨울로 몰아갔을 뿐이다.  그렇지만 겨울은 영원하지 않다. 봄은 오고야 만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가만히 기다려 보자.  내 마음의 봄날을... 겨울이 지나면 반듯이 봄이 오는 것처럼...    


[출처] 봄은 반드시 온다|작성자 culturing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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